숲 속의 단상(斷想)

-철마는 달리고 싶다 (고대산 832m)

천지현황1 2007. 10. 15. 00:24

 -철마는 달리고 싶다 (고대산 83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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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14 / 오륜산악회 회원 35명과 함께 / 이상모 회원님 200회 기념산행 

* 소 재 지  : 경기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 산행코스 : 고대산 주차장(09:15)- 제2등산로 - 말등바위 - 칼바위 - 얼굴바위 - 고대산정상 - 공터- 대산리고개- 주라이등- 고개 임도- 궁전가든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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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원선 철도가 휴전선에 막혀 더 이상 달리지 못하고 멈추는 곳에 고대산이 솟아있다. 경기도 최북단인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와 강원도 철원군 사이에 있는 고대산은 정상에서는 북녘의 철원평야와 6ㆍ25 때 격전지인 백마고지, 금학산(金鶴山:947m)과 지장봉(地藏峰:877m)ㆍ북대산(北大山)ㆍ향로봉(香爐峰)은 물론 한탄강(漢灘江) 기슭의 종자산(種子山)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분단의 시대에 멀리서나마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는 3대 명산으로 고대산, 복계산(福桂山.1057m), 지장봉(地藏峰·877m)을 꼽는다. 그 중에서도 수려한 전망과 적당한 코스 등 최적의 산행코스를 갖춘 고대산은 최근들어 경원선 철도를 이용하여 신탄리역까지 달려와 곧 장 오르는 유명산이 된지 오래되었다.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때문에 여태껏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산이 간직한 매력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매력은 역에서 산행 들머리 까지 걸어서 불과 10여분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신탄리역에서 내리면 역 뒷편에 솟아 있는 산이 고대산이다. 정상은 역에서 보이는 봉우리의 능선을 타고 20여분 가는 뒷편에 있어 역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산행거리는 8㎞ 정도로 왕복 3∼4시간이 걸린다. 신탄리역을 나와 오른쪽으로 조금가다 철길을 건너 몇 분간 걸어 가면 도로 옆에 음식점이 몇 개 있는데 여기가 보통 산행기점이다. 등산로는 제1등산로에서 제3등산로의 3개 코스가 있다. 제3등산로로 올라 제2등산로나 제1등산로로 하산하는 것이 다소 수월하다.

 

 그런데 오늘 우리 산악회 산님들은 제2등산로를 들머리로 하여 제1,제3등산로로 하산하지 않고 잘 다니지 않는 주라이등 능선을 타고 하산하기로 한다.고대산 정상에서 주라이등 능선을 타지 않는 산님들은 제3등로를 이용하여 하산하기로 하고 시멘트 포장길을 시작으로 제2등로에 들어선다. 오늘도 여느때 등반처럼 제일 선두엔 칠순을 훌쩍 넘기신 선배 산님들이 선등을 하고 그 뒤를 60대, 50대, 40대 순으로 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이와 건강 그리고 산행 실력은 나이 순이 아니구나 하고 다시 한번 자신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우리 산악회가 18년이나 되었으니 오랜 역사와 함께 꾸준히 산행한 산님들이 많아 500회를 넘은 산님도 계시고 오늘은 이상모 회원님의 200회 기념산행이기도하다.

 

 칼바위 능선에 올랐을 즈음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터지기 시작한다. 연천들의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고대산 정상에 서니 올망졸망 주위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강강술래를 한다.금학산이 코 앞에 서 있고 백마고지가 아스라이 말잔등 모습을 하고 늘름하게 버티고 있다.동승읍엔 아파트가 우뚝 서 있고 그 뒤 철원평야 역시 황금 물결로 일렁인다.멀리 북쪽의 산야가 어렴풋이 출렁인다.분단의 한을 안은 실향민들은 이 산을 많이 찾아 고향 산천을 회한을 머금은채 바라 볼 것이다.그리고 어서 빨리 통일이 되어 고향을 방문하고 싶을 것이다.

 

 정상행사를 마치고 1팀은 주라이등 방향으로 2팀은 제3등로로 하산 길을 잡는다.나는 1팀에 속하여 주라이등을 탄다. 원래 이 하산 길은 잘 다니지 않는 길이기에 하산 길이 조금 거칠은 편이다.미끄러운 길을 내리며 주라이등 능선을 오르며 많은 생각에 잠긴다.4년 전에 찢어진 오른 쪽 무릎 연골이 조금 아프지만 아내에게 내색할 수도 없고 자주 뒤 돌아보며 아내의 컨디션을 체크하기에 분주하다.우리 부부는 6년 전 부터 일요일이면 될 수 있으면 다른 약속을 뒤로 미루고 용산탕(龍山湯)을 먹으러 산으로 달려간다.다른 산님들 보다는 용산탕 복용이 훨씬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먹는다.

 

  칠순을 넘긴 우리 산님들처럼 나도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산을 그렇게 잘 탈 수 있을지? 길을 내리며 끊임없이 맴도는 화두다.

“못 다한 산 사랑도 태산같이 많은데 나에게 청춘을 돌려다오” 칠순을 훌쩍 넘긴 산님들은 나이 컨셉(Concept)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어쩌면 그 연세에 발걸음이 그토록 가벼울까? 동행하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저 힘의 바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나도 10년,2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도 선배 산님들 처럼 저런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산길 내내 맴도는 화두 중의 하나였다.

 

 산을 내려 태풍전망대로 자리를 옮겨 휴전선의 철조망과 북쪽 산야를 바라보고 한 숨을 쉰다.분단 그리고 통일을 생각해 본다.차를 돌려 동막골온천에서 땀을 씻고 파주 적성에 있는 함박골 매운탕집에서 이상모 회원님이 사 주신 매운탕에 소주 한 잔을 하고 불콰한 얼굴로 버스에 탑승해 자유로로 해서 귀경 길에 오른다. (2007.10.14)

 

* 포토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