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청옥산 / 두타산, 하늘문길 코스 (청옥산/두타산)

천지현황1 2008. 4. 7. 16:18

-청옥산 / 두타산, 하늘문길 코스 (청옥산/두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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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06 / 오륜 제797회차

* 동해 삼화동 매표소(10:25)-금란정-삼화사-관음암-하늘문-용추폭포-무릉계곡 옛길-삼화동 매표소(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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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마다 내리는 비 예보 탓에 연 3주 산행 행선지가 바뀐다.2주 전엔 계룡산이 포천 보장산으로,지난 주엔 의성 비봉산이 춘천 부용산으로 바뀌더니 이번에는 대전 만인산에서 두타 / 청옥산의 무릉계곡 길인 하늘문코스로 변경 공지되었다.비온다고 밥 굶지 않듯 오륜산악회 회원들은 비온다고 산행을 걸르는 일은 없다.일년에 4~5주를 빼고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대자연의 품에 안겨 경외심을 배우기에 바쁘다.

 

 오늘도 어김없이 산님들을 실은 버스는 영동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속도를 내며 달리자 버스를 따라오던 높고 낮은 산들도 점점 고도를 높이기 시작한다.평창에 들어서자 마법의 성처럼 아름다운 펜션들이 산자락 이곳저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낮은 산 언덕배기엔 평창 주민들의 소망이 걸려있다. "희망 2018,평창 동계올림픽" 그들에겐 10년 뒤의 꿈이 있구나.그래 '인생에서 꿈이 있던지,아니면 추억이 있던지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인생은 살만한게지' 오래 전 <101번의 프로포즈>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한 말이렸다.

 

 두타동천(頭陀洞天) 무릉반석위에 시인 묵객들의 계모임 자취가

 우리나라엔 갖가지 계모임이 많다.시골 친구들끼리 우친계를 비롯하여 청상과부들은 청상계를 묻었고,심지어 젖이 나오지 않는 아줌마들은 젖계를 묻어 돌려가며 젖이 나오지 않아 못먹는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는 아름다운 풍속의 젖계도 있었다.동갑의 친구들이 맺는 우정의 갑장계도 있다.그러나 오늘날엔 인터넷 그물망의 발달로 수만개의 동호인 모임이 생겨 이를 대신하는 풍속이 된듯 싶기도하다.

 

 다산 정약용선생이 친구들과 '죽란시사'란 모임을 가졌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났다.계절에 한번씩 모여 풍광을 즐기며 시를 짓고 둘러가며 이를 감상하기도 하는 운치있는 모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 두타/청옥 들어가는 산문엔 금란정이라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바로 옆 넓은 냇가 무릉반석위엔 시인 묵객들의 이름으로 빼곡하게 암각되어 있다. 무릉계의 들머리에 해당하는 무릉반석 너럭바위에는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고자 수많은 각자들을 새겨 놓은 것이다.
한 곳을 둘러보니 거의 20여명의 계원 이름들이 암각되어 있다.이름하여 '금란계원'모임이다. 이들도 풍광 좋은 이곳에서 시인 묵객되어 한 잔 술에 시를 써서 타 마셨을까.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에 석공을 불러다 계원들의 이름을 정으로 새겼을까.

 

금란정( 金蘭亭)

 

 

 

 백두대간의 등뼈엔 하얀 눈으로 마루금을 긋고
   높고 깊은 산을 보려면 두타산(1,352.7m)~청옥산(1,403.7m)으로 가라는 말도 있다. 게다가 무릉계곡의 빼어난 조망까지 더해지니 아름다운 산이다. 동해를 막 접어든 버스 창가에 비치는 청옥산 하늘금엔 하얀 눈으로 덮혀 있다. 백두대간의 등뼈를 밟으며 무릉계곡 조망 즐기고 싶은데 오늘 코스는 청옥/두타 연계산행이 아니다.그러나 무릉계를 즐길 수 있는 하늘문코스는 원거리 산행객들에겐 안성맞춤코스이기도 하다.

   땀을 흘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 뒤에 오는 쾌감은 산객은 누구나 느끼는 쾌감이다. 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쾌감은 멋진 조망이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다.두타산과 청옥산은 백두대간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산봉우리들이다. 백두산에서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내리 뻗어 내린 대간이 한반도 내륙으로 방향을 틀기 전 우뚝 치솟아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어디로 대간 줄기를 내릴까 고심한 듯하다.산세가 당차고 그 당찬 품 속엔 숨겨진 경승지가 곳곳에 숨어 산객들을 부른다. 두 산의 골짜기인 무릉계곡은 고려 충렬왕 때 이 산에 들어 은둔생활을 했던 이승휴(삼척부사 김휴원이 지었다는 설도 있음)가 중국의 무릉도원 같은 선경이라 하여 그렇게 이름 짓고 극찬했다는 골짜기다.


   무릉계곡에 숨어있는 하늘문코스를 아시나요?

  삼화사를 주마간산격으로 스치고 관음암 능선길을 탄다.처음 된비알을 오르고 나면 오솔길이 편안한 숨을 보장한다.그리고 관음암을 지나 하늘문 가는 길엔 곳곳에 전망바위에 서면 난 신선이 된듯 무릉계곡을 내려다본다.적당히 걸음을 뗄 때마다 바위 전망대를 만난다.그곳에서의 조망은 호흡을 멈추게 할 정도로 선계에 든 것 같다.생각 같아선 몇 시간동안 선정에 들고 싶은 자리가 한 두 곳이 아니다.깎아지른 수직 절벽 아래로 무릉계곡이 드러누어 있고 절벽엔 노송이 비바람을 견디며 신선들의 그늘터 노릇을 한양 늘름하게 천년을 자라온 듯하다.눈 들어 바라보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 지지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애써 뗀다.

 

 산길을 가다 자리 좋은 너럭바위를 만난다.초목을 헤치고 내려가 바위에 서니 부는 바람도 시원하고 선녀들이 무릉계곡에서 목욕하고 하늘문을 통해 등천하다가 오줌보가 터지려 할 즈음 이 바위에서 볼 일을 보고 간 자리인가. 이oo회원님은 좌변기 같다며 체험을 한다.그러나 아무리 선녀들의 오줌싸는 모습을 재현해 보아도 필자의 눈에는 선녀(仙女)가 아닌 선남(仙男)의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구나.

 

 

 

 

 

 

 

 

 

위험을 무릎쓰고 수직 낭떠러지에서 후들거리는 다리 대신 온몸으로 호흡하며

 선경,무릉계곡을 조망하는 조망삼매경에 드신 열성 산님

 

 

 

 

 

 

  산길에 걸음을 떼 놓을수록 비경이 속출한다.한 참을 산허리를 돌며 청옥산 마루금을 바라본다.산꾼은 역시 마루금을 종주하고 싶은 욕심은 늘 마음에 쌓여 있나보다.그러나 후일을 기약할 수 밖에.드디어 하늘문을 만났다.급경사 계단길을 내린다.바위암문을 통한 내림길이 심상치않다.300여개가 넘는 철 계단을 만들어 80도에 가까운 급경사를 내리는 통천문을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내려와 하늘문 안내문을 읽어보니 임진왜란 당시 이 피마름골에서 많은 전사자가 난 모양이다. 그리하여 이 골 이름을 피마름골이라 칭한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희생의 핏물이 이 골을 적셨을까하고 생각하니 숙연한 마음이다.아내가 이 길을 내린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오금을 저렸으리라.

 

 

 

 

 

 설악산 12선녀탕 중 복숭아탕이 이곳에도

 기암절벽에 철계단이 길게 놓인 하늘문길로 내려선 다음 문간재 갈림목을 지나 철다리를 건너서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두타산 최고의 절경인 쌍폭과 용추폭을 만난다.용추폭 아래 철다리를 건넌 다음 철계단을 따라 오르면 용추폭 위쪽의 설악산 12선녀탕의 백미인 복숭아탕을 연상케 하는 협곡 비경을 볼 수 있다.박달골과 바른골은 합쳐지기 전 각기 깊은 산속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를 깊은 소로 떨어뜨리면서 쌍폭이라는 신비로운 폭포를 만들어놓고 바른골 쪽 폭포 위로는 학등 능선과 신선대 사이에 절묘한 소가 연이어지는 협곡과 더불어 용추폭이라는 웅장한 폭포를 만들어놓고 산님들의 발길을 붙든다.용추폭포는 마치 설악의 12선녀탕중 하나인 복숭아탕을 연상케한다.


   뿐인가. 온통 숲으로 우거진 산 곳곳에 보석과 같은 기암절벽과 암봉이 솟구쳐 있고, 그 사이사이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노라면 눈앞에 펼쳐지는 선계와도 같은 풍광에 신선 되어 학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이 들고 만다. 그래서 등산인들이 두타~청옥산 하면 무릉계곡~산성길~두타산~청옥산~무릉계곡 원점회귀 코스를 최고로 치는 모양이다. 훗날 다시 한번 이 산문에 조용하게 들리라.

 

                                                              

 

 쌍폭

 

 용추폭포

 

 <설악산 12선녀탕 중 복숭아탕의 여러모습>    (2005.10.09 촬영)

 

    

 

                   

                                               
 

 무릉계곡 옛길을 걸으며

 아른거리는 용추폭포의 물줄기와 쌍폭의 암반에 부딪는 물보라를 머리 속에 담은 채 무릉계곡 옛길을 걸으며 잠시 타임머신을 탄다.옛 선인들은 산자수명한 곳에 칩거하며 세월을 낚을지라도 참으로 멋진 풍류생활이었을 것 같다.산그르메가 금란정에 드리울 때 그들도 우리처럼 서둘러 무릉계곡을 벗어났을까.거나한 한 잔 술에 시 한 수를 읊으며 계원들과 이 길을 어깨동무하며 갈지(之)라로 내려가는 모습이 환영처럼 아롱졌다. (2008.04.06)

 

 * 그 밖의 사진모음

 멀리 눈 덮힌 청옥 마루금이 보이고 

 

 오늘 산행대장님의 뉴 패션

 

 청옥 마루금

 

 금란정 옆 암각

 

 삼화사

 

 

 관음암

 

 

 

 

 학소대

 

 하산길에 본 무릉계

 

 묵호소재 궁전횟집

 

 

 

 옥계 해수욕장

 

 먼동이 뜰 때 Ca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