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봄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경북 의성 비봉산-

천지현황1 2008. 4. 28. 16:04
-봄비 오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면 더욱 좋았을 것을 (경북 의성 비봉산-금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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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27 / 오륜 제 800회차

*  정자골 용문지(10:25)-480봉 산불감시초소-601봉-비봉산-봉수대터-금성산-정자골(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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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한국의 산천>

 

 터벅터벅 걷는 능선길에 봄비가 내린다면 더욱 운치가 있을 것 같다.우중 산행을 즐기는 필자로선 산은 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어 반기기에 폭우가 아닐바에야 산문에 드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한 달전에 기획했던 산이었는데 봄비 온다는 예보때문에 순연되었다가 오늘 다녀왔다.봉황이 비천한다는 산 마루금에는 한조각 검은 구름이 산세를 숨긴채 비봉산 정상을 넘는데 산길에는 가위손 뻐꾹채 각시붓꽃 연분홍 철쭉이 봄을 노래한다.

 

 구름따라 바람같이 와서 / 산새처럼 노래하고, 강물처럼 흘러가다가 / 아름다운 소풍 끝내고 / 귀천하는 시인처럼 살고파

 이젠 집착의 끈을 놓고 좀 더 자유롭고 싶다.구름따라 바람같이 와서 산새처럼 노래하다가 강물처럼 흘러가고 싶다.


 비봉산(672m)과 금성산(531m)은 의성의 명산이다. 이 산은 백악기에 폭발했던 한반도 최초의 화산이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지형도 특이하고 지질도 다른 곳과 조금 다르다.마사토처럼 산길이 미끄러워 몇 번이나 넘어질 뻔 했다. 비봉산 조금 못미쳐 암릉 절벽엔 남근석이 소나무 한 그루와 함께 불끈 솟아 매달려 있고 산길을 조금 지나니 10여m 암릉구간에 굵은 로프가 수직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암릉이 있으나 크게 위험하지 않고 '여인의 턱'이라고 쓰인 우회길도 있다. 산세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특히 조망이 좋다. 사방이 적막감만 흐르는 오지의 시골이라 산등성이에서 굽어 보는 봄철의 전원 풍경은 아늑하다.

 

 비봉산은 마주보고 있는 금성산과 마루금으로 연계되어 있어 산 마루금을 따라 걷다보면 한적한 소로길이 트래킹코스로 알맞다.여기까지 와서 조문국사적지를 옆에 두고 둘러보지 못하고 떠나는게 못내 아쉽다.앞으론 산행과 함께 시간을 조금 내어 인근 유적지를 잠깐 들러보도록 기획했으면 좋으련만 단체 산행이다보니 호불호 관심도와 시간관계상 쉽지 않을 것이나 유적지 체험만큼 좋은 추억도 없으니 한번 고려해보도록 건의 한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을 내려와 의성의 '탄산유황온천'에서 땀을 씻고 군위군 효령면 거매리에서 토란대를 걸죽하게 삶은 거매 메기매운탕으로 별미 식사를 하고 밤 늦은 귀경길에 올랐다. (200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