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 산하를 바라보며 (철원 복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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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22 **
* 철원 매월동 주차장(09:04)-매월대폭포-840고지-복계산정상-촛대봉-칼바위-950봉 삼거리-원골계곡-매월동주차장(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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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혁진의 백두대간과 산행정보)
새벽에 해외연수차 일본으로 떠나는 아내를 배웅하고 쓸쓸하게 혼자 북으로 달리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하늘은 가끔 한바탕 폭우를 쏟아 부을 태세로 잔뜩 검은 구름을 싣고 어디론지 흘러간다. 그러나 폭우는 없고 단지 여우비가 차창을 뿌리다가 이내 멎고 파란 하늘을 선보인다. 일동을 지나 철원 서면을 지날 즈음 하늘은 다시 또 먹구름으로 뒤 덮혀 기어이 한판 빗줄기를 선물할 모양새다. 그러나 또 검은 먹구름은 바람에 실려 동으로 동으로 여행을 떠나고 만다.
들머리를 들어선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 서쪽 기슭에는 해발 595m의 산정에 깍아 세운 듯한 40m 높이의 절벽이 있다.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애통한 마음을 안고 관직을 버리고 복계산으로 숨어 들어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매월동 고을이다. 후세 사람들은 매월당이 즐겨 찾았다는 이 바위를 매월대라 부르고 이곳 마을 이름을 매월동이라 부른다. 그리고 매월대 앞 계곡에는 10여m의 매월대폭포(선암폭포)가 그 때 그 시절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원한 폭포 물 줄기를 내리며 매월당을 그리워하고 있다.
백두대간이 추가령에서 한 줄기를 뽑아 한북정맥을 만든다(추가령~장명산). 한북정맥에서 약간 빗겨난 복계산(1057m)은 한북정맥이 남쪽으로 방향을 틀며 적근산(1,073m)과 대성산(1,175m)을 거쳐 수피령(862m)에서 고도를 잠시 낮추다가 다시 힘을 모아 1010봉인 촛대봉으로 솟구친다. 촛대봉에서 한북정맥은 남쪽 복주산(1,152m)으로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가지를 친 능선상에 다시 용트림며 솟아 있는 산이 복계산이다.
정상에 서면 수피령에서 촛대봉을 거쳐 남쪽으로는 복주산과 회목봉을 거쳐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 마루금이 펼쳐지고,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도 뚜렷하게 그 자태를 드러낸다. 북동쪽으로 대성산이 지척에서 바라보이고 북쪽으로는 철원평야가 한폭의 그림같이 시원스럽게 조망된다. 사방을 둘러보다 이내 시선은 나도 모르게 북녁하늘에 꽂힌다. 그리운 우리 산하 북녁의 산들이 올망졸망 어깨 동무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남북통일의 희망을 소망해 본다. 그리고 곧 하산길에 들어선다. 지도상으론 촛대봉지나 990봉 우측으로 원골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으나 나는 이 길을 찾지 못하고 원시림 같은 숲 길이 이어지는 한북정맥 길을 타고 남하하다가 길 같지 않은 소로 희미한 길을 타고 원골계곡으로 달라 붙는다. 길은 미끄럽고 넘어지기도 몇 번 하며 원골계곡에 다달았을 땐 온 몸이 피로하고 맥이 빠졌다.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지루한 계곡 길을 타고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한 숨을 쉰다. 퍽 힘든 산행길로 기억될 듯 하다. (20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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