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또 걷고 싶은 한적한 초록 숲 길 (영월 태화산)

천지현황1 2009. 5. 11. 15:39

-또 걷고 싶은 한적한 초록 숲 길 (영월 태화산)

 

* 2009.05.10 / 팔괴교(09:45)-산성고개-태화산(11:55)-오사리(14:20)

 

 

 평창,영월,정선으로의 여행은 항상 젊은 날을 회상케 한다.1980년대 중반부터 쏘다니던 길이기에 더욱 정감이 간다.주말이면 강원도 오지 이곳저곳을 아이들과 함께 많이 다니던 길이다.이젠 중장년이 되어 여행 대신 산행하느라고 다시 가보는 이 길은 많은 추억을 품은 길이되고 말았다.버스 차창가에 어리는 연초록 산빛이 어느덧 진초록으로 변해간다.

 

 오늘 산행지는 영월읍에서 가까운 태화산이다.들머리 팔괴교에서 들어서는 숲 길은 청량감을 선사한다.언제나 늘 그러하듯 숲 길은 상큼한 공기를 내 품어 발걸음이 가볍다.한적한 숲 길엔 딱따구리로 추정되는 새가 나무를 쪼는 소리가 들린다.엊그제 일자산 숲 길에서도 똑 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분명 딱따구리 새일 것이다.그날 운좋게 일자산에서 그 새를 보았는데 디카를 들여미는 순간에 멀리 숲 속으로 줄행랑을 치는 바람에 디카에 담지 못했다.오늘도 사방을 둘러보지만 새는 시야에 없다.

 

 일행을 따 돌리고 선두로 치고 오르는 얼굴엔 땀 범벅이다.조용한 숲 길이 탐나 일행을 따 돌린다.산성터엔 무너져내린 돌이 그 옛날을 말하듯 여기저기 널려있다.나무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남한강줄기가 정취를 더한다.숲 길 여기저기엔 키 큰 철쭉이 연분홍 꽃잎을 아직도 매달고 있다.능선 길을 걸으며 가끔씩 내려보이는 남한강 줄기가 산 맛을 더해준다.멀리 마대산이 어슴푸레하게 마루금을 긋고 산넘어 산은 즐비하게 서로 키재기하고 늘어서 있다.산촌마을은 언제 보아도 한가롭다.늙은 노부부가 밭뙤기를 일구며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다가 언젠가는 우리도 그들과 함께 사는 날이 올까하고 상상에 빠져보며 산길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