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정글을 헤치며 (횡성 봉복산)

천지현황1 2009. 5. 31. 19:30

-정글을 헤치며 (횡성 봉복산)

 

* 2009.05.31 / 봉막(09:36)-임도-봉복산(11:55)-신대리(13:43) 

 

 

 횡성 봉복산(1,022m) 산길은 울퉁불퉁하다.내 마음이 산란했기 때문일 것이다.처음 들머리 임도를 따라 오르다가 산 능선으로 오르는 등로를 놓쳤다.일행 일부는 계속 계곡 돌밭 길을 따라 가고 우리는 임도 마지막 끝에서 흐릿한 등로따라 정글 숲을 헤치며 정상에 올랐다.거친 숲을 헤치며 오를지라도 내 마음이 편안하다면 그 길 또한 운치 있으련만 오늘따라 마음이 왜 이다지도 무거울까.

 

 오늘은 산 길에서 도(道)를 묻기는 다 틀렸다. 엊그제 전임 대통령 한 사람이 비극적인 방법으로 그의 인생을 마감하고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수 백만의 추모인파가 그를 추모했다.그의 허물이 좀 있었을지라도 수 백만의 국민들은 그가 가는 길을 서럽게 애통해했다.그러나 나는 늘 그러하듯 방관자적인 삶을 사는 자라서 인지 그저 무관심하다.

 

 나는 인생 중반에서 종교까지 버렸다.더 정확하게 말하면 종교의 두 축, 신앙과 수행중 하나인 신앙을 버렸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그리고 무신론자적 삶으로 돌아갔다.절대자 창조주가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고,인간이 법을 만들듯이 종교와 신도 만들었다는 생각이 지배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균형 잡힌 시각으로 삼라만상을 보고 싶다.절대 선과 악은 없지 않은가.아니 없다고 하는 생각도 또한 없는게 아닌가.인생을 흐르는 강물처럼,두둥실 떠 도는 한 조각 구름처럼,산 길에서 스치는 시원한 바람처럼 오고 가고 가고 오고,천지현황처럼 세상은 검고 누렇고,자연이 사시순환하듯 그렇게 살고 싶다.  

 

 정글 숲길을 헤치다 마른침을 삼킨다.매월당 김시습은 20세 약관의 나이에 세조의 왕위찬탈을 비관하며 인생 유랑을 시작했다지.이순을 바라보는 나는 이제야 인생 유랑길을 걷고 싶어졌다.유랑길을 걸을 것인가 말까는 나의 몫일 것이다.우주 삼라만상과 내가 한 몸이라는 생각을 어느 세월이 지날 때 쯤 깨달을 수 있을꼬? 어느 인생의 죽음에서 추모 행렬에 끼지 못하고 나는 방관자적 자기성찰을 택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산행사진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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