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본 내 마음의 산, 은비릉
* 2009.10.04 / 용대리(02:36)-백담사(03:41)-영시암-수렴동대피소-용아릉-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용대리(14:35)
조선 초기 화가 안견(安堅)의 대표적인 산수화[夢遊挑源圖] / 1447년작.
비단 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38.7cm, 가로 106.5cm. 일본 덴리대학[天理大學] 중앙도서관 소장.
몽유도원도는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무릉도원을 방문하는 꿈을 꾸고 그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한 후 그리게 한 것이다. 그림과 함께 안평대군의 표제와 발문을 비롯해 신숙주(申叔舟)·정인지(鄭麟趾)·박팽년(朴彭年)·성삼문(成三問) 등 당대 최고 문사들의 제찬을 포함해서 모두 23편의 자필 찬시가 곁들여 있다. 그림은 1447년 음력 4월 20일에 그리기 시작하여 3일 만인 23일 완성되었다. 특히 좌반부의 정면시각과 우반부의 부감법을 이용한 공간처리, 평원과 고원의 대조, 사선운동의 활용을 통해 자연의 웅장함과 선경(仙境)의 환상을 절묘하게 나타냈다.
지난 주말 아내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이 몽유도원도 복사본은 여러차례 보았지만 이 실물을 보기 위하여 서둘러 집을 나서 박물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줄이 200여 m나 꼬부랑 줄이 서 있었다.결국 세시간만에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그 선경을 보았을 때는 허탈함 뿐이었다.우리 그림을 일본이 약탈해 가 그네들의 국보로 까지 지정해 덴리대학 박물관에 소장된 그림을 우리가 잠깐 빌려와 전시하는 특별전이다.안평대군이 '꿈에 본 무릉도원'은 심산에 둘러 쌓인 붉은 복숭아 밭,선경이 마치 내 마음의 산,은비릉을 연상케 한다.
하여 추석날 밤차를 탔다.은비릉(隱秘陵)이 보고 싶어졌다.항상 마음에 가두고만 지내온 마음의 산,은비릉을 보기 위해서다.마음에 연모하는 대상은 영원히 마음에 남겨 두고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옳거늘, 나는 더 이상 그러지를 못하고 만 것이다.'몽유은비릉'은 선경이었다.나는 12시간 동안 산행 중 내내 '은비릉'을 꿈꾸며 지낸 시간들을 보상받은 셈이다.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꿈에 본 나의 마음의 산'은비릉'은 절묘하게 하루 시차를 두고 꿈 속을 걸어나와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꽁꽁 숨어 있던 선경의 비경은 내 마음 속에 영원히 남아 더 이상 은비릉이 아닌 셈이지만, 나는 또 다른 '은비릉'을 꿈 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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