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재를 걸으며 (문경 포암산)
* 2009.10.25 / 미륵사지 주차장(09:30)-하늘재-포암산-하늘재-주차장(14:20) 10km
산은 낮아질수록 숲은 푸르고 울창하다. 푸른 숲을 보려면 낮은 산으로 가라. 높은 산엔 키 작은 풀과 주목만 보이지 않던가. 거친 비바람의 거센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고륙책이 아닌가 싶다. 보다 낮은 자세로 임해야 생존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신 확트인 조망과 자신의 지구력과 인내력을 살펴보려면 높은 산을 올라야 한다. 거기엔 거친 호흡만큼이나 비례하여 희열과 만족을 준다.
3개월 전 아내가 발목 인대 손상으로 3개월 가량 한방치료를 받았다. 치료 기간 중 산행을 접고 나홀로 산행을 즐겼다. 그런데 어젯밤 TV뉴스에서 산야의 불타는 단풍이 방영되니 산 아래에 가서 단풍이나 보고 싶다고 하여 함께 길을 떠났다. 문경 포암산 가는 길 들머리가 미륵사지라 숲 속 트레킹이 4Km쯤 되어 지리산 둘레길 걷던 회상을 하며 랄라룰라 콧노래를 부르며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건강할 때 꾀부리며 산행을 게을리 했던 걸 후회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앞으론 발목부상이 나으면 열심히 산행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오솔길을 걷는다.
하늘재에 닿을 즈음 트레일은 끝나고 포암산으로 오르는 들머리가 나타난다. 내친 김에 좀 무리를 하겠다며 산 길을 오른다. 일행은 이미 멀리 달아나고 우리 둘만 호젓한 산길을 오른다. 산성 돌 길을 오르고 가파른 암릉 길을 조심조심 올라 포암산 정상에 섰다. 하산 길이 걱정이다. 스틱에 잔뜩 힘을 주고 가파른 내림길을 내린다. 무리한 산행길이었지만 단풍이 그녀를 힘들지 않게 하나보다. 만족스런 산행으로 콧노래가 이어지다 발목이 조금 아프다는 말에 나는 지난 3개월동안 불편해 하던 그 생활이 연장되지나 않을까 저으기 걱정이 된다. 하지만 "오늘 약간 무리는 했지만, 불타는 가을 산으로 흠뻑 빠져 본 오늘 산행에 만족한다'는 그녀의 말에 안도의 숨을 쉬며 하늘재 길을 내린다.
'숲 속의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영혼의 산 (하남 검단산) (0) | 2009.11.12 |
---|---|
-가을비 속에 걷는 정선 소금강 숲 길 트레킹 (정선 소금강) (0) | 2009.11.01 |
-가을산은 만산홍엽으로 불타고 (홍천 석화산) (0) | 2009.10.18 |
-꿈에 본 내 마음의 산,은비릉 (상세편) (0) | 2009.10.05 |
-준비되지 않은 산행은 알바 고행길 (춘천 새덕산) (0) | 2009.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