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참 잘 생겼네 (제천 동산)
* 2009.11.15 / 성내리주차장(09:20)-무암사입구-남근석갈림길-성봉-중봉-동산갈림길-소부도-무암사-성내리주차장(13:50)
"명산을 한 번 유람하는 것은 신선의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문구는 조선 후기 정조가 1796년부터 1800년 서거하기 전까지 심환지에게 보낸 친필 297건을 모은 <정조어찰집>에 나오는 글이다. 심환지가 금강산을 유람한다고 하니까 임금이 그에게 편지로 격려하는 글 중에 들어있다. 이 어찰집엔 정조의 인간적인 면과 그의 정치에 대한 고뇌가 곳곳에 담겨있는 편지 글이다.
전국 명산을 답사하는 나도 정조의 말씀에 의하면 신선과 인연이 있는 사람인 셈이다.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잡은 우리 산은 왜 이렇게도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가! 세상에서 두번째로 잘 생긴 물형바위 하나를 보기 위해서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천으로 떠난다.
갑자기 추어진 날씨에 겨울 파카를 뒤집어 쓰고 겨울장갑을 끼었으나 능선을 할퀴는 칼바람은 목덜미를 파고들고 손 끝이 시려 디카로 아름다운 풍광을 담기가 거북하다.
그놈 참 잘 생겼네
들머리를 무암사로 계획하고 산행기획을 했으나 성내리주차장에서 무암사까지 2.5km의 산길은 대형버스가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성내주차장에 산객을 내려놓는다. 하는 수 없이 왕복 5km의 시간계획이 늘어진 셈이다. 사전조사가 미비한 탓에 회원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서나 하는 수 없이 성내리주차장에서 부터 걷기 시작한다. 가족산행이라면 무암계곡을 걷는 맛이 또한 얼마나 운치있을까마는 단체 샨행이라 시간계획이 늘어지니 기획자로서 미안한 감이 들어 마음이 불편하다.
무암사를 비켜 계곡길을 따르다보면 남근바위와 새목재 갈림길이 나온다.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된비알을 치고 오르자 5부능선쯤에서 세찬 칼바람과 함께 우리를 맞이하는 잘 생긴 바위하나가 장승처럼 서 있다. 일행들은 "잘 생겼다"는 말은 못하고 서로 곁눈질 하기에 바쁘다. 자연이 빚어놓았으니 오죽 잘 생겼을까.
아기자기한 암릉길에 칼바람만 불어제끼고
일행을 먼저 떠나보내고 난 디카를 들이댄다. 곱은 손이 작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칼바람에 혼줄나다가 이내 자리를 떠 일행을 따라잡는다. 성봉가는 오름길엔 암릉길이 여러곳 긴 밧줄을 매달고 직벽으로 서 있다. 오늘 산행대장으로 덜컥 겁이 났다. 오늘 일행중 76세의 노부부가 있는데 산경력이 많아 걱정이 크게 되지는 않지만 역시 노인분들이라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힘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하여 그분들의 뒤에 바짝 붙어 도움을 드려야했다. 그 때문에 아내는 홀로 암릉과 사귀며 직등을 한다. 다른 때 같으면 아내의 릿지를 도왔을텐데 그녀는 홀로 암릉을 기어 오른다. 간혹 뒤돌아보니 웃음 띈 얼굴로 자신만만하다. 이젠 내 도움이 필요없다는 표정으로. 한 고개 넘으면 이젠 끝이려니 하면 또 직벽 암릉이 나타난다. 여러번 밧줄을 잡고서야 성봉가는 안부에 섰다. 아직도 바람은 매섭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장군바위가 함께 능선을 따 라 오고 충주호의 짙푸른 호수는 산 속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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