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10월 끝날 칠성봉의 만추 (충남 대둔산)

천지현황1 2010. 11. 1. 08:54

-10월 끝날 칠성봉의 만추 (충남 대둔산)

 

* 2010.10.31 / 용문골매표소(09:55)-칠성봉전망대-칠성봉삼거리-마천대(정상)-케이블카전망대-관광호텔근처 한밭식당(13:00)

 

만산홍엽의 산을 그리며 차창가를 기웃거린다.금산골을 들어선 차창가엔 가을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단풍인파로 몸살을 앓을 것을 생각해도 즐거운 풍경이다.베티재에 A팀을 내려주고 아내와 나는 용문골매표소를 들머리로 삼는다.칠성봉의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서다.초입 들머리를 놓치고 다시 차를 돌려 용문골 초입을 찾는다.길가에 많은 차량들이 주차해 있어 들머리를 놓친 탓이다. 

 

  산아래 단풍은 곱지 않다.떡갈나무잎이 바람에 살랑대지만 가을옷이 버거운 듯,이미 낙엽되어 구른다. 너덜길을 오르다 신선암을 만난다.기웃거려 보지만 작은 암자라기보다는 스러져가는 귀틀집모양의 석틀집이다.안을 들여다보는 길손에게 동굴앞 돌평상에 앉아 있던 보살님이 동굴법당을 들어가 보란다.배낭을 벗어놓고 사방 1m폭의 7~8m굴 속을 쪼글뛰기 폼으로 기어 들어가다가 부처님의 호통에 한방을 세게 얻어 맞았다.'너무 까불면 안돼'머리에서 섬광이 번쩍였다.좁은 굴 속을 앉은 걸음으로 걸어들어가다가 잠시 고개를 쳐 든 사이 천정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것이다.영광의 상처는 오래갈 것이다.머리 앞 부문에 3cm의 빨간 줄이 그어졌다.그건 신선암이 나에게 내려준 '산에 와선 까불지마라'는 '하심(下心)'의 법문이었다.

 

 

 

 

 

 용문골 너덜길을 올라 칠성봉전망대에 섰다.금수강산이 따로 없다.일곱봉우리인가 세다가 그만두었다.묘향산 칠성봉,팔영산 칠성봉,설악산 칠성봉,제천의 칠성봉 그리고 대둔산의 칠성봉은 이름 자체로도 일곱 봉우리가 별이고 성인이리라.

 칠성봉을 보기위해서 이 코스를 택한 나는 전망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겸재가 그린 산수화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 것도 잠시,전망대를 비워야했다.뒤 이어 계속 올라오는 인파에게 자리를 넘겨준다. 

 

 

 

 

 

 

 

 

 

 

 

 

 

 

 

 

 

 

 아쉬운 마음을 안은 채 전망대를 내려와 마천대를 향한다.대둔산은 한국명산중 6위라든가,8위라든가.봄갈,여름,겨울할 것 없이 산객들의 사랑을 듬북 받고 있으니 명산임에 틀림없을 것이다.명산에 인단풍이 들었다.나무도 울긋불긋,산객도 빨강 노랑색으로 치장하고 하늘도 파랑으로 물들었다.마천대 정상은 만원이다.발 디딜틈이 없다.조심조심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속계 또한 선계다.산 정상에 서면 왜 마음이 너그러워지는가.아니 산정에 들면 왜 마음이 평화로와 지는가.세속의 티끌을 한 줌의 바람으로 날려보낸다.내 안의 속된 욕망도 산은 화해와 용서를 설하며 버리고,비우라고 가르친다.칠성봉의 우람한 기개를 닮으라고,하심(下心)을 실천하라고 하던 푸르른 10월의 끝날은 그렇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