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겨울 내내 열매 달아 놓고 새들의 방문을 유혹하는 전략가 / 쥐똥나무

천지현황1 2012. 2. 3. 11:19

 

겨울 내내 열매 달아 놓고 새들의 방문을 유혹하는 전략가 / 쥐똥나무

 

옛날엔 생울타리용으로 탱자나무나 사철나무 그리고 측백나무를 많이 심었습니다.내가 다닌 시골 초등학교 울타리도 탱자나무와 측백나무 생울타리로 기억됩니다.탱자나무 울타리엔 개구멍을 낼 수 없었는데,그 옆 어린 측백나무 울타리엔 여러 개의 개구멍을 냈지요.동무들과 장난치고 술레잡기 놀이하며 드나들던 그 개구멍이 그립습니다.지금은 탱자나무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최근에 탱자나무는 창경궁에서 궁궐에 사는 나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고 반가운 마음에 가시를 한 참 동안이나 만지작거리기도 했습니다.지금 이 순간에도 탱자를 떠 올리니 입안에 신맛이 돌아 침이 고입니다.

 

요즘엔 도로변에 쥐똥나무를 심어 생울타리용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내가 사는 동네 공원에도 쥐똥나무 울타리를 해 놓았습니다.예쁘게 단장한답시고 전지 가위로 싹뚝 위를 잘라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전지 가위는 쥐똥나무만 못살게 구는 게 아니네요.조금 떨어져 가꾸어진 학교 담장용 죽단화 울타리에도 어김없이 얼차례가 가해졌습니다.왜,자연스럽게 가만 두지 못하는지.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은 어리석고 무모하기만 합니다.

 

 

 

 

쥐똥나무는 열매의 크기와 색깔이 쥐똥을 닮았다하여 '쥐똥나무' 라고 부릅니다.쥐똥나무로선 억울할만 합니다.예쁜 꽃에서 좋은 향을 선사하는데도 동그란 열매가 뭘 닮았다고 해 내 이름을 쥐똥나무라고 했느냐고 항변도 해 봄직하지만,그는 이름을 탓 하지 않습니다.김종태 시인이 시어로 쥐똥나무를 위로했습니다.'...(중략)..쥐똥때문에 네가 구겨지는 것이 아니라/네 이름 때문에 쥐똥이 향기로와지는 거란다.'그러고보니 쥐똥나무는 겨울 내내 열매를 달아놓고 새들의 방문을 유혹하는 전략가였습니다.강우근의<들꽃이야기>에서 쥐똥나무를 '겨우내 아껴가며 따 먹는 참새 밥'이라 했겠습니까?그는 추위가 심하면 잎을 다 떨어뜨리지만,어느 정도 견딜만한 추위면 겨울에도 드문드문 푸른 잎을 달고 겨울을 난다고 쓰고 있습니다.그러나 쥐똥나무는 늦봄에 꽃 피고 겨울에 낙엽집니다,쥐똥나무와 비슷한 상동잎쥐똥나무나 왕쥐똥나무는 반상록성 식물입니다.이들은 따뜻한 남쪽에 삽니다.그가 본 상황은 반상록성의 위 두 종류의 쥐똥나무를 본 것을 기술한 듯 싶기도 합니다.또 다른 유사종으로 광나무가 있는데 열매가 쥐똥나무와 비슷합니다.잎이 타원형으로 두껍고 여름에 꽃이 핍니다.겨울엔 상록으로 푸른 잎을 달고 있어 쥐똥나무와 헷갈리기도 하지요.지난 가을에 산 속에서 2m 쯤 크기의 자생하는 쥐똥나무를 만났습니다.동네나 도심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자라는 쥐똥나무와 판이하게 달라 보였습니다.잎에는 윤기가 나고 큰 키에 싱싱한 모습이 다른 식물로 보였습니다.역시 인위적인 간섭 없이 자라는 나무가 자연스럽고 때깔이 납니다. 

 

앵두나무의 열매는 붉습니다.반면 쥐똥나무의 열매는 익으면 검습니다.여름철 대표적 색상은 연록색입니다.숲과 나무가 모두 연록의 빛깔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요.앵두는 여름 바탕색 초록에 가장 눈에 잘 띄는 빨간색을 보색으로 선택했습니다.마찬가지로 쥐똥나무도 가을 바탕색인 갈색의 보색으로 검정색을 선택했습니다.색,향,바람으로 벌 나비를 불러 모아 수분을 하고 그 생식을 유전합니다.과육있는 열매의 나무는 새가,각질 있는 열매의 나무는 동물이 매개체가 되어 생식을 돕고,단풍나무처럼 날개를 이용해 바람과 소통하는 나무의 생존전략이 너무나 놀랍지 않습니까.숲과 나무가 인간에게 가르쳐줍니다."인간들아,너희들이 진정으로 만물의 영장이더냐? 제발  우리들의 겸손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을 배워라".자연이 주는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