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껴,말껴?
* 2012.03.23 / 집(07:40)-마방 옆 위례길 들머리 객산-벌봉-남한산성 봉암성문-제3암문-현절사-산성 로타리 주차장(14:20)
봄비가 어제부터 제법 내렸다.기상예보로는 오늘 아침부터 날이 갠다고 했는데,새벽 창 밖엔 보슬비가 내린다."갈껴,말껴?"곤히 자는 아내를 흔들어 깨워보지만 그녀는 요즘 일주일째 병원 통원치료 중이라 오늘은 쉬고 싶은가 보다.오늘 일정이 빽빽하게 잡혀 있었다.친구 아들과 딸 결혼식이 두 군데 그리고 숲연구소 21기 전문가 과정 입학식,이렇게 세 군데 행사 스케줄이다.몸은 하나인데 들려야 할 곳은 세군데라 고심 하던 중 결혼식장엔 축의금 전달만 시키고 연구소 입학식에 격려차 참석하기로 마음을 정했다.그런데 막상 어제까지 연구소측으로부터 초대장이 오지 않는다.초대 받지 않은 손님으로 참석하여 후배 기수를 격려해주는 것도 멋적은 일일게다.그래서 참석을 포기하고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우산과 비옷을 챙기고,보온병에 커피 한 잔을 담고 마방 옆 위례길 들머리로 입산한다.한 달여 전에 객산까지 갔다가 선법사로 내렸던 길이다.이곳을 들머리로 하면 남한산성 벌봉까지 대략 7km쯤 되는 거리다.들머리에 들어서며 우산 대신 비옷으로 갈아 입고 능선 길을 걷는다.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고 안개비가 되어 산허리를 넘나든다.생강나무도 꽃눈과 잎눈이 많이 부푸어 올라있다.물오리나무 가지도 오늘따라 수꽃눈이 축 늘어져 대롱대롱거린다.소나무 숲 사이로 안개비가 지나가며 운치를 돋운다.
객산에 다달았을 때 쯤 산 언저리에 눈이 보이기 시작한다.간밤에 내린 비가 고도가 높은 산에선 눈으로 내렸나보다.때마침 비가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이윽고 눈으로 변해 흩날린다.등로를 두리번거리며 혹 꽃눈이 부풀어 올라 개화 준비를 하는지 살피느라 발걸음이 느리다.
개옻나무
개암나무
노간주나무
피나무
생강나무 꽃이 거의 만개하다시피 한 것을 처음으로 본다
의외로 능선길 곳곳에 신갈나무 군락이 많다
개구리바위
개구리바위를 지나자 설산이 나타난다
물박달나무도 눈을 뒤집어쓰고
올라갈수록 눈이 많이 쌓여 발복까지 빠진다
전망바위에서 바라 본 검단-용마산 능선 마루금
일본잎갈나무도 흰눈으로 치장하고
노린재나무
아까시나무
생강나무
물푸레나무
층층나무
쪽동배나무
서어나무
서어나무
물푸레나무가 도장지를 잔뜩 달고
푼지나무
하산 길에 숲친구를 만났다.약속하지도 않았는데 숲이 좋아 숲길에서 만나니 반갑다.둘이 열두광주리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현절사 숲 길을 돌았다.그가 알려 준 푼지나무를 만나 어찌나 반갑던지 여러 컷을 찍어둔다.돌아가는 길에 새끼 박새의 배웅을 받으며 산을 내려온다.숲 속 저쪽에서 눈 속에서 먹이를 찾던 고라니 한 마리가 우리의 인기척에 놀라 언덕너머로 줄행랑을 놓는다."난 너의 친구라고 생각하는데,넌 아직도 나를 친구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구나'.독백하며 산 길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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