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영양 일월산

천지현황1 2013. 10. 14. 15:57
영양 일월산 (1,218.5m)

 

* 2013.10.14 / 용화리 아랫대티(11:25)-일자봉-쿵쿵목이-월자봉-윗대티(15:18)  

 

 

 

『곤륜의 정기가 해뜨는 곳을 바라 치닫다가 백두대간을 타고 남으로 흘러 동해 바닷가에 우뚝한 영산으로 맺히니 이름하여 일월산이다/ 후략...』경북 영양이 고향인 이문렬 선생이 쓴 일월송사의 첫머리다.일월산 정상석 뒷면에 일월송사를 적어놓았다.서울에서 영양 일월산까지는 257km로 무려 3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오랫만에 원거리의 지방명산을 가기에 마음도 달뜬다.우리를 싣고 가려던 중앙고속버스가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출발시각이 한 시간이 뒤로 밀려 8시에야 출발하게 되었다.먼 길을 가는데 한 시간을 까먹었으나,다행히 출발지에서 고장 수리팀이 도착하여 고쳤으니 망정이지 고속도로상에서 고장이 났더라면 큰 낭패였을 것이다.

 

산행 들머리에 예정시각보다 거의 한 시간이나 늦어 입산을 서둘러야 했다.산 초입에 들어서자 굿터와 기도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오래전 부터 이 산은 영적효험이 있어 무속인들의 굿터가 이어져 내려 온 모양이다.계곡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상갓집에서나 들을 법한 통음이 귓전을 때린다.작은 폭포 아래 놀기에 안성맞춤인 명당터에 돋자리를 깔고 남자 둘과 여자 한 사람이 앉아 기도를 드리며 한 남자가 크게 울부짖고 있다.'이 대명천지에 도대체 신이 어디 있다고 굿판을 벌리는지?'으아한 생각은 차라리 연민으로 바뀐다.그들은 그들 나름의 위로가 필요했을 것이다.요즘 유행어로 힐링이 절실히 필요할지도 모른다.기도가,굿이 그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고 치유된다면 그 나름의 효험이 있을 것이다.내가 결코 그들의 신앙생활을 비난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산행 등로가 잘 정비되어 있질 않아 우린 계곡을 지그재그로 몇 번이나 건너며 앞을 가로막는 다래덩굴을 헤치며 올라야 했다.궁궁이가 산방상 우산모양으로 열매를 맺고 계곡에 서 있다.윗 잎은 퇴화되어 나룻배 모양으로 잎집을 달고 있다.관중과 고사리류가 옹기종기 모여산다.참꽃마리가 넓은 잎에 환주맥을 그려놓고 길손을 맞는다.계류소리가 끝날 때 쯤 60도쯤 되는 된비알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오랜만에 긴 된비알을 만났다.아마 한 시간여를 숨을 몰아쉬며 올랐나보다.신갈나무 숲 사이로 하늘이 보이더니 드디어 일자봉에 올라섰다.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이곳에서 해맞이를 하는 모양이다.툭 터진 동쪽은 산줄기가 켜켜이 쌓여 있고 그 너머엔 동해바다가 있을 것이다.

 

서둘러 도시락을 까먹는다.후미팀도 합세하여 점심판을 벌린다.식사후 정상행사를 치루고 선두팀은 월자봉을 돌아 윗대티로 하산하기 위해 길을 서두른다.후미팀은 계곡길을 따라 곧장 윗대티 지름길을 택해 내려가기로 한다.쿵쿵이목을 지나 월자봉으로 가는 산길은 유순하고 걷기에 좋은 길이다.정상부근의 단풍은 물들기 시작했으나,때깔이 곱지 않다.벌써 산정은 가을이 저만치 달아나고 있었다.일월산은 일자봉과 월자봉을 멀리 마주보며 품고 있다.이문렬 선생의 말대로 해 뜨는 곳을 바라보며 치닫다가 우뚝 이 자리에 명산이 된 모양새다.준족들의 걸음이 산행 예정시간을 한 시간 30여분이나 앞당겼다.상경길에 풍기에 들러 저녁식사에 반주 한 잔을 들고 긴 귀갓길에 몸과 마음을 뉘인다.

 

 

 

 

 

 

 

산행사진

 

 

 

 

 

 

 

 

 

                   궁궁이

 

 

 

 

 

 

 

 

 

 

 

 

 

 

 

 

 

난티나무

 

 

 

 

 

 

일엽초

 

 

 

 

 

 

 

 

 

 

 

 

 

 

 

                   가시여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