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북녘의 가을은 냉큼 떠나가고 / 화천 두류산 ( 頭流山 * 993m )

천지현황1 2014. 11. 16. 20:00

북녘의 가을은 냉큼 떠나가고 / 화천 두류산

 

* 2014.11.16 / 교통통제소(09:35) -920봉 -헬기장 -두류산 -상수도보호지역 -두류산건강원 주차장(13:25) .(6Km * 3시간50분)


산행대장이 차 안에서 두류산을 설명하면서 금강산 가던 신선들이 이 산에 반해 잠시 머물고 간 절경이라고 얘기한다.기대가 된다.얼마나 머물만한 절경인지.사실 이 산은 6•25 전쟁 전에는 북한 땅이었다.두류산은 한북정맥 상의 최전방인 대성산(1175m)을 마주하고 있다.정상에 이르기 전 920봉에 올라서니 남서방향으로 사창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북쪽으로 대성산이 코 앞에서 손짓한다.

북녘의 가을은 냉큼 떠나가고 그 자리에 초겨울이 들어 앉았다.간밤에 내린 무서리가 산길에 듬성듬성 나타난다.무서리 옆 낙엽 속엔 노루발과 처녀치마의 푸른 잎이 고개를 빼꼬롬하게 내민다.들머처음부터 된비알이다.정상까지 2.5km밖에 되지 않는 거리지만 거의 두 시간을 올랐다.여기서 북녘이 멀지 않은데 언제쯤 묘향산이랑 가 볼 수 있을까하고 상념에 빠진다.아마 머지않아 희망사항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그 때가 오면 제일 먼저 묘향산을 찾으리라.

 

내림길은 백마계곡으로 내리려던 계획이 수정되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내린다.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길을 조심조심 내린다.귀갓길에 광덕고개를 지나오며 지난 날을 추억한다.정작가는 지난 주에 통화를 했다.그런데 동두천 윤님은 어느 하늘아래 숨었는지 소식이 없다.10여년 전 함께 산행하던 동무들이 갑자기 생각났다.무소식이 희소식이겠지.

 

 


 

  

처녀치마

 

  

'짖꾸진 총각들은 가끔 내 치마를 들추고 달아나기도 해요' / 내 이름이 '처녀치마'거든요.

숲 속 한적한 소로에 '처녀치마'가 나무 쉼터 아래 다소곳이 앉아 있다.길다란 잎을 땅에 붙인 채 명상에 잠긴 듯 한 표정이기도 하다.이 친구는 이른 봄 10cm 안팎의 꽃대에 흰꽃,보라꽃을 매단다.두어달 뒤 줄기 끝의 열매는 약 2천개의 씨앗을 만들어 퍼트린다. 

우리는 산야에서 또는 무덤가에서 고개 숙인 할미꽃을 많이 봐 왔을 것이다.할미꽃 하면 고개 숙인 모습이 떠 오른다.이 꽃도 제비꽃들과 마찬가지로 열매가 익으면 한국의 엄마처럼 제 본능을 발휘한다.바로 숙였던 꽃대를 종족 번식을 위해 곧게 세우고 씨앗을 멀리 멀리 떠나 보낸다.식물의 종족번식 생존전략이 경이롭다.

 

 

창고사진 / 남한산성 12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