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여행

동남아 여행기

천지현황1 2005. 7. 26. 12:18
 

동남아 여행기      

                                    백만 불짜리 홍콩야경


오랜만에 리프레시 휴가를 얻었다.아내와 동남아 4개국 여행을 계획하고 짐을 꾸렸다.새벽 5시에 짐을 챙겨 우리 식구 셋은 진눈개비 내리는 길을 달려 인천공항으로 향한다.딸아이는 한 달 전에 귀국하여 방학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비행기 시간이 비슷하여 함께 공항으로 간다.우린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그리고 태국을 7일간의 여정으로 여행길에 오르는 길이다.공항 로비에서 딸아이와는 손을 서로 흔들면서 작별한다.이번 패키지여행에 같이 가는 일행은 규0이네 가족 네 사람과 우리 둘로 단촐하다.규O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공항엔 눈이 쌓여 홍콩행 캐세이 퍼시픽 417기는 예정시간 보다 한 시간쯤 늦게 이륙한다.홍콩까지 3시간20분쯤 걸린다는 기내방송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 밖으로 푸른 창공이 시야에 들어온다.부부가 직장관계로 함께 여행하기가 쉽지 않다.몇 년 전 괌, 싸이판 여행 후 오랜만에 함께 하는 해외여행이다.아내는 방학 때마다 동료교사들과 대만, 미국, 유럽5개국, 호주 등 자주 여행을 한다.나도 아내와 별도로 직장에서 일본 유럽 등을 다녀왔다.그런데 이번엔 큰 맘 먹고 아내와 함께 여행하니 아내도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사는 게 무엇인지? 저토록 좋아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행복이 거창한 것이 아니다.단순하면서도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됨을 왜 이제야 느낄까?


새벽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배가 제법 출출하다.기내식이 나오자 와인 한잔을 입술에 터치하니 맛 또한 일품이다.졸리는 눈을 크게 뜨고 조정래의 <한강> 제8권을 읽기 시작했다.한참 만에 비행기 바퀴 내리는 소리에 책에서 눈을 뗐더니 벌써 홍콩 공항이다.공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청마대교를 건너 홍콩섬으로 들어섰다. 안내를 맡은 신O민님은 자기 소개를 한 뒤 홍콩의 역사, 지리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을 했다.길가에 보이는 아파트의 모습들이 8평에서 15평쯤 되는 낡은 아파트의 모습은 우리나라 잠실1단지와 흡사하다.그 사이에 시내 중심가엔 고층빌딩들이 키 재기를 하듯 줄지어 서 있다.빅토라아만 해중터널을 지나 해양공원을 관광했다.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보는 홍콩섬의 해안선은 아름답다.해양수족관엔 각종 상어와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유유히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이 마치 수중 궁궐을 보는 듯 하다.


시내 식당에서 광동식으로 나온 저녁식사에 중국 고량주 한병을 청했다.병 라벨에 58도라고 적혀 있다.목구멍을 살짝 넘기니 갑자기 화상을 입은 듯 화끈거리는 게 기분이 환상적이다.일행인 석o기 교수와 나는 크-- 소리를 내며 큰 병 하나를 다 비웠다.규O이네 아빠, 석 교수는 서울 oo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가르친다.딸 귀O는 중학 2학년이다.부인과 함께 가족들이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한다고 한다.아이들에겐 여행이 얼마나 값진 체험인지 많이 보여주고 느끼게 하는 것이 좋다.우리 아이들은 해외여행은 자주 못 시켰지만,국내여행은 참 많이 했다.


홍콩은 낮과 밤이 아주 달랐다. 낮에 보는 시내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나, 홍콩의 야경은 백만 불짜리 감탄을 토해 낸다.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 본 야경은 두 개의 지역이 바다로 나뉘어져 있다.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건물 조명들이 환상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멀리 아파트 단지의 불빛 조명 또한 보석 알처럼 여러 광채를 선사하고 있다.피크트램을 타고 경사 42도의 비탈길을 내려오며 펼치는 건물들의 모습은 삐딱하게 쓰러져 가고 있었다.홍콩의 야시장을 들러보고, 홍콩의 첫 밤을 로얄파크 호텔에 맡겼다. (2003.01.27)      


                                    홍콩 윙타이신 사원


싱가폴로 출발하기 전에 우리 일행은 도교사원인 윙타이신 사원을 관광했다.윙타이신은 중국의 양치기 소년이다.15세때 병을 고칠 수 있는 기술을 배워 어려운 이웃들에게 의술을 베풀어 많은 숭앙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허준 선생에 견줄만하다.많은 중국계 홍콩인들이 사원에서 향불을 사르고 돼지, 닭, 과일 등 많은 제수를 준비해 와 각자의 소원을 빌고 있다.이처럼 건강뿐 아니라 사업상 어려울 때도 이 사원을 많이 찾는다. 아내와 나도 그들의 틈에 끼어 향불을 살랐다.사원 옆 정원을 산책하며 진한 향 내음에 한참을 취했다.색다른 문화 체험이었다.간절히 빌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시내 중국 음식점을 찾았다.딤섬이라는 중국식 메뉴는 만두와 중국 짜장, 볶은 밥 등 푸짐하고 맛도 있다.중국인들이 식사 때 마시는 중국차는 맛이 담백하다.옆 사람이 차를 따를 때 예의로 본인은 손가락으로 찻잔 옆 식탁을 두드린다고 가이드가 알려준다. 점심식사 후 구룡 시내 관광을 한 후 일행은 공항으로 옮겨 싱가폴 행 CX 711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는 세 시간 정도 적도상공을 39,000 피트 높이로 나른다.창밖엔 구름세상이다. 적도부근이라 태양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다.멀리 싱가폴 창이 국제공항이 눈에 들어온다.공항 문을 막 나서자 후덥지근하고 습한 여름 날씨가 더운 나라에 온 것을 알린다.한 두 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현지에서 안내를 해줄 김O헌님과 가이드 견습생 김O경님이 우리를 호텔로 안내를 한다.가는 길에 가로수가 적당한 크기로 자라 그린씨티(Green-city)라 불릴 만 했다.가로수는 레인트리(비나무)가 많은데 싱싱한 잎을 자랑하고 있어 우리나라 5월, 신록의 계절을 연상케 한다.늦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콥손 오키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2003.01.28)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호텔에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후 버스는 우리 일행을 싣고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로 향했다.조호바루는 휴양도시로 아랍어로 진주란 뜻이다.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룸플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싱가폴과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싱가폴로 일 나오는 말레이들의 얼굴에서 가난과 궁핍을 읽었다.말레이시아는 동쪽 보르네오에서부터 서쪽 말레이 반도까지 33만 평방 km (남한의 3.4 배정도) 크기다.인구는 약 2,000 만명 정도이다. 원유나 주석 등 지하자원이 풍부하나,먹거리가 많아서인지 국민들이 좀 게으른 편이란다.회교국가로 우리나라 80년대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싱가폴에서 조호바루로 가기 위해서 우리는 이민국에서 신고절차를 밟았다.관광객은 그리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이민국 건물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싱가폴이고, 다른 한쪽은 조호바루인데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고,한쪽은 여유롭게 보이고,다른 한쪽은 게을러 보인다.내 편견일까?


조호바루로 가는 길엔 큰 송수관 세 개가 나란히 동행하고 있다.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송수관 두 개는 값이 싼 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물을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폴로 수송하는 관이고,다른 한 개의 수송관은 들여온 원수를 가공 정제하여 다시 말레이시아로 비싸게 파는 비싼 물이 흐르는 송수관이다.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이 없어 자기가 값싸게 판 물을 다시 비싸게 사 먹다니,참으로 아이러니칼하다.


버스를 타고 시내관광을 하고, 회교사원과 깜풍 마을 일반가정집을 둘러보았다.공동묘지도 보았다.가이드 왕서방의 설명에 의하면 말레이들의 매장문화는 독특하다.운명한지 24시간이내에 알라신을 향해 머리를 비스듬하게 향하고 매장된다나...... 왕족의 무덤과 서민의 무덤이 서로 이웃하고 있는데 빈부의 격차는 사후에도 나고 있었다.오는 길에 현지인의 전통 춤을 추는 쉼터에서 잠시 쉬었다.여인 둘과 총각 한사람이 손수건을 흔들며 팔 다리를 흔들어댄다.한 참을 추더니 일행 중 나를 지목하더니 같이 추자고 한다.이십 여명의 관객 앞에서 나는 흥이 난 것처럼 열심히 그네들의 춤을 따라 추고 기념 사진 한 장을 박았다. 


버스 속에서 나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두 나라를 계속 비교하며 그 차이를 찾고 있었다.한 곳은 영국령으로,다른 한 곳은 네델란드령으로 식민지 생활을 했다.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싱가폴은 이광요 수상이 장기 집권은 했지만 그런대로 발전의 발판을 이뤄냈고,말레이시아는 이광요 수상 보다 통치력이 좀 떨어지는(?) 위정자가 목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내 머릿속에선 리더는 한 조직에 있어서 참으로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차는 벌써 국경을 넘어 싱가폴로 귀환하고 있었다.                (2003.01.29)  

 

 


                                        몽고리안 바베큐


우리 일행은 조호바루에서 돌아와 주롱새 공원으로 갔다.공원에서 새들의 유희를 구경하고 모노레일을 타고 8,000 여 마리의 새들이 서식하는 곳을 둘러보았다.자연 그대로를 재현했다고는 하나 인공적인 냄새가 곳곳에 난다.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할 새가 인공적인 새 공원에 들어와 관광객과 더불어 살고 있었다.


일행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섬으로 간다.인공섬인 센토사섬에 있는 수족관을 구경했다.홍콩 수족관은 나선형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는 반면,센토사섬 수족관은 원통형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어 각기 특이하다.원통형 수족관엔 톱상어,각종 열대어, 해마 등 수 만 마리가 충돌 없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다.어떤 상어는 나한테 살짝 다가와 자기가 살던 고향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고 사라진다.우리나라에도 63빌딩 수족관과 코엑스 아쿠아리움 수족관이 유명하다.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몽고리안 바베큐 요리를 먹었다.특히 이곳은 손님이 양고기, 닭고기나 소고기를 먹을 만큼 선택해 자기가 좋아하는 소스를 곁들여 그릇에 담아 젊은 주방장한테 건네준다.그러면 주방장은 뜨거운 철판에서 1m나 되는 나무젓가락을 이용하여 요리조리 맛있게 구운 뒤 폼 나는 제스쳐를 해가며 그릇에 실수 없이 담아 건네준다.양고기를 여러 양념과 섞어 구운 바베큐는 육질이 연해 좋았다.반주 한잔이 간절한데 옆 자리에 앉은 아내의 핀잔이 두려워 꾹 참았다.  (2003.01.30)

 

 


                                   한잔의 추억, 싱가폴 슬링


싱가폴에서 옵션 관광 상품으로 US100불을 내고 나이트투어(트라이쇼와 리버보트)를 선택했다. 트라이쇼는 100여 년 전에 싱가폴의 교통수단으로 인력거 옆에 자전거가 붙어 있다.우리나라 옛날 영화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자전거 대신 오토바이가 붙어 있는 것으로 기억한다.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인력거기사는 아내와 나를 태우고 부기스정선 야시장을 출발하여 대로를 한참 달린 후 리틀 인디아라고 불리는 인도인들이 사는 거리를 지난다.3,40분간 타고 가는 거리엔 마침 퇴근시간과 겹쳐 교통 혼잡을 이루고 있다.관광 상품이라 그런지 자동차 행렬들이 많이 양보를 해준다.우리나라에도 만약 이런 상품이 있다면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까하고 생각하니 스스로 웃음이 앞선다.짜증스런 시민들의 모습, 조롱하는 모습, 미친  놈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귓전에 다가온다.


인력거 기사가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조금 할 줄 안다고 하니 이곳저곳을 설명하며 도교사원과 중국사원도 구경시켜준다.자기는 말레이계 홍콩 인이라고 소개하며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파트타임으로 인력거 기사노릇을 한단다.그는 특히 한국 축구 팬이라고 하며 안정환, 홍명보, 황선홍을 좋아한다고 하며 아시아에서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펼쳐 보인다.외국인이 한국 축구를 칭찬하며 흥분하는 모습에 내가 칭찬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아내와 나는 좁은 인력거 안에서 살을 맞대고 웃고 떠들며 데이트를 즐겼다.친절한 기사에게 1불을 팁으로 건네니 고맙다고 웃는 모습이 순진하다.


일행은 다시 클라퀴로 가서 배를 타고 싱가폴 강을 따라 약 30분 동안 야경을 즐겼다.가까이 서 있는 머라이언 동상 입에서 품어져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와 고층빌딩과 아파트가 어울려 빚어내는 강변의 야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몇 컷을 찍었다.리버 보트를 끝내고 우리 일행은 유럽풍의 노천카페에서 맥주와 싱가폴 슬링을 시켜놓고 무명 가수가 들려주는 아리랑과 그 밖의 흘러간 노래를 들었다.손가방에서 팩 소주를 꺼내 싱가폴 슬링과 칵테일을 만드니 그 맛 또한 야경만큼이나 상큼하다.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싱가폴의 밤과 낭만을 즐기니 여행객의 피로가 한 잔 술에 녹아난다.         (2003.01.30)

 

 

 


                                      싱가폴 보타닉 가든


오늘 오후에 방콕으로 이동하므로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보타닉 가든을 찾았다.팜 트리, 고무나무, 행운목 등 눈에 익은 나무들이 가든 입구에 서 있는 데 Large Size가 아니라 Massive Size다.기후가 키를 그렇게 크게 키우나 보다.연못에 갓 피어난 수련이 살포시 내리는 빗방울을 연잎에 모으고 있다.홍련,백련이 섞여 피어 있는 자태가 자못 빼어나다.크고 작은 연잎이 둥근 쟁반 모양으로 테두리를 3 센티미터쯤 올려 막아 빗방울을 굴리고 있다. 


우리나라 함평 일로에도 10만평이나 되는 백련꽃밭이 있다. 재작년 초여름쯤 정읍에 사는 최원장 가족과 백련을 구경한 일이 생각난다.언제 백련 차 한 잔 마시고 싶다.24시간 동안 백련 꽃향기로 숙성된 차의 향기를 생각만 해도 황홀하다.꽃이 피는 초여름엔 백련 꽃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관광객과 갓 피어나는 청초한 백련 꽃 봉우리 터지는 순간을 잡기 위해 사진 애호가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보타닉 가든은 열대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키 재기하듯 자라고 잘 관리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었다.산책길 양편에 우뚝하게 서 있는 몽키 스팟 트리에는 몽키 바나나를 주저리주저리 달고 있다.한쪽엔 싱가폴 국화인 오키드가 뿌리를 하늘에 내린 채 꽃을 달고 떼로 서 있다.나무들의 키가 무지막지하게 커 벼락을 피하기 위해 피뢰침을 달고 서 있다.


빗속을 거닐며 아내와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며 산책하는 데 극락조처럼 생긴 꽃밭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명판엔 Mon Cherry 라고 쓰여 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소로 길을 거니는 데 싱가폴 다람쥐 한 마리가 인사를 한다.생김새가 한국산보다 세련미가 없다. 일반적으로 아열대 기후와 토양에서 자란 탓으로 식물은 한국산 보다 잘 생겼다.그러나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한국산이 월등하게 잘 생겼다고 말하며 우린 마주 보며 한 참을 웃었다. (2003.01.30) 

 

 


                                 별이 쏟아지는 곳, 파타야


어제 오후 싱가폴에서 관광을 끝내고 방콕으로 이동했다.공항에서 윤O호님과 현지인 미스터 숫밭이 우리일행을 픽업하여 대형 관광버스로 두시간거리에 있는 파타야로 안내한다.달리는 차 속에서 윤O호 님은 달변으로 태국의 700년된 스코타이 왕조의 역사, 문화, 사회를 넘나들며 쉬지 않고 설명을 해 댔다.차창에 비치는 도시와 시골 풍경이 낯설지 않다.수끼라는 전통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하는데 소주 한잔이 생각나 주문을 했다.한국의 슈퍼에선 한 병에 850원, 음식점에선 3,000원쯤 하는데 이곳에선 US12불이니 양주 값인 셈이다.아내의 제지를 들은 채 만 채하고 거의 25년 동안 즐겨온 반주를 타국 땅이라고 외면할 수 있겠는가? 보다 못해 아내는 웃어버린다.


저녁식사 후 세계 유명 건축물을 25분의1로 축소해 놓았다는 미니시암을 관람했다.내 노라 하는 유명 건축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태를 뽐내는 데  우리나라 남대문도 끼어 있다.에펠탑의 모습은 실물보다 현저하게 초라하다.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일행은 태국의 전통지압을 두 시간 동안 받았다. 발바닥에서 머리 끝 까지 각 경혈을 풀어주나 시원한 느낌이 든다.


오늘은 아침 일찍 서둘러 파타야에서 배를 타고 30분쯤 걸리는 산호섬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바다 한가운데에다 도크설비를 해 놓고 관광객들이 보트가 앞에서 끌고 긴 밧줄을 연결한 패라 세일링을 즐기는 모습이 장관이다.우리 일행도 배를 세우고 귀O와 나 둘이만 패라세일링을 즐겼다.나머지 일행은 우리가 패라 세일링하는 모습만 바라보고 후회했겠지. 낙하산을 메고 보트의 힘을 빌려 하늘로 비상하니 발아래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있고 도크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개미만 하게 보인다.나는 한 마리의 갈매기가 된 기분이다.한 참을 하늘을 나르다가 보트기사가 갑자기 바다 물에 첨벙 빠트렸다가 다시 하늘로 비상시킨다.짠 바다 물이 온 몸을 적셔 물에 빠진 한 마리 생쥐가 된 기분이 든다.도크에 착지하니 아내는 웃고 있다.


파타야의 산호섬은 한국 동해안의 조그만 해수욕장을 옮겨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한국인과 중국 관광객이 반반쯤으로 보였다.동남아를 여행하면서 거대하게 몰려드는 중국의 모습을 나는 보았다.실감했다.머지않아 거대한 중국의 힘이 서서히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아내와 나는 해변을 거닐었다.모래 감촉을 느끼며 벌써 몇 년 전이 돼버린 동해안 바닷가를 연상하며 마냥 거닐었다.아내가 바나나보트가 타고 싶단다. 물살을 가르며 한바퀴를 일주하고 착지에 오니 보트기사가 또 우리를  물에 퐁당 빠트려 바닷물에 두 몸체가 허우적거리다가 물위로 나와 박장대소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다.우리는 물에 빠진 서로의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웃어댔다. 물에 빠진 김에 우린 한참동안 수영과 파도놀이를 즐겼다.


산호섬을 나와 배에서 내리니 길바닥에 전시해 놓은 접시 사진 속에 낯익은 인물들이 보였다.아~ 파타야에도 몰카 (몰래 카메라)가 있구나! 한국말로 두 장에 4천 원 내란다.한국 화폐도 태국 관광지에선 통용이 된다. 호텔에서 팁도 US1불 대신 한화로 1천 원을 내면 된다.내 얼굴을 파타야에 놓고 올 수 없어 돈을 지불하고 그네들의 상술에 다시 한번 놀랐다.점심식사로 나온 타이하우스의 전통 태국 음식은 푸짐하고 입맛에도 딱 맞다.아내는 또 반주냐고 웃는다.

 

 

식사 후 우리는 농눅 빌리지 트로피칼 가든에 또 한번 놀랐다.에버랜드 두  배쯤 되는 면적에 어쩌면 그토록 정성 들여 가꾸어 놓았을까! 한 쪽엔 열대림이 빽빽하게 박혀있고, 다른 한 쪽엔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모습이 마치 동화나라에 와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귀국하면 가까운 시일 안에 에버랜드에 가 봐야겠다고 다짐을 해두었다.그런데 한국은 지금 한 겨울이 아닌가, 내가 적도부근에 있다 보니 우리나라 날씨도 여름으로 순간적으로 착각했다.


호텔로 돌아와 호텔 가든 레스토랑에서 생음악을 들으며 저녁식사를 했다.피곤해 하는 아내를 호텔 방에 남긴 채,석교수 부부와 가이드를 해준 최O주님과 윤O호님 다섯이서 해변 가 맥주 집에서 밤이 으슥하도록 얘기꽃을 피웠다.별이 쏟아지나 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초롱초롱 빛을 내며 파타야의 밤을 지키고 있었다. (2003.01.31)

 

 


                                      다시 가고 싶은 방콕


오늘은 음력으로 1월1일,구정이다.여행 1주전 형님 댁에 들러 구정 차례에 불참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미리 드렸다.해외에 나와 있으니 전혀 구정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아침에 일어나 간단하게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차례에 대신했다.아침 식사 후 버스에 몸을 싣고 방콕으로 귀환하는 길이다.가는 길에 파인애플 농장에 들러 막 따온 파인애플을 먹으니 싱싱하고 맛 이 좋다.주인이 구정이라고 대통에 찰밥을 서비스한다.다시 우리 일행은 Sriranka Tigers Zoo 에 들러 악어 쇼(Crocodiles Show)와 돼지 쇼를 인상 깊게 봤다.네 살 된 돼지가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척척해 낸다.그것도 사회자가 관광객에게 문제를 내게 하여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등 5개 국어로 통역하는 데도 100점을 받는다.돼지는 참으로 영리한 동물이다.갑자기 조지 오웰이 쓴 <동물농장(Animal Farm)>이 생각난다. 돼지들이 농장주에게 반기를 들어 쫓아내고 농장 사무실에서 동네 사람들과 포카를 하는데 창 밖에서 쳐다보니 돼지가 사람 같고,사람이 돼지 같다는 대목이 생각난다.


방콕 시내에 접어드니 라마9세 도로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온다.오른 쪽엔 리틀 도쿄라고 불릴 만큼 현대식 빌딩 숲이 보이고,왼편엔 다닥다닥 게딱지 같이 허름한 달동네 판자 집이 즐비하다.부와 가난을 라마9세 도로가 편을 갈라놓고 있었다.지구 어느 곳을 가 보아도 사람 사는 동네는 비슷한가보다.부자동네와 달동네가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 똑 같다.방콕의 트래픽 잼도 서울 못지않다.거리엔 투툭 택시(삼륜차)와 오토바이 택시가 많다.교통이 이처럼 혼잡한 데선 오토바이 택시가 유용할 것 같다.


혼잡한 시내 길을 방황하다가 왕궁에 입장했다.에머랄드 사원과 새벽사원을 관광했다.특히 새벽사원은 빼어나게 아름답게 조형되어 있다.한참을 아름다움과 정교함 그리고 건축물의 섬세함에 놀랐다.왕궁을 나와 일행은 보트를 타고 수상관광을 했다.TV에서 본 바로 그곳, 물위에 집을 짓고 생활하는 그 모습들을 현지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니 이상한 감회가 젖어든다.한 참을 내려가니 똑딱선을 타고 보트에 접근하더니 물건을 사란다.야자 하나를 20 바트 주고 샀다.야자밖에 살 물건이 없어 보였다.물위에서 사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이 애환으로 오버랩 되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렇게 일주일이 금방 지나갔다.내일이면 홍콩을 거쳐 귀국한다. 아내와 나는 주말이면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누빈다.여행을 퍽 즐기는 편이다.그런데 서로 직장 일 때문에 일정을 함께 하기가 여간 쉽지 않아 장기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다.이번 여행을 하면서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아내와 해외여행 스케줄을 꼭 잡기로 약조하였다.건강과 경제력이 뒷받침되면 실현될 수 있겠지.아내는 금년 여름엔 백두산을 가자고 한다.겨울 방학엔 동료 교사들과 내 허락도 없이 이미 지중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모양이다.내 허락(?)없이 과연 갈 수 있을까? 아내는 이번 여행을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결혼 26년 기념으로 태국산 블루 토파즈 메달을 하나 선물했더니 더욱 좋은가보다.아내의 감격해 하는 모습에서 행복의 연기가 피어오른다.    (200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