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망봉인가, 북망산인가? (포천 국망봉)
----------------------------------------------------------------* 2005.05.28 (토) / 최윤영님, 정중채님 부부, 정님, tdcyoun님과 함께
*국망봉 휴양림 앞(10:38)-사격장능선-800고지 헬기장-1050봉-개이빨산-국망봉-휴양림(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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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했던 철쭉꽃이 세상을 버린 지 얼마 안 된 산길엔 내 어머니가 환생하여 초록 옷 새 단장하고 된비알 오르는 당신 아들이 말 가 옷 정도 흐르는 땀을 식혀주려 노력하신다. 그러나 오늘따라 바람도 발뒤꿈치를 살며시 들고 가는지 고요할 뿐 흐르는 땀은 주체할 수가 없다.
산 벗인지 연인인지 헷갈리는 정인들의 산길 오르는 님들 숨소리엔 파도소리가 밀물되어 숨쉬고 가도 가도 된비알은 끝이 없다. 어제 여수 향일암으로 떠난 아내가 동행하지 않아 천만 다행이다.아마 그녀가 이 길을 오른다면 ‘국망봉’이 ‘북망산’이라고 독백했으리라. 내 어머니 산은 인자하다. 꽁지 빠진 당신의 며느리를 국망봉 산길이 험한지라 향일암으로 먼저 떠나보내셨겠지.
연장으로 며칠간 마신 술이 후회스럽다. 알콜이 체내에서 해방되어 기쁘다고 소리 지르나 다리는 풀리어 호랑나비가 된다. tdcyoun님이 얄밉다. 선두에 서서 동행인들의 체력 테스트를 하니라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냉정하게 된비알을 평지 걷듯 성큼성큼 올라챈다.
“그래 나도 생체나이는 40 이야” 최윤영 선배님의 독백이 바람 되어 귓전에 울린다. 대단한 젊음이다.된비알이 별 것 아니야. 선배님의 내딛는 걸음 따라 뱁새가 황새 발걸음 따르니라 몸이 무겁다. 이럴 땐 방귀라도 내 질러대면 몸이 좀 가벼울 듯한데 아내가 옆에 없으니 그렇게 뿡뿡대던 방귀도 숨어버렸다.
된비알을 40여분 오른 후에야 "5분 휴식"하고 수색조 소대장인 양 일성을 내지른다. 얼룩무늬 배낭이 얄밉다. 초보 산꾼 불러놓고 “흠, 내가 경기 북부 산지기요. 1,468m의 화학산, 1,267m의 명지산도 다 내 손안에 있소이다.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국망봉(1,168m)은 소년시절 전쟁놀이터였다오.”라고 윤님 얼굴엔 그렇게 씌여 있다.
앞으로 혹 다시 초대받는다면 3일전부터 술과는 입맞춤 말아야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세 번 다짐을 해 본다. 똥 싼 바지 입고 걷던 유년시절 걸음으로 엉기적 엉기적 오르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킥킥 웃음을 자아낸다.
천근만근 발걸음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거운지.
그래도 개이빨산을 찍고 다시 국망봉 정상에 서니 사방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광덕산에서 남쪽으로 한북정맥이 백운산과 국망봉을 거쳐 능선을 타고 운악산으로 치닫는다. 화악산과 명지산이 멀리서 우리 일행을 다음 차례로 오게나하며 따뜻한 눈길을 주며 웃고 있다. 그러나 응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장고에 장고가 필요할 듯하다. 그 산들도 국망봉처럼 된비알만 품고 있을지 몰라.하산주에 녹아 집 앞 현관을 막 들어서니 23시 35분인데 얄밉던 산행대장으로 부터 핸펀이 울린다.어떻게 귀신같이 귀가시간까지 체크할까(?). (200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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