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오리, 삼각산 문수봉에 서다 (삼각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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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06.05 (일) / 황금오리 부부 가족과 함께 (6인)
*산성매표소(08:50)-대서문-국녕사-용출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청수동암문-삼천사계곡-삼천사-구파발 전철역(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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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인 제임스’는 그의 저서, <우리는 너무나 복잡하게 산다>라는 글에서 ‘삶의 단순화’에 대해 피력한다. 삶의 규모를 줄이고 평온함을 추구하며, 복잡함을 떨쳐 버리고 동분서주하는 바쁜 삶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갖고 살자고 설파한다. 뭔가 쫒기는 듯한 요즘 바쁜 일상이 왠지 싫다. 그래서 주말을 그렇게 더욱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주말엔 훨훨 털고 산과 벗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단순한 삶을 동경하며 주위를 많이 정리했음에도 아직도 많은 물건과 생각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나를 보면 한심하기조차 하다.
일주일 전에 ‘따릉, 따르르릉“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정읍에 사는 절친한 친구 숫 황금오리가 일주일 후 서울에 유학 보낸 딸도 볼 겸 연휴 때 상경하니 산행이나 같이 하자는 반가운 전화다. 5년 전 쯤 인가. 필자가 산행에 막 취미가 붙어 주말마다 산과 벗 삼을 때 숫 황금오리 왈, “산에 올라가면 내려올 걸, 뭐 하러 그리도 열심히 산을 오르는가?” 하며 산과는 담을 쌓던 친구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진리의 말씀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시절은 춘하추동 사시로 변환하고, 인생은 생로병사로 돈다. 숫 황금오리의 취향도 변하는 걸 보며 세상만사가 변화하는 이치를 본다. 친구 부부는 1년 전부터 산행에 맛을 들여 지금은 매주 일요일마다 산행을 즐긴다. 매주 월요일이면 지난 일요일엔 불갑산을 다녀왔다는 등 전화로 자랑이 대단하다.
지난 가을
상경 시엔 검단산을 동행했다. 그 후 정읍에 내려가 내장산과 선운산을 함께 산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엔 친구에게 삼각산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에 일주일 내내 머리 속에 어느 코스로 산행 할까하고 궁리를 많이 했다. 백운대도 보여주고 싶고, 의상능선도 걷고 싶고, 산성 12성문
일주도 하고 싶고 일주일 내내 틈만 나면 어느 코스로 할 것인지 삼각산 산행코스를 점검했다. 최종 코스로 의상능선을 타고 문수봉에 올라 사모바위와 비봉을 거쳐 향로봉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잠정 결정을 내렸다. 그
코스라면 백운대, 노적봉 등 삼각산의 조망을 제대로 할 수 있고, 의상능선의 릿지 맛도 조금 가미 할 수도 있고 또 12 성문 중 다섯 성문은
볼 수 있는 코스라 최적의 코스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일요일 아침 구파발 역에서 만나 산성매표소를 들머리로 두 가족이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한다. 산행 하루 전에 갑자기 두 집의 딸 아이들의 동참이 결정되어 코스를 의상봉을 우회하는 코스로 변경한다. 의상봉 쇠줄 오름길을 버리고 대서문을 지나 범용사를 끼고 오솔길로 접어들어 국녕사 오름길로 접어든다.
국녕사 오름길은 한적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오르다 보니 국녕사 야외 부처님이 선정에 든 채 우리를
맞는다. 국녕사는 조계종 직할 교구인 조계사의 말사로서 1713년(조선 숙종 39년)에 세워진 사찰이다. 지금은 몇 년 전에 능인선원에서
야외불상을 조성하는 등 불사를 일으켜 현재의 국녕사 모습을 갖추었다.
국녕사의
모습은 전통적인 사찰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야외 부처님 뒷 편으로 유리관에 삼천여 점(?)의 작은 금불상이 안치되어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절 입구 산모퉁이엔 이 절에서 수행했던 한 고승, 한월당 대선사의 부도비가 덩그렇게 홀로 서
있다. 절집을 구경하며 잠시
흐르는 땀을 식히고 다시 의상봉 능선길을 오른다. 눈섶바위가 의상봉을 등에 업고 초록의 바탕색을 배경으로 적당하게 자리하며 국녕사를
내려다본다.
능선에 올라서니 용출봉의 바위 살갗이 신록에 묻혀있다. 용출봉 정상에 서서 삼각산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조망이다. 지리나 덕유의 품이 광대하다면 이 곳 삼각산의 풍광은 잘 다져진 미스터 코리아의 근육 같다. 노적봉의 단애가 수문장처럼 딱 버티고 있는 모습과 염초능선과 백운대의 정경이 한 폭의 진경산수화다.
황금오리 부부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용출, 증취, 나월, 나한봉을 넘는다. 딸 아이들도 문수봉 오름길을 잘도 오른다. 저것은 강아지 바위, 할매바위하며 설명을 해대는 필자는 마치 삼각산이 내 산인 양 해설이 길어진다. 문수봉 아래 암릉 길을 릿지하며 내려서면서 황금오리 부인이 한마디 한다. “아이구, 방광이 떨리네”. 오줌을 저린다는 뜻인지, 오금이 저린다는 뜻인지 표현이 의사(doctor)답게 고상하다.
문수봉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문수 암벽길을 버리고 사모바위를 향해 길을 걷는다. 연휴 때문인지 산객들이 멀리 지리산과 설악산의 너른 품을 찾아 갔는지 가뭄에 콩 나 듯 인파가 그리 많지 않다. 딸 아이 하나가 다리가 아픈가보다. 다리가 후들거린단다. 아이들 생각은 하지 않고 이번 산행코스를 너무 무리하게 길게 잡았다고 아내의 핀잔을 듣는다. 코스를 바꾸잔다. 그래 할 수 없이 비봉길을 버리고 삼천사 계곡으로 내려선다. 오늘만 날인가. 다음 산행 땐 백운대도 가고 염초봉 샛길도 가고, 진달래 능선도 보여 줘야지. 또 여우굴도 체험해보고... 삼천사를 둘러보고 땡볕을 걸어 기자촌 삼거리 왕순대집에 들러 오늘 하루 산행을 결산한다. (2005.06.05)
*산행사진 모음
▼ 국녕사 오름길에서
▼ 국녕사에서 삼각산을 바라보며
▼ 의상능선의 기암과 하늘에 뿌리내린 생명
▼ 피아노 바위를 내리며
▼ 문수봉 오름길
▼ 문수봉에서
▼ 삼천사 마애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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