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5 (토) / K 안내산악회를 따라
*남설악 흘림골 매표소(11:40)-여심폭포-등선대-등선폭포-주전골-선녀탕-용소폭포-오색약수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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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M 폴란 & 마크레빈이 함께 쓴 <2막>이란 책에서 작가들이 말하길 “성공이든 실패든 자기암시의 결과가 되돌아오는 것”이란 문장에서 오래전부터 생각해 오던 ‘자기암시’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를 가져본다.
그래서 버릇처럼 항상 사물을 긍정적으로 대하고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려는 마음가짐으로 50을 넘어서도 생활화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을 자신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긍정적인 자기암시를 해가며 사는 삶의 행태를 추구하려 몸부림친 날들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길에서 도(道)를 찾느니 차라리 산(山)에 가서 찾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영화나 부귀가 봄 날 꾼 꿈처럼 허망한 것을 젊은 날 그걸 붙들기 위해 무한경쟁 속에 자신을 몰아 세웠던 기억에 쓴 웃음을 짓곤 한다. 아마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인지 아니면 삶을 관조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건지, 그럴 땐 훌쩍 배낭을 꾸려 산으로 달려가는 자신을 본다.
# 어느 산꾼이 들려준 설악산 이야기 / 울산바위와 속초의 전설
설악 가는 차속에서 어느 산꾼이 전해주는 다음과 같이 재미있게 꾸며 하는 얘길 듣고 그럴 듯 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동해안의 속초(束草)라는 도시의 지명은 한자로는 묶을 속(束), 풀 초(草)자로 명명되어 있는데,
‘어느 날 금강산으로 전국의 기암 바위들의 총출동령이 내려졌는데 울산에서 커다란 바위 하나가 성큼성큼 금강산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단다. 그런데 이를 본 설악과 이웃해 있는 동네사람들이 그 바위가 하도 잘 생겨 풀로 새끼를 꼬아 발걸음을 설악에 묶어 두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그 동네 지명을 <묶을 속, 풀 초>자를 써 <속초>라 명명하고 그 바위 이름은 ‘울산바위’라고 이름 지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하는 어느 산꾼의 재미난 이야기를 옮겨본다.
아울러 그 산꾼은 산행 경력이 35년 되시는 분인데 다음과 같은 얘기도 들려주신다. “설악산의 비경을 다 구경하려면 42회는 설악의 품에 들어야하고, 지리산을 다 보려면 29회 정도 지리의 품에 안겨야 합니다.” 그만큼 산이 깊고 비경이 많고 장대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 설악은 단풍 유산객으로 초만원을 이루고...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길 정체로 한계령 꼬부랑 고개길을 가다서다를 반복하다가 11시 30분경에야 힘들게 올라선다. 버스에서 올려다 본 한계령엔 단풍이 곱게 색동옷을 입고 산님들을 맞이하고, 우측 칠형제봉의 봉우리들도 우릴 내려다보며 어서 오라 손짓한다.
흘림골 매표소엔 수많은 산객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린다. 한 줄로 가다서다를 반복하기를 몇 차례하고 나니 벌써 여심폭포에 닿는다. 우리 산하에 왜 그리 여심과 관련한 폭포가 많은지 잠깐 그 수를 헤아리다 이내 멋쩍게 웃음 짓는다.
흘림골은 20년간 자연휴식년제를 작년 10월에 끝내고 일반인의 품으로 돌아 온 남설악의 비경
골이다. 그러나 기대만큼 휴식년제의 혜택을 보지는 못한 것 같은 감이 들었다. 흘림골의 지명 유래가 궁금하다. 여심이 흘러내려서 흘림골인지,
여심폭포가 남성을 홀리는 골, 홀림골이 세월을 지나오며 흘림골로 발음이 변화 되었는지 나름대로 상상을 해보며 여심폭포에 눈길을 맞춘다. 실오라기
같은 물줄기가 휘감아치지만 내 마음을 홀리기엔 조금 부족한 듯싶다.
버스
차창에 그린 칠형제봉
여심폭포
# 신선이 오른다는 등선대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남설악 비경이...
등선대 전망바위에 오르니 남설악 조망이 압권이다. 남쪽으론 한계령이 계곡 안부처럼 자리하고 좌측으론 망대암산이 우측으론 설악 서북주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북동쪽으로 가까이 기기묘묘한 칠형제봉 기암이 서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며 어깨동무를 하고 있고 멀리 속초 시내가 산수화 속의 동화나라처럼 아련하다.
전망대에서 고개를 뒤로 돌리면 눈이 황홀하다. 삿갓봉의 만물상이 단풍과 어울려 그림 속에 불타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다. 전망대 방을 다음 산님들에게 빼주어야 함에도 비경을 즐기느라 한참을 머물다 아쉬운 발길로 안부로 내려선다.
(등선대에서 바라본 비경들)
삿갓봉의 장관
칠형제봉/ 멀리 속초가 아스라이 보이고
등선대에서 바라 본 한계령
삿갓봉의 만물상
# 계곡의 단풍이 기암과 어우러진 풍경들이 발길을 또 붙들고...
등선대 안부에서 산객인파로 10여분 꼼짝도 못하고 줄지어 서 있다. 한 산님의 치기어린 농 한마디가 귓전에 울린다. “가정은 누가 지키고 다 설악으로 모였나요?”
계단길을 내려서니 미끄러운 내림길이 산객들의 속도를 또 늦춘다. 등선폭포를 지나고 계곡엔 단풍과 기암이 어우러져 여기저기서 여성 산님들의 탄성이 난무한다. “와 ~ 멋지다”의 연발을 들으며 웃음 짓는 얼굴 모습에서 우리들의 작은 행복을 읽는다.
# 주전골 단풍은 아직은 절정이 아니지만...
천불동계곡의 단풍과 함께 주전골 단풍도 아름답다는 얘길 익히 들었으나 아직 절정을 이루려면
며칠 더 지내야 할 듯싶다. 선녀폭포는 흐르는 물줄기가 약하다. 비경을 즐기며 계곡 트레킹하는 맛이 상쾌하다. 계곡길 내내 기암이 적절하게
포진되어 있고 코발트색 하늘의 청명함을 배경으로 늠름하게 그 위용을 자랑하듯 우뚝 자리하고 있다. 외계인처럼 생긴 ET바위가 머리에 나무를
키우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주전골 계곡의 경치를 감상하며 내려오니 용소폭포가 물줄기를 내린다. 계곡사이엔 단풍과 어우러진 한 폭의 진경산수화는 감탄사를 자신도 모르게 내지르게 만든다.
올 가을 4주 연속 설악 비경을 탐하는 욕심을 내 보았다. 인파에 시달린다고 단풍철엔 꼭 핑계를 달아 설악 산행을 회피하던 과거 내 자신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설악 인파 속으로 뛰어든 자신의 변화에 조금은 의아해하며 다음 행선지 지리를 그리며 아쉬운 맘을 간작한 채 산을 내려선다. (2005.10.17)
(주전골을 내려서며)
외계인 ET 바위
용소폭포 앞 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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