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강물같은 인생

천지현황1 2006. 11. 15. 10:57

-강물같은 인생

 

흙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한강 둔치에 서면

흰 거품 입에 물고 검푸른 두건쓰고 떠내려가며

살려달라는 처량한 비명을 들을 수 있다

 

도대체 삶이 무엇이길래

누구나 가는 길을 그토록 애원하며 슬피 떠날까

 

어느 강물은 인생을 닮았다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맑은 물로 태어나

북한강을 굽이굽이 지나

팔당댐에서 폐오수와 몸을 섞어 진탕 놀더니

떠나기가 서러운 듯 슬픈 울음으로 통곡하며

이내 체념한 듯 한강수되어

머나 먼 고향 바다로 떠내려간다

바다에서 구름 안개되어 이무기와 함께 승천하더니

동트는 새벽 지나 살며시 여우비로 되돌아온다

 

어느 인생도 그 강물을 닮았다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맑은 영성을 갖고 태어나

꿈 많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타락과 부패와 타협하다가

옳은 듯 그른 듯, 기쁜 듯 슬픈 듯 고개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후회를 안고

참회의 길손되어 유랑길 떠나나보다

고뇌의 강 건너다가 탁한 혼 세탁하고

황혼녘 실바람 타고 어머니 자궁 속에 윤회하듯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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