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같은 인생
흙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한강 둔치에 서면
흰 거품 입에 물고 검푸른 두건쓰고 떠내려가며
살려달라는 처량한 비명을 들을 수 있다
도대체 삶이 무엇이길래
누구나 가는 길을 그토록 애원하며 슬피 떠날까
어느 강물은 인생을 닮았다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맑은 물로 태어나
북한강을 굽이굽이 지나
팔당댐에서 폐오수와 몸을 섞어 진탕 놀더니
떠나기가 서러운 듯 슬픈 울음으로 통곡하며
이내 체념한 듯 한강수되어
머나 먼 고향 바다로 떠내려간다
바다에서 구름 안개되어 이무기와 함께 승천하더니
동트는 새벽 지나 살며시 여우비로 되돌아온다
어느 인생도 그 강물을 닮았다
산골짜기 옹달샘에서 맑은 영성을 갖고 태어나
꿈 많은 학창시절을 보내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타락과 부패와 타협하다가
옳은 듯 그른 듯, 기쁜 듯 슬픈 듯 고개 갸우뚱거리다가
이내 후회를 안고
참회의 길손되어 유랑길 떠나나보다
고뇌의 강 건너다가 탁한 혼 세탁하고
황혼녘 실바람 타고 어머니 자궁 속에 윤회하듯 되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