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검단산 칼바람 속에 겨울이 냉큼

천지현황1 2006. 12. 2. 16:49

-검단산 칼바람 속에 겨울이 냉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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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2.02 (토)  나홀로

*  안창모루(10:10)-유길준묘소-555봉-검단산 정상- 헬기장-호국사-에니메이션 학교(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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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하 6도, 체감온도 영하 10도라는 기상 캐스터의 일기예보 방송을 듣고 아파트 발코니에 서서 검단산을 바라본다. 정상 부위에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서울엔 눈이 온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내리지 않았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겨 집을 나서는데 바람 끝이 꽤 차다. 도롯가 낙엽이 바람에 이리 저리 몸서리치는 모습을 보니 이미 초겨울에 접어 들었음을 느낀다.

 

 안창모루 들머리엔 눈발이 하나도 없다. 조금 올라가니 소나무 가지에 흰 눈을 달고 솔향을 품어댄다. 바람 끝이 어찌 찬지 털모자의 귀막이를 내려 귀를 덮자 조금 추위가 덜하다. 유길준 묘소 깔닥고개를 오르는데 몰아치는 바람으로 얼굴은 얼어 가지만 이마에선 송글송글 땀이 밴다.

 

 안부에 오르니 여기부터 낙엽을 다 떨군 떡갈나무와 소나무 가지에 눈꽃이 피어 있다. 등로는 어찌 미끄러운지 아이젠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앞서 오르는 산객도 엎어지고, 내려가던 산객도 엉덩방아를 찧는다. 오늘도 전망바위 오름길의 검단산 세한송은 눈을 뒤집어 쓰고 독야청청 그 자리에 오똑 서서 길손을 바라본다.  언제 보아도 그 모습이 위풍당당하다. 

 

 팔당호수에서 잠시 머물던 한강수는 팔당댐을 들러 멀리 멀리 제 고향 바다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중일텐데 움직임이 전혀 없이 풍경화 그림 속의 소재가 되어 편안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 앞 산 예봉산은 봉우리에 흰 눈으로 치장하고 길손을 바라본다.

 

 미끄러지는 등로를 조심조심 올라 정상에 섰다. 정상은 산객으로 만원이다. 기념촬영하는 산님, 추위를 잊으려고 정상에서 파는 동동주 한 잔을 하는 사람, 집에서 따끈하게 타온 커피를 마시는 부부, 어느 모임에서 온 일행들의 떠들썩한 동료 이름 부르는 소리 등으로 정상의 정경은 어지럽고 소란하다. 그 소란 속에 청설모 몇 마리는 간식을 얻어 먹을 요량으로 눈 밭 속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검은 머리 박새도 산객이 주는 먹이를 얻으려고 손바닥까지 날아와 모이를 물고 간다.

 

 팔당 호수 속의 마현마을은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묘소를 품은 채 말이 없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18년 강진 유배를 마치고 터벅터벅 고향 찾아 돌아 오시는 선생의 남루한 모습을 회상해 본다. 돌아 오는 길에 어디메쯤에서 날이 저물어 주막에서 하루 밤을 묵는데 주막집 방 벽에 당신의 형, 정약전이 지은 자산어보(현산어보)가 낱장으로 뜯겨 도배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이 아리고 쓰리셨을까? 

 

 한 참을 회상하다가 목덜미를 파고 드는 칼바람을 의식하고 산을 내린다. (2006.12.02)

 

 

 

* 산행사진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