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 두향과 이퇴계의 사랑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단양 제비봉)
-명기 두향과 이퇴계의 사랑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단양 제비봉)
-- -----------------------------------------------------------------------------------------------------------------------* 2007.12.02 / 오륜산악회 제778회* 구미마을 어름골식당(09:20)-암릉-제비봉-장회나루 매표소(12:10)--------------------------------------------------------------------------------------------------------------------------
(창고사진 / 2005.02.12 촬영)
구미마을 어름골식당을 들머리로 삼는다.가파른 능선길을 오르며 지난 세월 속으로 타임머신을 탄다. 제비봉이 발아래 충주호의 푸르른 물을 머금고 우뚝 섰다.벌써 초겨울을 잉태하는 듯 삭풍을 일군다.구름이 잔뜩 낀 하늘도 오늘따라 왜 이리 운치를 더하는지. 맑은 조망이 아쉽긴 하다.산은 이미 물을 건너 뛰었다.정좌하여 천하절경 수태극을 내려다본다.산은 지난 세월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 말이 없다.다만 말목산 아래 묘 하나를 바라 본다.단양군 장회리와 두항리에 제비처럼 날아가는 형상을 하고 서 있는 제비봉이다.오늘도 두향 묘를 바라보며 나그네로 하여금 오백여년 전의 옛 풍광을 그려낸다.
충주 장회나루에 가면 짙푸른 호수 건너편 말목산아래 산자락에 아담한 묘 하나가 있다. 필자도 몇 년전에 유람선을 타며 그 묘를 보았다. 그 묘지는 바로 조선 명종, 선조시절의 충주 명기 안두향의 음택이다. 퇴계 선생이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까지 사별하고 단양군수로 부임해 와 충주 명기 두향을 만난다. 아마 그 때 그 시절 퇴계 선생의 나이가 48세이고 두향의 나이가 꽃다운 18세였다. 나이 차이를 훌쩍 뛰어 넘은 운우(雲雨)의 만남이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457년 전 퇴계 이황 선생이 혼자 몸으로 단양 군수로 부임해 온다.관사 뜰에 들어서자 충주 명기 두향은 18세 꽃다운 나이다.머리에 제비꽃 한 송이를 단아하게 꽂고 거문고를 뜯으며 신임 사또 나리의 환영연에 옥음을 토해낸다.그 옥음은 매화향이다.향이 두 사람의 코에 스치자 눈을 마주친다.섬광이 튄다.그 빛은 이내 제비 한 쌍이 된다.옥순봉 구담봉을 돌아 제비봉을 향하여 푸드득 날개짓을 하며 비상한다.
불과 9개월의 짧은 기간의 만남이었으나, 이들은 구만리 운우의 정을 나누었을까? 퇴계는 두향을 통해 비오고 바람부는 운우의 열락을 알았을까? 평양의 명기들도 거들떠 보지 않던 엄격한 대유림 퇴계 선생의 마음을 두향은 어떻게 사로 잡았을까? 梅一生寒不梅香이라. 매화를 유난히 좋아했던 두향이 매화를 닮은 까닭일까? 퇴계 선생은 단양 군수 9개월만에 청풍 군수로 옮겨가며 두향과 이별한다. 이별하며 두향은 시 한 수를 헌작한다. 다음은 두향의 상사별곡(想思別曲)이다.
찬 자리 팔배게에 어느 잠 하마 오리
무심히 거울드니 얼굴만 야윗고야
백년을 못 사는 인생 이별 더욱 서러워라
두향은 강선대가 내려다보이는 산마루에 초막을 짓고 수절, 은둔생활을 했다. 그 후 대유림이었던 선생은 관직을 버리고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공자의 학문을 완성한다.그러다 병을 얻어 세상을 하직한다.퇴계선생의 별세 소식을 들은 두향은 퇴계 선생을 그리며 강선대에 올랐다.신주단지를 모셔놓고 거문고로 초혼가를 탄다.옷매무새를 고친 후 치마폭을 감싸잡고 강선대에서 몸을 날려 생의 종말을 고한다.
퇴계를 모시는 후학들이 두향의 시신을 거둬 묘를 강선대 아래에 안치하고 해마다 5월이면 두향제를 지낸다. 두향의 묘소는 강선대(降仙臺)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으나, 1984년에 충주댐 건설이 시작되면서 물에 잠길 것을 염려한다. 인근 마을 유지들과 퇴계 후손 집안에서 의견을 모아, 강선대로부터 말목산 산자락으로 1984년 10월에 이장하였다. 말목산이나 구담봉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제비봉에서만 바라보이는 묘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말목산 서쪽 끝봉우리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면 살짝 보이는 강선대와 그 왼쪽의 외딴 봉분인 기생 두향의 묘다. 오늘도 퇴계 이황을 그리며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오늘처럼 가끔 충주호를 지나며 장회나루에 오면 운우열락을 상상하며 타임머신을 탄다.두향과 퇴계선생의 음양상승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한편의 팩션이 되어 파노라마처럼 영상을 만든다. (2007.12.02)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