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이필이필(Ipil-ipil) / 콩과식물

천지현황1 2013. 1. 17. 14:03

이필이필(Ipil-ipil) / 콩과식물

 

* 참조 김영모(국립수목원 농학박사) 글 ---<산림 2003년9월호> (펌)

이필이필(Ipil-ipil)
글·사진 / 김영모(국립수목원, 농학박사)
이필이필의 잎과 열매
이필이필의 꽃
이필이필의 씨앗
이필이필나무의 사료작물과 혼농임업
<표 1> 이필이필 잎의 성분량(100g)
이필이필나무의 수공예품들

이필이필나무는 열대지역이 원산지인 다년생 상록수로 콩깍지 같이 생긴 모습의 열매가 달리는 콩과식물이다. 이 나무는 잎이나 줄기 속에 많은 양분을 함유하고 있어 가축의 사료로, 목재는 주로 양질의 숯을 만들어 이용된다.

열대 지방에는 콩과식물의 종류가 다양하다. 그들의 꽃은 비교적 화려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가 이필이필(ipil ipil)이라는 콩과식물을 처음 접한 곳은 인도네시아 수도인 쟈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동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곳으로 슬라웨시(Sulawesi)섬의 마카사(Makkassar)라는 도시에서였다. 그곳 임업훈련원에서 열대수종의 생활환(Life cycle)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처음 보았던 것이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 자귀나무처럼 잎이 배열되어 달려 있는 수종이다. 귀여운 강아지를 보면 쓰다듬고 싶은 것처럼 이 나무도 아주 부드러운 감이 들어 손에 힘을 주지 않고 밑에서부터 말아올려 쓰다듬고 싶었던 나무였기에 기억이 선하다. 꽃도 자귀나무 꽃처럼 피지만 조금 작으면서 황백색으로 그저 귀여운 나무이다.
이 나무는 멕시코와 남아메리카 열대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진 다년생 상록수이다. 세계에 약 600여 종의 다양한 종이 분포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나무의 크기가 관목 형태로 자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중교목으로 20m까지 자라는 여러 형태의 종류가 존재하는 콩과식물로 열대 전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지금은 사료작물이나 혼농임업(Agroforestry)의 여러 형태로 열대 지방 대부분의 지역에서 재배 이용되고 있다.
이 나무의 특징을 보면, 수피는 약간 갈색기운이 있는 회색에다 황갈색의 작은 점이 박혀 있다. 마치 귀여운 어린 소녀의 보드라운 볼에 죽은깨가 다닥다닥 박혀 있는 듯하다. 겉껍질이 매끄러우며 굴곡 없이 편편하여 문지르는 감촉 또한 매우 좋다. 잎은 2회 우상복엽으로 우리나라의 자귀나무 잎처럼 양옆으로 편편하게 달려 있는데, 소엽은 8~15㎜ 정도 크기로 10~20쌍 달려 있고 그 크기는 4~10㎝ 정도이다. 다시 이러한 잎이 10쌍 내외 달려서 잎의 전체 길이는 약 30㎝ 가량 된다.
꽃은 황색을 띤 백색이며, 2~2.5㎝ 크기로 둥글게 모여서 피는 모습이 귀엽다. 추운 겨울날 어린이 털모자에 그 꽃봉오리를 달아주면 매우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매(꼬투리)는 콩깍지 같이 생겼고 서너 개씩 모여서 매달리며 10~20㎝ 길이에 1.5~2㎝ 폭의 크기로 달린다. 꼬투리가 익기 전에는 연두색이던 것이 익으면서 갈색으로 변한다. 우리나라 아카시나무도 같은 콩과식물로 그와 유사하나 이 나무의 꼬투리가 더 크며 하나의 꼬투리에는 15~30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나무는 극양수로 해발 500m 이하 지역에 분포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예외적으로 1,350m 지역에서도 천연림이 발견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 나무는 뿌리를 땅속 깊이까지 뻗기 때문에 내건성도 강하여 월 강수량이 100㎜ 정도 지역에서도 잘 자란다. 따라서 토양 적응력도 넓어(pH 4.3~8.7) 산성토양에서부터 알카리성토양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약 15℃ 이상 28℃ 이하로 서리가 내리지 않는 곳에서는 비교적 잘 적응하는 나무이다.
이 나무는 잎이나 줄기 속에 많은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가축의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축산업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료작물인 알팔파(alfalfa)와 같이 가축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식물이다. 특히 혼농임업용으로 이용되는 것은 이 나무가 콩과식물인데다 공기의 질소를 고정하는 녹비작물로 이용되기 때문이다. 많은 속성수 나무들이 뿌리를 토양 중의 영양층으로 뻗어 다른 작물들과 양분 쟁탈을 벌인다. 하지만 이 나무는 뿌리를 땅속 깊이 뻗기 때문에 함께 심는 작물들을 해치지 않을뿐더러 건조지대에서도 잘 자란다. 또한 공중에서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에 토양개량제 수종으로도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나무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콩과식물로 대기 중의 질소를 ㏊당 500㎏ 이상 고정할 수 있다. 그래서 토양을 개량할 수 있는 나무일뿐만 아니라 고추, 커피, 코코아, 키니네, 바닐라 등과 함께 혼농임업 식물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뿌리가 토양 깊숙이 뻗기 때문에 침식방지용 식물로도 적합한 수종이다. 열대 지방의 우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가 많이 내린다. 여담 같지만 우기의 상황에 대하여 언급해 보면, 열대 지방의 건물들은 우리나라와 같이 빗물받이 홈통을 볼 수 없다. 건물마다 지붕의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처마 끝은 그저 깔끔하다. 마치 신사복 바지 끝의 단이 없는 듯한 건축양식이다. 이러한 지붕을 볼 때마다 혹시 지붕을 수리할 일이 생기면 어찌하나 하는 부질없는 걱정이 든다. 열대 지방에서 그러한 건축양식을 택한 것은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빗물의 양이 많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빗물을 지상으로 내려보내야 건물에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리는 열대우기의 비 피해는 막대하다. 그 중 하나가 지표면을 박박 긁어내리는 침식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까닭에 열대 지방 국가들의 위정자들은 그러한 토양침식작용을 어떻게 하면 막거나 경감할 수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일은 임업인들이 적극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열대 지방 토양보호에 앞장서야 할 주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비 온 후 열대 지방 강물은 황토색 일변도이다. 우기에는 어느 강을 가보아도 언제나 흙탕물이 흐르는 것은 상류에 비가 한바탕 쏟아져 심하게 토양이 침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대 지방에 이필이필나무가 토양침식 방지용 사방수종으로 가장 적합한 나무인 것이다. 또한 토양 깊숙이 뻗는 임지의 토양은 수분함수량이 많아져서 홍수 예방은 물론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도와주는 매우 바람직한 산림수종인 것이다.
또한 잎을 거두어 다른 작물의 토양 멀칭용으로 이용하면 열대 지방의 심한 복사열을 경감하는 역할을 하여 수확을 높여주기도 하여 많이 이용한다. 그 외에도 잎을 수확하여 천연 염색을 한 뒤 꽃병이나 보물함 등의 수공예품을 만드는 등 원주민들의 주요한 소득원이 되기도 한다. 씨앗은 팝콘(popcorn)처럼 튀겨서 식용하기도 하고, 또 씨앗에서 얻어지는 검(gum)은 정제약(錠劑藥)을 만드는 재료로 이용되거나 양질의 희석제 혹은 증량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민약(民藥)으로는 종자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서 창자에 기생하는 회충과 선충 등의 기생충 구충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한편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뿌리와 나무껍질을 달여 먹음으로써 피임, 분만촉진, 통경제 등 여성 질병에 이용되고 있으며, 또한 탈모제 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
목재는 무겁고 단단하여 구조제로 이용될 수도 있으나 주로 양질의 숯을 만들어 이용된다. 이 나무를 목초용 사료 수확을 목적으로 심을 경우 보통 녹초(綠草)를 연간 ㏊당 56t(MT/㏊/yr)을 생산할 수 있다. 건초로는 14~16t(MT/㏊/yr)을 생산할 수 있어 동물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요한 식물인데, 이 나무가 합성해내는 단백질의 양은 ㏊당 약 4,300㎏이나 되기 때문에 고급 사료로 취급받고 있다. 이필이필나무의 농림업적 이용은 자연적이면서 그 응용에 따라 산촌의 경제구조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수종들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현재 열대 지방에서 힘을 기울여 발전시키고자 하는 분야가 지역의 유역개발이다. 유역개발을 위해서는 치산치수 등 각 방향에서 골고루 농림업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이필이필나무야말로 유역개발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생약개발의 가능성도 높은 수종임으로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 될 수종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 나무의 조림적 특성과 함께 생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개발에 힘을 기울일 가치가 충분히 있다.
참고로 이 나무는 국가별 또는 지역별로 Leucaena(영어권), kanthum theet, kratin(캄보디아), lomtoro, ipil-ipil(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ipil-ipil(필리핀), kra thin(태국), bo chet, schemu(베트남)으로 각각 달리 불리고 있다. ma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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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푸르 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