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가평의 오지산으로 둔갑한 차돌박이산

천지현황1 2013. 8. 26. 17:53
가평의 오지산으로 둔갑한 차돌박이산

 

*2013.08.25 / 적목리(09:45)-적목고개-차돌박이산-숭덕고개동봉-용수동(12:30)  

차돌박이산(710m)은 가평 적목리 서쪽 한북정맥에 솟아있는 민드기봉(민둥산, 1,023m)에서 동쪽으로 뻗은 지능선상의 산봉우리다.봉우리 정상에 차돌이 드문드문 박혀 있어 차돌박이산이라고 부른다.산악회 5주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산행인 셈이다.산행코스는 민둥산 동쪽 가평군 북면 적목리 소락개에서 오르내리는 코스를 이용하며 오늘의 들머리로 삼는다.그런데 문제는 들머리 시작부터 일어났다.들머리를 잘 못 알고 입산을 시작했다.선두가 숲을 헤치며 겨우 길을 내기 시작한다.계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다래 덩굴을 헤치고 오르기도 한다.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을 개척하며 오르다보니 결국 가평의 오지산이 되어버린 셈이다.오지인지라 약초꾼 길도 없다.무조건 산 능선을 향해 된비알을 치고 오를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초장부터 일행은 된통 오지산행을 체험하기 시작한다.능선 상의 차돌박이산을 경유하여 논남기에 오래된 임도를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기며 용수목 청정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한 처음 계획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인적이 끊긴 오지라 여기저기에 들풀이 꽃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먼저 발레리나 영아자가 떼로 서서 발레를 펼치고,도둑놈의갈고리는 멋진 색안경 열매를 달기 시작했다.멸가치도 꽃대를 세우고 군락으로 꽃을 피웠다.송이풀은 꽃대에 꽃송이 두개만 매달린 채 저물어간다.길을 막고 서있는 개다래는 열매를 여기저기 숨기고,꽃층층이꽃도 층층이를 이루며 꽃송이를 달고 서 있다.동자꽃 하나가 선등자의 발에 꽃잎이 밟혀 비명을 지른다.선밀나물도 튼실한 초록색 열매 덩어리를 달고 서 있는 모습도 눈에 잡힌다.마타리가 눈부시듯 샛노란 꽃을 달고 길손을 반긴다.숲꾸러기들과 교감을 나누며 숲속 길을 헤치는 이 맛을 혼자 마음껏 즐긴다.앞서 오르며 끙끙대는 아내를 돌려세웠다."여보,희귀한 숲꾸러기친구 만나거든 콜 하세요".일행을 따르는 아내는 힘이드는지 산을 다 내릴 때까지 회신이 오지 않는다.오늘 차돌박이산은 우리에겐 가평의 오지산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개다래 열매 / 맛이 좋은 쥐다래 열매와는 달리 이 개다래 열매는 맛이 달지 않아 먹을 수 없다,그래서 개다래다.

 

 

 

도라지모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