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횡성 봉복산 / 산이 그리워

천지현황1 2015. 10. 6. 17:09

횡성 봉복산 / 산이 그리워

 

* 2015.10.04 / 신대리 한남교(09:30)-폭포-철쭉능선-정상(화채봉,11:55)-계곡 안부-신대리 한남교(13:30)...10.5km/4시간

 

산이 부른다.숲은 내 마음의 둥지다.숲 속에 들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아내는 내심 걱정을 한다.수술 받은 지 한 달여 만에 산을 간다니 그럴만도 하다.숲정이만 돌다 오겠다고 안심시켰다.강원도 가는 길에 보이는 산골마을이 동화속 마을 같다.황금벌판은 아니지만 간혹 다랭이논엔 벼가 익어 초록과 황금빛이 어우러져 제법 수확의 계절을 상기시킨다.바람이 할퀴고 간 자리엔 나락이 많이 쓰러져 농심을 애태운다.하늘은 높고 새털구름이 수를 놓았다.먼 산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계절이 빠른지 내 계절 감각이 둔한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봉복산(1,022m)은 산세가 봉황을 닮았다고 전해진다.나무와 맑은 물이 많아 좋은 산의 면모를 두루 갖추었다.그러나 강원도 오지의 산이라 접근성이 쉽지 않다.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서석면의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교통편이 불편한 관계로 일반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오염이 덜 되어 청정하다.등로에 수북하게 도토리가 지천으로 깔렸다.여성회원들의 고민이 커짐을 느낀다.다람쥐 양식을 앗을까,아니면 그냥 산행만 해야할지 고민하는 눈치다.눈을 들어 확인하니 졸참나무숲이 끝없이 이어진다.정상부근엔 신갈나무군락이 보인다.인적이 드문 산이기에 인간의 간섭이 적어서인지 숲이 더욱 건강하게 보였다.

 

오름길은 순하다.숨을 고르며 산길을 오른다.힘은 들지만 상쾌하다.아내는 돌아가자고 몇 번이나 조른다.조금만 더 가 능선에서 쉬자고 달랜다.아내가 한 눈 파는 사이 걸음을 재촉해 아내의 시야에서 벗어났다.그녀의 걱정을 따돌리려니 숨소리가 거칠다.능선 길은 편안했다.두 시간을 넘겨 정상에 섰다.정상석엔 화채봉이라 되어 있다.1,000미터 이상 고지라 작은 산은 아니다.10여분 정상에서 쉬고 있으니 아내가 도착한다."내 그럴 줄 알았지.무리한 것 아니예요? 못말린다니까"힘은 들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 하다.

 

내림길은 몹시 거칠다.급경사에 자갈길에 마사토 흙길이라 미끄럽다.오름길이 순하면 꼭 내림길은 거칠었다.반대로 오름길이 험하면 내림길이 순하다.그래서 산길이 인생길과 비유되곤 한다.오랫만에 하는 산행 하산길에 복병을 만났다.목덜미가 따끔하더니 머리 모자 속을 뚫고 또 한 방을 된통 쏘였다.말벌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소리치며 딩굴었다.뒤 따라 오는 아내에게 소리쳤다"조심해".그녀는 납작 엎드려 포복자세로 산길을 엉금엉금 내린다.눈을 들어 뒤돌아보니 상수리나무에 커다란 말벌집을 지어놓고 수십마리가 윙윙거리며 벌집을 들락거리고 있다.머리통이 쑥쑥 쑤시고 아려온다.다행히 아내는 멀쩡하다.산을 내리는 데 멀리 후미에서 또 변을 당했나보다."으악~'소리가 숲 속을 가른다.누군가 일행이 말했다."벌침은 잘 맞으면 효과가 있다는데..."그 벌침이 설마 말벌침이겠는가.아마 꿀벌침이겠지.혼자 독백하며 거친 내림길을 지루하게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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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석*님 촬영 펌)

 

 

 

 

피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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