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정선 은대봉-함백산 / 백두대간길에도 소리없이 가을이 왔다

천지현황1 2017. 9. 4. 12:19

정선 은대봉-함백산 / 백두대간길에도 소리없이 가을이 왔다


* 2017.09.03 / 두문동재(10:13)-은대봉-함백산-만항재 야생화공원(14:00) ... 8.4km


백두대간길에도 소리없이 가을이 왔다.여름 들꽃은 하나 둘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두문동재를 좌우로 금대봉과 은대봉은 갈라선다.사람들은 금대봉을 천상의 화원이라 부른다.이어지는 은대봉은 왜 은(銀)자를 써 은대봉이라 지었을까.두문동재를 꾸불꾸불 오르던 버스 속에서 잠시 생각이 스쳐갔다.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풀섶에서 각시취와 구절초가 산객을 반긴다.오늘은 두문동재에서 은대봉을 올라 함백산까지 장쾌한 백두대간을 걷는 길이다.숲 속에서 볕뉘를 즐기다가 어느 능선에선 따가운 가을 햇살을 견뎌야 했다.능선길엔 각시취,둥근이질풀이 만발하고 동자꽃이 간혹 늦은 생을 이어간다.거북꼬리를 닮은 오리방풀은 연한 하늘색 꽃대를 사방으로 펼쳤다.참나물은 수줍은 듯 풀 섶에 숨어 있다.


중함백을 지나자 함백산 오름길이다.주목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늘름하게 노익장을 자랑한다.한 폭의 산수화다.한 겨울  눈꽃을 단 주목하고 그 분위가 또 다르다.숲동무들과 자주 드나들던 이곳은 다른 산보다 유난히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숲동무들과 재잘대며 들꽃 관찰에 여념이 없던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회상되었다.산비장이가 붉은 수술을 달고 뜨거운 여름을 났나 보다.진초록 숲 속에 무리지어 나타나 기쁨을 선사한다.만항재 야생화공원에서 만난 잔대는 앙증맞게 작은 방울종을 매달고 길손에게 경종을 울린다.언제까지 알량한 핑계로 은둔의 삶을 살건가? 묻는 듯 했다.


귀경하는 버스 속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발표를 듣는다.세상을 방관자로 살고 있는 삶에 부끄러움이 스멀댄다.요즘 정치에도 눈과 귀를 닫고 사는데도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아름다운 나라를 물려줘야 한다는 거창한 생각때문이 아니다.미래를 두려워하며 떨고 있는 사람은 젊은 세대 만은 아니다.나도 그렇다.젊은 세대들에게 복지,복지하며 잔뜩 빚만 떠 넘겨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태도 처음으로 걱정이 들었다.갑자기 인생항로를 확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비겁하게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이 나이에 생각을 바꾼다고 행동이 바꿔질까.손주들의 작은 눈망울이 초롱초롱 아롱졌다.





사진모음







참당귀




주목


거제수와 동자꽃


여우오줌




각시취









둥근이질풀


투구꽃











잔대




정암사



적멸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