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 설악이 일오건각들을 불렀다 190614-0615
설악산 대청봉 / 설악이 일오건각들을 불렀다 190614-0615
* 남설악탐방지원센터(오색,11:00)-설악폭포-대청봉(15:25)-중청대피소(1박) /중청대피소(05:15)-소청-휘운각대피소-천불동계곡-
비선대-소공원(11:30) ... 18.25 km
설악이 잠자는 일오건각들을 깨웠다.잠시 다녀가라고.열명의 건각들이 뭉쳤다.멀리 광양,대구,군산,익산,일산,서울 등에 살고 있는 건각들이 새벽을 달려 설악을 만난다.망칠십의 나이에도 아직은 청춘이란다.설악폭포의 물줄기가 시원하다.울창한 숲 속 계단길은 한 숨을 토하고도 천국으로 가는 길인 양 길고 멀기만 하다.가파른 된비알은 종아리 근육을 최고조로 긴장시킨다.나무들은 수런대고 일오건각들은 두런거린다.계류는 조잘거리고 까마귀는 까악거린다.함박꽃나무의 소담한 꽃이 숲 속에서 함박웃음을 짓는다.은방울꽃은 새색시처럼 숲 속에 숨어 일오낭군들을 훔쳐 본다.두루미꽃은 동화나라 병정처럼 꽃창으로 무장했다.산길을 돌아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는데 주변에 여인도 없는데 짙게 뿌린 향수처럼 향내가 스쳐간다.정향나무의 알싸한 향이 코를 찔렀다.
대청봉은 오늘도 그 자리에 우뚝 시립하고 있다.한 친구는 근 50년만에 설악과 재회했다고 감개무량하다는 감정을 토로한다.간혹 스쳐가는 운무의 맛사지는 찬 바람을 동반한다.멀리 화채능선과 공룡능선이 눈 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신선대 넘어 범봉과 1275봉 그리고 세존봉이 우뚝하다.용아릉은 앞 능선 아래 숨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용아릉은 나에겐 사연이 있는 은비릉이다.운무가 넘실대며 외설악을 넘나들 때 설악의 산그리메가 천천히 중청대피소에 내려 앉는다.
남녀노소가 피곤을 호소하는 떼창에도 불구하고 숙면하는 친구는 상당한 수준의 '도인'이다.오직하면 곁님이 그를 일러 '멍청하다(잠 잘자는 도인)'고 했겠는가.하지만 도(道)가 높지 않으면 그리 쉽게 '잠꾼'이 될 수 있을까.다 도를 열공한 탓이리라.아는 사람은 안다.나도 안다.그녀가 칭찬으로 그에게 바친 최고의 헌사임을.세상을 살다보면 바보와 도인은 한 끝발 차이 일뿐,동일인이 아니던가.
설악은 운무 속에 동이 텄다.흐린 날씨 탓으로 일출은 순연되었다.대피소의 새벽은 분주하다.길 떠날 채비하느라 부시럭대던 산객들도 하나 둘씩 헤드랜턴을 켜고 동트는 새벽 길을 떠나 갔다.우리 일행도 출발시각을 앞당겨 산을 내린다.소청을 지나자 용아릉의 칼바위 능선이 아찔하다.몇 년 전 기억이 새롭다.하지만 그곳은 공식적으론 비법정탐방로 지역이다.산봉우리들이 운무를 산상호수처럼 가두었다.천상의 선계다.선녀들이 막 목욕재계하고 천상으로 올라갔을까.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이어졌다.
용아릉과 공룡능선은 설악의 백미다.눈으로 즐기고 천불동계곡으로 내린다.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만들기 위한 당단풍나무의 작업은 지금 쉬지 않고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다.나뭇잎에는 녹색의 엽록소외에도 빛을 흡수하는 색소로 여러 종의 카로티노이드가 있다.이중 붉은색을 띄는 게 카로틴이고,노란 색을 띄는 게 크산토필이다.이들 색소는 여름철에는 왕성하게 일하는 엽록소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지만,가을이 되면 차고 건조한 기후때문에 잎에서 엽록소가 분해되어 사라짐으로써 이들 색소가 활동하게 되어 단풍을 만든다.이처럼 나무들도 정중동으로 자연의 순환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자연은 위대하다.대자연은 위대한 신이다.
설악의 단풍과 풍광은 아름답다.설악은 항상 내 마음 속에 있는 영혼의 산이다.가을을 기약하며 긴 길을 내렸다.
190614
***(와이 ㅇ ㅇ ㅇ님 제공 사진 / 이하 ***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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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나무
은방울꽃
네잎갈퀴
소영도리나무
세잎종덩굴
두루미꽃
범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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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송이풀
세잎종덩굴
눈잣나무
요강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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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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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향나무
*** 용아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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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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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대 장군봉
* Tips; 설악산 산행개념도 및 오색 시외버스시각표
* 양양콜택시 (차량이동서비스 문의) ; 이 승 섭 기사 (010-6385-2155)
* 휴대폰 밧데리 소진으로 와이 ㅇ ㅇ ㅇ 님 제공사진을 허락하에 일부 사용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