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춘천 소양산 / 191006

천지현황1 2019. 10. 6. 22:14

춘천 소양산 / 191006


* 느랏재전망대쉼터(09:00)-소양산-매봉산-빙산(깃대봉)-세월교(13:10) ... 10.5 km


느랏재를 들머리 삼아 오르는 등로는 처음엔 뚜렷했다.점점 고도를 높이니 길은 희미해진다.소양산으로 오르는 길은 약초꾼이나 다닐 정도의 희미한 길에 잡초만 우거져 있다.산님들이 최근에 다닌 흔적은 거의 없다.춘천의 오지산 같은 등로다.풀섶 등로엔 방금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듯한 흔적들이 즐비하다.지자체에서 만든 안내 팻말도 다른 산에 비해 빈약하다.몇군데 갈림길엔 안내팻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오죽했으면 몇몇 베테랑 산우들도 날머리,세월교 하산길을 놓치고 소양댐으로 하산했겠는가.


소양산은 춘천의 다른 유명산의 유명세에 가려 오지산이 된 느낌이다.산꾼의 입장에선 깨끗하고 청량한 기분이 들어 걷기에 좋다.오늘따라 여름 더위를 접고 갑자기 예년의 평년 기온으로 돌아와 가을 기후가 되었다.능선길엔 산들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다.이슬을 머금고 자태를 나투는 투구꽃,먼산 바라기를 하며 제철을 놓친 속단,가을 국화의 대명사인 구절초의 순박함이 산객의 눈을 사로잡는다.산을 내리다가 빙산에서 여성 산님 셋이 소양호를 바라보며 꽃이 되었다.망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산을 즐기니 분명 행운이리라.소녀들처럼 하산길 내내 깔깔대며 두런대는 소리에 빙산의 소나무와 참나무가 수런대는 소리는 묻히고 만다.작은 봉우리 몇 개를 파도타듯 넘고서야 날머리,세월교에 닿는다. 


세월교 너머 닭갈비촌에서 춘천의 명물,닭갈비가 철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식탁엔 맥주와 소주병이 산꾼들의 입맛에 따라 간택을 기다린다.소맥 한 잔이 만들어져 간을 본다.역시 신이 내린 음식은 언제나 좋다.오늘 하루가 청량한 숲길 탓으로 힐링산행이 되었다.




사진모음




투구꽃





속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