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금병산 / 191222
춘천 금병산 / 191222
* 원창고개(08:57)-금병산 정상-금따는콩밭길-김유정 문학관 갈림길-저수지 갈림길-김유정 문학촌 (11:30) ... 7.15 km
춘천 금병산 자락에 노란동백꽃이 피는 사연
김진명의 소설,『직지 』를 읽다 보니 벌써 버스는 금병산 숲정이에 멈춰 섰다.원창고개를 들머리 삼는다.1시간 조금 더 걸려 금병산 정상에 닿는다.사방엔 미세먼지탓으로 시야가 뿌옇다.멀리 대룡산 등도 조망되지 않는다.금따는콩밭길을 따라 푹신한 일본잎갈나무 낙엽을 밟으며 길을 내린다.등에 땀이 날 틈도 없이 날머리 김유정문학촌에 도착한다.
김유정문학촌은 춘천을 오가며 여러 번 왔었다.천재 작가,김유정은 "봄봄'에서 열여섯살 처녀 점순이의 봄을 그렸다.3년7개월동안 사경도 주지 않고 말로만 데릴사위를 삼으려는 점순네 아부지와의 줄다리기가 재밌다.성례를 시켜달라는 머슴을 아직 딸이 덜 자랐다고 기다리라는 장인될 사람과의 기싸움은 웃음을 자아낸다.점순이의 봄은 이렇다.새참을 내와 등을 돌려 앉아 하는 말,"밤낮 일만 하고 말텐가!"머슴에게 성례를 졸라대라는 압력이다.열여섯 청춘의 봄은 점순이에게도 발정의 계절이나 보다.
그는 또 다른 작품,'동백꽃'에서 생강나무를 노란동백꽃이라 표현했다.아마 당시 꽃의 정명을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하지만 시어로는 오히려 노란동백꽃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어쩌면 강원도 지방 향명으로는 동백꽃이라 불렀을 수도 있다.문학촌내 진열된 그의 옛 작품집 겉장엔 노란 생강나무 꽃 대신 아랫지방의 붉은 동백꽃 그림이 그려져 있다.작가도 출판사도 생강나무를 몰랐다는 증거 아닌가.
김유정문학촌이 자리하는 곳,금병산 자락은 김유정의 스토리가 물씬 배어 있다.29세에 요절한 작가,김유정을 생각하면 애상하다.김유정이야기집에서 읽는 스토리가 애잔하다.짝사랑하던 박씨 성을 가진 처자에게 채이고 또 다른 박씨 성의 여인에게 30여통의 구애편지도 소용이 없었다.그 처자는 홀연히 김유정의 친구와 결혼했기 때문에 그의 상심은 더욱 컸을 것 같다.천재 시인 이상과의 인연도 애잔한 스토리로 다가왔다.김유정의 애달픈 사연들이 나를 잠시 슬프게 한다.그는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금병산 자락,실레둘레길에서 노란동백꽃으로 활짝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