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잠자는 신앙생활

천지현황1 2005. 7. 28. 12:44
                                   -잠자는 신앙생활

 

 

작가 남지심님은 <소설 담무갈>에서 종교는 벽걸이 장식용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몸에 맞는 옷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듯, 우리는 종교라는 옷을 입고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육근동작과 심신작용을 실답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원불교 교전> 대종경 부촉품 제19장에 보면 “스승이 법을 새로 내는 일이나, 제자들이 그 법을 받아서 후래 대중에게 전하는 일이나, 또 후래 대중이 그 법을 반가이 받들어 실행하는 일이 삼위 일체 되는 일이라, 그 공덕 또한 다름이 없나니라”하셨다. 진리를 세상에 드러내는 것은 종교를 창시한 성현의 몫이지만, 성현이 가르쳐 주신 진리를 오롯이 받들고 지켜나가는 것은 그 종교를 신봉하는 후대 사람들의 몫이라고 본다.


 그런데 작금의 종교계에선 종교 우월주의에 빠져 타종교를 비방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도 많고, 성현들의 본래 뜻과는 달리 심지어 종교전쟁을 치르기도 한다. 같은 종단 내에서 서로 자리싸움을 하기도 한다. 참으로 꼴사나운 일이다. 또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두는 경우도 목격이 되곤 한다. 아마 이런 곳엔 종교의 진리가 함께 자리하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종교의 본래 목적 이외의 어떤 종교 팽창주의나 종교 패권주의도 경계해야 될 것이다. 인간의 2대 본능으로 식욕과 색욕을 들 수 있다. 식욕과 색욕보다 더 강렬한 것이 명예욕 또는 권력욕일 것이다. 특히 성직자들이 가장 주의하고 경계해야할 욕심이 명예욕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의 여러 종교의 성직자들의 행동이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주변에서도 적지 않게 이러한 사례를 목격하니 종교에 신물이 나기도 한다.


 종교란 무엇인가? 참으로 생각해 볼만한 명제이다. 기성 종단들이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되면 종교 본연의 길에서 이탈함을 종종 볼 수 있다.독선과 아집으로 중무장한채 신자들에게 불신을 조장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엔 생멸 없는 도와 인과응보의 원리가 뚜렷하게 기틀을 잡고 있다. 나약한 인간들은 고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신앙과 수행을 한다. 그러나 수행은 참으로 어렵다. 수행보다는 맹목적인 신앙이 차라리 편하다. 이리 살피고 저리 재보고 옳다 그르다 잣대로 재보기도 하고, 이건 아닌데 하고 사량계교심이 발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의 생각들이 부질없는 것인 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인생의 삶이 영생이라고 믿어야 현재의 고된 삶도 이겨 나가는 걸까? 또 구원의 축복을 받을 준비도 해야 하는가? 머릿속이 혼돈스럽다. 내가 나이가 들면서 더 소년 같은 생각만 늘어간다. 필자가 신앙하는 종교에서는  이러한 신앙 단계를 중근기라 칭한다.


 종교란 내적으론 정신수양, 외적으론 사회구원에 그 목적이 있다. 불교, 기독교, 천주교 그리고 원불교 등 모든 종교가 이 사회에서 당연히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 내야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실태는 그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 많은 신도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종교가 하나의 기업처럼 기업화되고, 성직자는 군림이 아닌 낮은 자세로 몸소 교리의 실천에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신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 목적 달성 방법에 있다. 지나친 헌금요구, 교세확장을 위한 무리한 포교방법, 교단 또는 종파 간 재산 소유 갈등 그리고 교단 이기주의 등이 이맛살을 찌뿌리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세간에 회자되는 말처럼 절과 법당, 교회와 성당이 싫으면 미련없이 그곳을 떠나면 되기는 하다.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그리고 합리적인 신앙, 수행방안은 없을까? 나는 교리 중에서도 또 신앙 수행 방법 중에서도 필자에게 맞는 적합한 방법들만 취사선택하고 싶다. 아니 차라리 혼자 신앙과 수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종교도 시대 상황에 걸맞게 변해야 한다. 이러한  생각이 과연 용인될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겨본다. 필자는 지금 종교용어로 냉담기로 잠자고 있는 교도이다.     (200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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