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변방산에서 나무가 되던 날 (정선 변방산)

천지현황1 2011. 10. 24. 09:13

나팔봉과 변방산 사이 구절양장 길 따라 정선 나들이를 갑니다.동강 절경이 시야에 들어오자 탄성을 내지릅니다.병풍 절벽으로 연이어진 암릉 곳곳에는 붉은 단풍을 매단 채 짙푸른 동강 물줄기가 몸을 드러내 보입니다.광석교 아래에서 조양강이 드디어 동강이란 이름을 달고 수태극을 이루며 굽이쳐 구절양장을 이룹니다.남사당 가는 길에 우뚝 솟은 나팔봉 줄기가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합니다.산태극 수태극의 아름다운 경치가 황홀합니다.상봉은 만만찮은 높이로 불끈 솟아 동강에 그 그림자를 거꾸로 하고 강물에 빠졌습니다. 멀리 전주,서산,의정부,남양주,서울 등지에서 삼삼오오 으아리샘들이 변방산 한 줄기에 나무(으아리)가 되고자 모여듭니다.그리고 하룻밤 변방산 나무가 됩니다.한 잔 술에 정을 타서 나눠 마십니다.

 

 다음 날 아침 변방산이 어슴푸레 눈을 뜨더니 우리 곁에 다가와 상큼한 얼굴로 인사합니다.주인장따라 변방치를 오릅니다.산책이라고 하더니 나무 공부가 시작됩니다.은사시나무에서 부터 시작한 나무 공부는 물오리나무까지 이어집니다.설명이 명쾌합니다.이젠 상수리나무와 밤나무는 잎을 구태여 관찰하지 않아도 그 둘의 식별은 틀림없이 해 낼 자신이 생겼습니다.큰 수확입니다.하룻밤 변방산에서 나무가 된 인연으로 이해도 명쾌합니다.산을 내려와 동박골식당의 곤드레비빔밥은 또 얼마나 입맛을 돋구었는지...식당까지 찾아 오신 사모님이 병(박카스병)주고 약(우루사)을 주십니다.그리고 헤어질 땐 우리 으아리샘들에게 정까지 한아름 듬뿍 주시네요.감사한 마음을 안고 귀갓길에 오릅니다.

 

 즐거운 정선의 하루가 아름다운 기억 속으로 아롱져 들어 앉습니다.행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