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낚싯꾼 친구와 월척 붕어

천지현황1 2010. 10. 7. 12:50

-낚싯꾼 친구와 월척 붕어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벨이 울리자 휴대폰을 습관처럼 연다.'김ㅇㅇ' 석자 이름이 나타났다.반갑다.오랫만에 만나보는 친구 이름이다."응,나야". 대뜸 통성명도 없이 기쁜 마음에 내쪽 목소리부터 흘려보낸다."어,여기 장흥에 있는 기산저수지인데,월척 붕어 몇마리 잡었어".그는 타고난 낚시꾼이다.젊었을 때부터 그의 차 트렁크엔 낚싯대가 실려있었다.틈만 나면 주말엔 세월을 낚는지 낚싯터에 앉아 있을 그를 상상했다.그가 작년에 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간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만 해도 그저 무덤덤했다.'좋아하는 낚시를 시도때도 없이 실컷 하겠구만,축하해' 하고 부러움반,위로반 말을 건넨 적이 생각났다. 언젠가 붕어 잡아 매운탕 끓여먹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그는 웃으며 그냥 방생해준다는 대답을 한다.그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가 세월을 낚는다고 생각했다.그는 결혼하지 않은 화려한 싱글이었으므로. 

 

 그가 언젠가 했던 내 말이 기억난 모양이다."깨끗한 물에서 잡은 붕어면 약으로 쓰게 좀 가져와봐".그가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묻는다."지금 집에서 일하고 있어"대답한다."그럼,머리도 식힐겸 차 몰고 장흥으로 와".집에서 장흥까진 아마 4~50km는 족히 되는 거리다.그런데 집엔 차가 없다.아내가 청주에 있는 교원대에 연수가느라고 차를 가져 갔기 때문이다.차편이 없다고 하자 그는 자기가 갔다 준다고 기다리라고 한다.고마운 마음 뿐이다.그곳에서 여기까지 올려면 서울 외곽도로를 탈 것이다.톨 게이트를 네번인가 거쳐야 한다.

 

 나는 목욕물 데우는 스윗치를 올려놓고 그를 기다린다.그가 밤 새워 이슬 맞으며 지냈을 것을 생각하고 오면 샤워부터 하고 맛집에 들러 한 잔하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눌 작정이다.한 시간여 만에 그가 도착했다.그을린 얼굴이 건강하게 보인다.양동이에 하나 가득 월척 붕어 10여마리가 가뿐 숨을 쉬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갈 길이 바쁘다며 차 한 잔을 하고 떠난다.불과 10여분,지난 이야기 보따리를 살짝 풀어 놓고선.

 

 고맙기도 하고 떠나는 친구가 못내 서운하기도하다.오랫만에 만나 회포도 풀겸 한 잔하며 세월 낚는 이야기도 들을려고 했는데 후일을 기약하고 말았다.오후 늦게 연수에서 돌아온 아내와 함께 붕어를 들고 퇴촌에 있는 지인이 경영하는 건강원을 찾는다.'붕어에 생강과 대추만 넣으면 비릿내때문에 비위 약한 사람은 못먹는다'는 설명을 듣는다.십전대보탕 한약재와 함께 데려 엑기스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 우린 팔당호반길을 드라이브하며 오후 석양을 즐겼다.오늘 길에 검천농원 배밭집에 들러 뉘엇뉘엇 지는 석양아래서 손칼국수 한 그릇을 비운다.친구 덕분에 아내와 드라이브를 즐긴 넉넉한 하루가 되었다. (2010.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