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엿보기

-조선시대 회화 속에나 빠져볼까?

천지현황1 2006. 5. 11. 11:03

 

-조선시대 회화 속에나 빠져볼까?

 

 

 

리 산하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진 후 그 바톤을 철쭉이 잇는다.  또 배꽃, 복사꽃이 만발할 즈음 금년 봄도 서럽도록 농익어간다. 계절은 지나가는 봄바람처럼 아직은 우리 곁을 그렇게 배회하고 있다. 삶을 공허하고 외롭다고 느낀적이 있는가? 어느 작가는 이를 아는 것 만으로도 큰 지혜라고 말한다. 삶이 공허하고 외로운 것도 삶의 한 단편이니 이를 잘 극복해야 할 것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자기 성찰의 계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즐길 일이다. 산마루에 걸린 석양을 바라보다 문득 순간 삶의 허기를 느낀다. 점심을 거르며 꿈길을 걷고 있는 공복감때문 만은 아닌 듯 싶다. 요즘 텅 빈 머릿 속의 공허와 관련된 허기임을 깨 닫는다. 지식욕은 왕성한데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의 빈 통을 바라보기가 조금은 멎적다.

 

 타는 남자처럼 훌쩍 여행이라도 떠날까? 아니면 조선시대 회화 속에나 빠져볼까? 일주일 전에 작은 수술 후 의사 선생님으로 부터 잔인한(?) 권고를 들었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비행기 탑승도 삼가하고, 금주하고 등산같은 무리한 운동도 삼갈 것을 권고 받았다. 거기다가 거친 음식을 드는 것도 조심하라는 말이 덧 붙여졌다. 이런 화창한 봄 날 삼각산 숨은 벽 능선길이나 의상능선을 타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도봉산 포대능선에서 흘린 땀을  송추계곡의 맑은 물에 적시면 얼마나 개운할까? 연초록 이파리 사이로 조각난 햇살을 받으며 검단-용마 숲 길을 걸으며 산새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면 얼마나 기쁠까?

 

 리 선조들은 이런 싱그러운 봄 날을 어떻게 보냈을까?  청명, 한식을 넘긴 농사철을 틈내 경계좋은 산천에 먹거리 싸들고 풍류를 즐기며 화전놀이에 바빴으리라. 또는 선비는 옥류계곡 정자에서 벗과 함께  한잔 술에 봄을 노래하는 시를 담아 마셨으리라. 소장하고 있던 <이조회화>화첩을 펼치니 안견의 <적벽도>가 한 눈에 들어 온다. <몽유도원도>와 함께 안견의 대표작이다. 화첩 120여 장 속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없어 허전한 마음이 든다. 이 몽유도원도는 일본 텐리대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이 화첩 속엔 없어 유감천만이다.안견이 몽유도원도를 그린 15세기는 세종이 목민하던 태평성대 시절이다. 세종의 세째 아들 안평대군은 예인의 소질을 타고나 시,서,화에 능했다. 당대의 명필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 그림과 인연이 있다. 

 

 안평대군이 어느 날 꿈에 본 도원을 안견에게 얘기했고, 안견은 이를 소재로 삼일간의 노작으로 도원경 그림을 그린다. 이 걸작이 바로 안견의 몽유도원도이다. 복사꽃이 만개한 도원의 선경, 무릉도원을 머릿 속에 아련히 그려보니 내 맘 속에도 무릉도원의 봄 날이 지나간다. (200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