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남한산 / 200301

천지현황1 2020. 3. 1. 20:35

남한산 / 200301


* 마천역(08:55)-성불사-푯말삼거리-연주봉옹성-수어장대-6암문-계곡길-마천역(11:40) ... 11.68 km



늦잠 자는 재미가 그렇게 좋을까.나는 아침형 인간이라 그 재미를 모른다.늦잠을 즐기는 친구를 놔두고 홀로 입산한다.나홀로 입산하니 산의 고요는 계속된다.5부 능선에서 까마귀들의 떼창이 있고서야 정적은 깨졌다.생강나무며 개암나무의 암꽃도 아직 봄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겨울산에 갇혀 있다.등로의 나목들이 아직 봄을 노래하기엔 이르다.코로나-19 탓인지 산객들도 뜸하다.


산성에 닿자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진다.산성까지 차로 올라 온 사람들이 성곽 안길을 산책한다.솔숲에서 내품는 솔향이 그윽하다.습관처럼 수어장대를 둘러본다.서양인,아폴트 프랑댕이 130년 전에 찍은 수어장대의 모습이 수려하다.


병자호란때 인조는 나처럼 산성을 어슬렁거렸을까.삼전도에서 치욕을 당할 때까지 그도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다.김훈의 소설,'남한산성'이 당시의 역사를 빌려 팩션을 만들어 냈다.소설에서 참과 거짓을 분리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역사는 역사일 뿐,소설 역시 소설이다.현재가 중요하다.자꾸 노쇠해지는 마음과 몸이 싫다.


6암문을 통과해 하산한다.내가 숨겨놓고 다니는 길이다.나홀로 걷다보니 숲꾸러기들이 자꾸 말을 건다.그들도 겨울잠에서 빨리 깨어나고 싶은가 보다.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봄도 팝콘 터지듯 여기저기서 터질 것이다.





130년전에 찍은 수어장대 모습 / 복원된 현존 건물보다 더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