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88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을 읽고 소로의 글,은 젊은 날부터 나에게 자연주의를 심어준 위대한 글이다.인생을 살면서 고비마다 이 책을 가끔 꺼내들었다.내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기도 하다. 그는 글에서 상속받은 재산때문에 그 짐에 짓눌려 끝내 질식하는 가련한 삶을 경계한다.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오직 자기 몸뚱이 하나만 건사할 정도의 노동만 하면 된다고 한다.(아마 소로가 독신으로 살았기 때문에 이런 표현을 했을 것 같긴 하다).특히 인간은 재화를 모으는데 정신을 팔고 있다.나도 그랬다.소로는 이런 삶을 경계하며 어리석은 삶이라고 일갈한다.인간들은 자기 삶이 끝마칠 때쯤 되어야 이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고 한다.내 경우를 비춰봐도 소로의 말은 선지식의 말씀..

낙필(落筆) 2024.03.18

독선기신(獨善其身) 231107

독선기신(獨善其身) 231107 벌써 내일이 입동이다.세월은 나그네다.길손처럼 내 곁을 지나간다.10대 학창시절이 그리 먼 옛 시절이 아닌 듯하다.공자가 말씀하신 지천명과 이순의 시절도 엊그제 같다.나는 망팔의 과객이 되고 말았다. 맹자를 읽다보니 '독선기신'이란 글귀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망팔의 시간에는 '홀로 수양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할 것 같다.이젠 서서히 서방정토를 향해 노를 저을 시간대임을 자각한다.앞으로 건강한 10년의 세월을 꿈꾸며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듯 하다. 관조의 시간을 소망한다.

낙필(落筆) 2023.11.07

중년,어디메쯤 가고 있을까? 230517

중년,어디메쯤 가고 있을까? 230517 초록세상 어디메쯤 일거야.내 인생의 길에서 거리를 재보았다.이순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칠순을 훌쩍 넘었다.망각의 세월은 또 한 고개를 넘을 것이다.재물과 명예,난 아무 것도 이룬 게 없다.그저 하루하루를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려 했을 뿐.버리고 비우려 했건만 탐욕과 허영심만 켜켜이 쌓인다. 가끔 아니 자주 대자연의 품을 찾지만 아직도 자연과의 교감은 멀다.그저 숲멍이 좋을 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상상의 바다에서 헤메인다.숲에서 친구같은 아내를 촬영했다.나와 달리 그는 중년,어디메쯤 가고 있었다.착각일까.

낙필(落筆) 2023.05.17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 230430

빈센트 반 고흐 이야기 230430 2주전 딸과 함께 미술관에 들렀다가 난해한 작품때문에 미술작품에 대한 나의 무지에 놀랐다.그래서 다시 미술서적을 읽기 시작했다.프랑크 죌러 지음,최재혁 옮김의 ,폴크마 에서스 지음,김병화 옮김의 와 진병관이 쓴 을 최근에 읽었다. 진병관은 파리에 13년간 살면서 미술관을 1,000~1,500회 정도 관람하고 을 썼다.그는 앙리 루소를 시작으로 그림을 소개한다.앙리 루소는 세관원 일을 하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50세에 전업작가로 화단에 등단했다고 했다.그의 '정글시리즈'는 동화적이며 몽환적인 화풍이라고 감상담을 적고 있다.예술이란 교육받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용기와 영감을 준 화가라고 평한다.그의 미술관..

낙필(落筆) 2023.04.30

여행후기를 작성하는 이유 230131

여행후기를 작성하는 이유 230131 인생 칠십고개를 넘고보니 복잡한 것이 더욱 싫어진다.인간관계도 복잡한 것이 싫다.일상을 단순화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젊을 때부터 습관화된 루틴이 있다.Plan-Do-See다.계획하고 실행하고 평가하는 루틴이다.바둑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장고하며 둔 후 복기하듯,여행도 기획하고 즐기고 난 후엔 여행후기를 작성하며 평가하듯 감상을 기록해 둔다. 독서가 통찰력을 키우 듯 여행도 마찬가지다.많이 보고 체험하며 경험을 늘린다.독서가 시공을 넘나들며 사유의 폭을 확장하듯 여행도 마찬가지다.나이가 들면 복잡한 것이 싫어진다는 것은 개인적인 특성일 수는 있겠다.시력도 노안이 되어 점점 나빠지니 장문의 허접한 글쓰기도 싫어졌다.최고로 정제된 언어로 간결하게 묘사하는 습관을 갖고 ..

낙필(落筆) 2023.01.31

송구영신, 2022

오늘은 동짓날,어제 끓인 동지팥죽 덕에 또 한 살을 늘렸다.공원을 산책하며 지난 세월을 돌아본다.작년 이맘 때 야심차게 세운 계획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았다.칠십고개를 넘어서니 시속이 빠르다.생각은 아직 젊은데 새로 시작하는 일들이 쉬울리가 있겠는가.수영은 1월부터 줄기차게 새벽반에 등록하여 계속하며 즐기고 있으니 달성율 100 %인 셈이다.특히 남들이 어려워하는 접영이 잘되어 기분이 좋다.두 번째로 계획했던 그림그리기는 달성율이 50 % 정도다.드로잉을 틈날 때마다 하지만 열정이 부족하다.내년에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세번째는 새 관찰이다.숲에 들며 때때로 관찰하지만 관찰 폭을 그리 넓게 넓히진 못했다.집 근처 공원에서 청딱따구리,오색딱따구리,산까지(어치),물까치,유리딱새,흰노랑턱멧새,밀화부리..

낙필(落筆) 2022.12.22

서울의 온도가 36도라고 / 210723

서울의 온도가 36도라고 내 고향에서 부음이 하나 날아들었다.금산사 횟주이신 송월주 스님의 입적소식이다.초등학교 시절에 금산사 절마당에서 뛰어놀며 스님에게서 눈깔사탕을 얻은 기억을 소환했다.당시 스님은 금산사 주지스님(1961년 주지)이셨다.생로병사는 자연의 법칙이다.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선지식의 영면을 기원한다. 요즘 불볕더위는 내 칠십평생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겪는 가마솥더위다.회색빛 도시에 내려꽂는 햇볕이 강렬하다.도시의 복사열이 서울의 기온을 36도까지 끌어올렸다.바깥활동은 엄두를 낼 수 없다.지글거리는 태양이 모골을 숯으로 만들 기세다.숲으로 들어가 선인들의 피서법인 풍즐거풍을 흉내내볼까도 생각했다.하지만 숲까지 접근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하루에 서너번씩 냉수를 몸에 퍼붓는다. 아내는 부억에서 ..

낙필(落筆) 2021.07.23

열대야 핑계대고 / 210714

열대야 핑계대고 / 210714 그제 이어 어젯밤도 열대야다.달라진 건 없다.단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기상시간이 앞당겨졌을 뿐이다.창 밖은 아직 어둡다.30여분 미적대며 근심도 털어냈다.새벽 4시반에 한강라이딩이라니.조금은 흥분된다.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벽 라이딩을 열대야 핑계대고 실행하게 됐다. 거리 가로등도 점점 불빛을 잃어간다.북녁하늘이 붉다.하늘은 붉은색으로 채색하고 구름은 아직 적란운이 아니다.벌써 천둥과 번개 그리고 장마는 끝이난 건가.아직은 아닐 것이다.성내천을 달려 한강에 이르자 강바람이 시원하다.걷고 뛰고 달리는 사람들이 한 둘씩 늘어난다.맞은 편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세사람의 라이더들은 아마 북한강을 향해 달리나보다.'쌩'하고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간다.한강에 떠 있는 동방명주..

낙필(落筆) 2021.07.14

열대야 때문에 / 210713

열대야 때문에 / 210713 공원의 새벽숲은 시끌벅적하다.장끼 한 마리가 소동을 벌인다.간밤에 까투리가 옆집 장끼 아저씨하고 집을 나갔는지 짝 찾는 소리가 숲을 깨운다.간밤 열대야에 잠을 일찍 깼다.곤히 자는 옆지기를 두고 새벽 마실을 나섰다.몽촌토성을 걷는다.이른 새벽임에도 산책객은 많다.새벽길을 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괴테처럼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오감을 열어놓는다.제일 먼저 공기가 달달하다.숲속에선 직바구리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댄다.숲은 어둠에서 깨어난지 이미 오래다.동은 이미 텄다.갈참나무 잎이 보드랍다.자귀나뭇잎도 간밤에 합엽했을 것이다.까치는 까치주법으로 오솔길을 앞서간다.멀리 롯데타워는 서울의 밤을 지키느라고 밤을 꼬박 세웠나보다.오늘도 우뚝하다.임마뉴엘 교회탑이 장난감 같아 보인..

낙필(落筆) 2021.07.13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기억>을 읽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을 읽고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을 읽었다.마지막 책장을 덮는다.'아틀란티스',생소하면서도 어딘가 낮설지 않은 도시 이름이다.전설과 신화의 섬이름 같다.기시감이 든다.지중해 어디 쯤 있는 섬일까.지역 배경으로 봐서는 지중해 크레타섬 주변이 아닐까 추정도 해본다.1만2천년 전의 도시,지금은 화산 폭발로 사라진 도시로 등장한다.1세기 전 영국의 작가,제임스 힐턴이 발표한 소설,에 나오는 숨겨진 또 다른 낙원의 이름,샹그릴라가 아닐까.두 도시 이름이 오버랩된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당신은 누구인가요?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최면사 오팔이 던진 묵직한 화두다.32살의 역사선생님,르네 톨레다노는 오팔의 최면에 응한 피험자다.소설은 이 남자 주인공..

낙필(落筆) 202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