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온도가 36도라고
내 고향에서 부음이 하나 날아들었다.금산사 횟주이신 송월주 스님의 입적소식이다.초등학교 시절에 금산사 절마당에서 뛰어놀며 스님에게서 눈깔사탕을 얻은 기억을 소환했다.당시 스님은 금산사 주지스님(1961년 주지)이셨다.생로병사는 자연의 법칙이다.누구도 비켜갈 수 없다.선지식의 영면을 기원한다.
요즘 불볕더위는 내 칠십평생에 국내에선 처음으로 겪는 가마솥더위다.회색빛 도시에 내려꽂는 햇볕이 강렬하다.도시의 복사열이 서울의 기온을 36도까지 끌어올렸다.바깥활동은 엄두를 낼 수 없다.지글거리는 태양이 모골을 숯으로 만들 기세다.숲으로 들어가 선인들의 피서법인 풍즐거풍을 흉내내볼까도 생각했다.하지만 숲까지 접근할 용기가 나질 않는다.하루에 서너번씩 냉수를 몸에 퍼붓는다.
아내는 부억에서 저녁상에 올릴 코다리찜을 만든다고 불을 지핀다.열기가 더해지니 거실은 찜통이 된다.다행히 열어제친 창문을 통해 한줄기 산들바람이 땀을 식혀준다.손주들은 오전 학습을 마치고 점심식사후 제 집으로 돌려보냈다.그 넘들과 뒹굴며 이 오후시간을 무사히 지날 자신이 없다.무더운 날씨에 작은 넘은 칫수 고치기 바둑을 두자고 달려들테니까.
웃통을 벗어제낀다.찬물로 샤워를 한다.가벼운 옷 하나만 걸친채 책을 잡았다.역시 독서만한 피서는 없는 것 같다.연일 관리사무실에서 절전공지 방송이 뜬다.정전이 우려되니 절전을 해달라는 방송이다.우리끼리만 있을 땐 에어컨을 켠 기억이 없다.선풍기까지 틀지 않고 자연바람에 몸을 맡겼다.눈은 책 행간을 훓고 바람 한줄기는 내 목덜미를 훓는다.결코 오후가 꿀꿀하지 않다.생각이 원대해지니 마음은 부자다.코다리찜 안주에 반주 한 잔 할 생각을 하니 만사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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