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기억>을 읽고

천지현황1 2020. 12. 11. 21:26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기억>을 읽고

 

 

베르베르의 장편 소설 <기억>을 읽었다.마지막 책장을 덮는다.'아틀란티스',생소하면서도 어딘가 낮설지 않은 도시 이름이다.전설과 신화의 섬이름 같다.기시감이 든다.지중해 어디 쯤 있는 섬일까.지역 배경으로 봐서는 지중해 크레타섬 주변이 아닐까 추정도 해본다.1만2천년 전의 도시,지금은 화산 폭발로 사라진 도시로 등장한다.1세기 전 영국의 작가,제임스 힐턴이 발표한 소설,<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숨겨진 또 다른 낙원의 이름,샹그릴라가 아닐까.두 도시 이름이 오버랩된다.

 

'당신이라고 믿는 게 당신의 전부가 아닙니다.당신은 누구인가요?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최면사 오팔이 던진 묵직한 화두다.32살의 역사선생님,르네 톨레다노는 오팔의 최면에 응한 피험자다.소설은 이 남자 주인공의 전생을 소환한다.그의 111생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르네의 최초 전생인 아틀란티스인 게브를 소환하면서 그의 전생 모험은 시작된다.그의 전생의 이야기를 끌어내어 역사와 심령과학을 입혀 융복합적으로 소설을 구성한다.역사를 수정할려는 노력이 숨어 있다.때론 사랑 이야기를 양념으로 섞어 팩션을 꾸려간다.소설은 긴장감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베르나르의 탁월한 상상력이 압권이다.소설을 더욱 탄탄하게 끌고간다.그는 '남녀는 성교가 개입되지 않아야 우정이 지속된다'고 사랑과 우정을 정의하기도 한다.'애벌레에게는 끝인 것이 나비에게는 시작'이라는 말이 이 순간에도 기억 속에 맴돈다.

 

베르베르는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윤회를 넘나들며 나의 종교관을 시험한다.1만 2천년 된 도시가 바람처럼 사라진다.아틀란티스를 떠나 온 두 사람,게브와 누트가 이집트 어느 마을 동굴속으로 들어온다.그들의 기록물이 든 항아리를 내려놓고 바닥에 눕는다.서로 손을 꼭 잡고 생을 마감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소설 속에서 베르베르는 100년 전의 프랑스인 평균수명이 25세였다고 했다.대충 역산해 보니 아틀란티스를 떠나 온 르네의 최초 전생인 게브는 기원 전 1,000년쯤 시대의 인물같다.1만2천년 전의 도시 아틀란티스와 지금부터 3,000년 전의 인물,게브와 시간적 괘리가 나는 것 같아 쓸데없는 세월 검증도 해 본다.하지만 소설에선 르네의 전생을 살았던 사람의 나이가 1,000살에 가까운 사람도 있지 않던가.그렇다면 그가 설정한 아틀란티스라는 도시는 1만2천년 전의 도시일수도 있겠구나.그가 설정한 소설 속의 허구라는 장치에 잠시 속았다.책을 읽고 난후 지구본에서 아틀란티스를 찾아 본다.지중해에서 크레타 섬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소설 창작 지망생들이 읽으면 최고의 지침서가 될 듯 싶다.코로나 블루를 한 방에 날린다.강호제현께 일독을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