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열대야 때문에 / 210713

천지현황1 2021. 7. 13. 07:01

열대야 때문에 / 210713

 

공원의 새벽숲은 시끌벅적하다.장끼 한 마리가 소동을 벌인다.간밤에 까투리가 옆집 장끼 아저씨하고 집을 나갔는지 짝 찾는 소리가 숲을 깨운다.간밤 열대야에 잠을 일찍 깼다.곤히 자는 옆지기를 두고 새벽 마실을 나섰다.몽촌토성을 걷는다.이른 새벽임에도 산책객은 많다.새벽길을 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괴테처럼 느린 걸음으로 걷는다.

 

오감을 열어놓는다.제일 먼저 공기가 달달하다.숲속에선 직바구리가 울고 비둘기가 구구댄다.숲은 어둠에서 깨어난지 이미 오래다.동은 이미 텄다.갈참나무 잎이 보드랍다.자귀나뭇잎도 간밤에 합엽했을 것이다.까치는 까치주법으로 오솔길을 앞서간다.멀리 롯데타워는 서울의 밤을 지키느라고 밤을 꼬박 세웠나보다.오늘도 우뚝하다.임마뉴엘 교회탑이 장난감 같아 보인다.파크리오 아파트군은 한강을 지키는 파수꾼 같다.모두가 동화속 마을 같다.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는 신념으로 아침형 인간으로 산지도 오래되었다.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생활습관이다.보통 새벽 5시에 일어난다.숙면하는 습관은 복 받은 소확행이다.아내가 부러워하는 제1조목이다.오늘같이 4시에 일어나 보니 시간을 엿가락처럼 늘려 쓸 수 있다.열대야가 있는 여름철에만이라도 오늘처럼 새벽산책을 일상화해볼까.아니 내일 새벽엔 한강라이딩을 해볼까.모레는 마광수의 글을 읽어볼까.그는 왜 소설같은 삶을 버렸을까.자꾸 생각이 꼬리를 문다.책 속에만 길이 있는 게 아니었다.길 위에도 길이 있구나.이제 7월인데 꽃동산엔 무궁화꽃이 시절을 앞당긴다.나도 열대야 핑계대고 한 시간을 벌어볼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