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 핑계대고 / 210714
그제 이어 어젯밤도 열대야다.달라진 건 없다.단지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기상시간이 앞당겨졌을 뿐이다.창 밖은 아직 어둡다.30여분 미적대며 근심도 털어냈다.새벽 4시반에 한강라이딩이라니.조금은 흥분된다.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새벽 라이딩을 열대야 핑계대고 실행하게 됐다.
거리 가로등도 점점 불빛을 잃어간다.북녁하늘이 붉다.하늘은 붉은색으로 채색하고 구름은 아직 적란운이 아니다.벌써 천둥과 번개 그리고 장마는 끝이난 건가.아직은 아닐 것이다.성내천을 달려 한강에 이르자 강바람이 시원하다.걷고 뛰고 달리는 사람들이 한 둘씩 늘어난다.맞은 편에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세사람의 라이더들은 아마 북한강을 향해 달리나보다.'쌩'하고 바람소리를 내며 지나간다.한강에 떠 있는 동방명주호는 오늘도 그자리에 정박중이다.
힐끔 뒤돌아본 잠실대교 너머 하늘은 붉은 기운이 뻗쳤다.달리던 자전거 핸들을 강가로 꺾는다.한 컷을 휴대폰에 담는데 조깅하던 젊은이도 덩달아 내 흉내를 낸다.그도 아마 아름다운 새벽하늘을 추억으로 담고 싶었을 것이다.나는 한강바람을 가르며 동트는 하늘을 즐긴다.또 한 사람은 쿨쿨,이 시각에 새벽잠을 즐기고 있겠지.
단기필마로 한강을 달리는데 갑자기 전우익 선생이 생각났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나의 착각이었다.지금 이 시각에 늦잠을 즐기는 것도 그의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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