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소리없이 떠나가네 / 191024
아내는 설악 주전골 단풍을 보러 옛 직장동료들과 함께 떠났다.나는 노인처럼 공원벤치에 동그마니 앉아 가을을 낚는다.공원 호수 속에 비친 용궁은 또 다른 세상이다.임마뉴엘 교회 첨탑도 거꾸로 박혀 있고 롯데타워도 물구나무를 서고 있다.느티나무의 낙엽 한 장이 또르르 날개짓을 하며 낙하한다.귀룽나무 잎도 뒤질세라 추풍낙엽이 된다.자연은 그렇게 사시순환하며 순응하며 산다.오직 인간만이 만물의 영장이라며 우쭐대며 사는 것 같다.
뉴스 하나가 새벽 잠을 깨웠다.온나라를 두 달동안 시끄럽게 달궜던 사건 하나가 열 매듭 중에서 한 매듭을 지었다.똑 같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싸웠다.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도,민초라고 하는 사람들도 두 진영으로 갈렸다.아니 세 진영이다.방관자로 지켜보던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아마 이 싸움은 법의 잣대를 들여대도 쉽게 끝나지 않을 태세다.
역사는 증언한다.보다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위정자들이 넘쳐났다.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냈다.자신의 탐욕을 위해 정쟁을 벌이고 당파를 이뤄 싸움질하며 민초를 위한다고 요란하게 선전한다.요즘 사건을 두고 티비 연속극보다 더 흥미로운 일일극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상식이 왜 통하지 않을까.그놈의 탐욕은 끝이 없다.누가 누구를 위해 사는가.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큰 소리치는 정치인들은 먼저 자신을 먼저 성찰해 봐야 할 것이다.나는 내 가족 건사하기도 힘겹다.낡은 몸과 정신을 갖고 국민의 대표노릇을 하겠단다.이웃집 소도 웃을 일이다.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손주의 숙제,'낙엽 몇 장 모아오기'를 대신 한다.가을이 소리없이,속절없이 내 곁을 떠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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