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읽고
지샘터 도서관 신간 코너에 꽂힌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가 시선을 꽉 붙들어 맸다.제목부터가 범상치 않다.'쇠망사'란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이 감성을 자극한다.이미 지중해를 무대로 펼쳐지는 역사평론서인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15권)와 <십자군 전쟁>(3권) 등을 오래전에 흥미롭게 읽은 터라 주저없이 뽑아들었다.
18세기의 영국역사가,에드워드 기번은 비범했다.23년에 걸쳐 탈고한 그의 역작 <로마제국 쇠망사>는 18세기의 작가가 치밀하게 탐구하며 쓴 로마역사서가 아니라 인간탐구서다.문학에서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역사서도 팩션을 만들어 가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엮어 기술하여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역사는 돌고 돌아 현재와 맞닿아 있다.독자들이 읽고 교훈을 얻어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지만 실제론 더 영악해지는 것 같다.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정의를 내세우며 권력욕을 과시한다.적폐청산을 내세우며 공명심을 자랑한다.정의와 권력욕,적폐청산과 공명심,삶과 죽음이 하나이듯이 모두가 한 통속이다.역사에선 약자는 냉소와 풍자만 쏟아낼 뿐이다.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했다.권력지향형 인간들이 오히려 냉소와 풍자가 만연하다.2천년 전의 역사나,천년 전의 역사나 오늘날의 역사나 별로 다를 게 없다.
역사는 흥망성쇠로 돌고,인간은 생로병사로 도는 이치를 에드워드 기번은 18세기에 이미 우리에게 귀뜸해 준다.흥하면 망하고,태어나면 반드시 죽는 게 자연의 이치라고.각성의 교훈을 얻는다.요즘 권력지향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필독서로 강추한다.우리같은 장삼이사는 읽어도 그만 안읽어도 그만이다.
E.H.카가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소설은 상상으로 쓰는 사실이고,역사는 사실로 쓰는 허구"라고.소설과 역사 모두가 한 통속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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