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5분 놀고,15분 끙끙대고 / 181003

천지현황1 2018. 10. 3. 09:01

5분 놀고,15분 끙끙대고 / 181003


어제 일어난 일이다.물론 가끔 잊을 만 하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꼬맹이들이 피아노학원에서 돌아올 시간인데 귀가하지 않는다.시계를 자꾸 들여다 본다.5분,10분,20분,30분.가다리는 시간이 자꾸 길어졌다.건널목이 두 군데 있어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았나 걱정이 된다.아파트 안인데도 차가 쌩쌩 달려 위험하다.날이 저물어서야 현관문 번호키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이제야 안도의 숨을 쉰다.난 바로 무표정한 모습으로 돌아섰다.작은 넘이 내 눈치를 살피며 모기소리로 "할아버지,5분 밖에 안놀았어요.그리고 우편함에서 이 종이 꺼내느라고 15분 걸렸어요."물론 꼬맹이들은 시계가 없다.


속아줘야지 하면서도 폭발하고 말았다.나는 이론적으론 좋은 보육과 교육을 해야지 하면서도 실제론 그렇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그럴 때마다 반성은 하면서도 도무지 실천이 어렵다.얼마나 재미있게 놀았으면 40분이 5분으로 느꼈을까.우편함이 제 키보다 높아 폴짝폴짝 뛰어 종이를 꺼는데 얼마나 어려웠으면 1~2분이 15분처럼 지났다고 느꼈을까.


요즘 큰 넘도 통제가 싫은지 반항의 표시를 목소리 톤으로 내비친다.곱게 "네'하지 않고 목소리를 굴려 "네~"하고 불만을 토로한다.'시간을 아껴 써라.숙제부터 하고 놀아라.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면 손부터 씻어라.샤워부터 하고 놀아라.게임하지 마라,동생과 싸우지 마라,...하지마라 ...하지마라.'이젠 잔소리가 싫다는 거다.우리가 철부지 꼬맹이들에게 다 큰 어른들이 지켜야 할 습관이나 규범들을 지키도록 통제하고 있었다.


불똥은 늦게 퇴근한 딸아이에게도 튀었다."빨리 밥먹고 애들 데려가거라.나도 좀 쉬어야겠다."딸아이도 불편했으리라."너희들 오늘도 할아버지 말씀을 잘 안들었구나."오늘도 난 '나쁜 할빠'가 되고 말았다.저녁식사 모임에 다녀 온 아내에게도 불똥은 여지없이 튀었다.난 '나쁜 남푠'이 되었다.난 점점 바보가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