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별유천지 기암의 천국, 기암의 나라...(월출산)

천지현황1 2005. 11. 27. 18:59

            -별유천지 기암의 천국, 기암의 나라  (월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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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6(토) / K 안내산악회 따라

*천황사주차장(11:45)-바람골-바람폭포-통천문-천황봉-구정봉-경포대계곡-금릉경포대(16:15)-무위사(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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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지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보면 강진/해남을 남도답사 1번지로 정하고 '아름다운 월출산과 남도의 봄'을 책 글 내용 중 맨 처음 소개한다. 그만큼 남도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2주 전 장흥 천관산 가는 길에 영암 13번국도 변에서 바라 본 월출산의 기암 봉우리가 눈길을 사로잡아 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내산악회에서 월출산 산행이 공지되었기에 앞뒤 사정 보지 않고 산행예약을 했다.


#저항과 항쟁 그리고 유배의 땅, 남도 길엔 풍성한 예향이 흐르고


 고향이 남쪽이라 그런지 항상 남도 가는 길은 늘 마음이 편안하다. 아마 강진 해남 진도 등의 남도 땅은 고려 조선시대 항쟁의 역사와 한성에서 먼 반도 남쪽 끝 오지의 땅이기에 출중한 인물들의 유배의 역사가 점철된 곳이기에 더 예향 문화가 꽃 핀 곳이 아닐까.


 조선 최고의 사상가, 다산 정약용 선생의 18년 유배지 강진 땅이 지척이고 형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가 바로 코앞이다. 선생은 이곳 강진에서 500 여권의 저술을 한다. 형 약전도 흑산도 귀양지에서 펴낸 <자산어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물고기 도감인 셈이다. 황토 땅 강진은 또한 경기도 광주 분원과 함께 조선백자 도예지로 유명하기도하다.


 목포엔 남종산수의 종갓집, 운림산방의 소치, 미산, 남농으로 이어지는 남도의 허씨 화맥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또 해남 땅끝 마을에서  뱃길로 조금가면 우리나라 국문학사상 시조시인의 제일인자로 꼽히는 고산 윤선도가 말년을 지내던 보길도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처럼 남도엔 어딜 가나 예향이 절절이 흐른다.


# 월출산 산행길


 남도 길 13번국도 길을 가다 보면 기암 봉우리가 길손의 시선을 잡아끈다. 온 산이 온통 바위 군으로 빙 둘러싸여 그 모습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그 속살을 조용히 밟으며 기암의 나라에 잠시 머물러 남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자 산문을 들어선다.


 월출산 종주길은 천황사 매표소에서 천황봉을 올라 구정봉, 향로봉을 거쳐 천년고찰 도갑사 절집으로 내려오는 종주길이 일반적으로 애용되는 산행길이다. 그러나 우린 구정봉을 갔다가 도갑사로 내리지 않고 금릉경포대로 하산하여 무위사를 들르기로 예정한다.  가는 길에 도갑사까지 들리면 좋겠지만 상경길이 너무 멀어 도갑사는 후일을 기약한다. 


# 기암의 천국, 기암의 나라


 천황사 매표소에서 우측 길로 접어들자 아직도 빨간 단풍이 가을을 못내 떠나보내기가 아쉬운 듯 붉은 대추 빛을 띄우며 아직도 겨울을 거부한다. 조각 공원엔 4~50여점의 조각들이 눈길을 잡는다. 디카로 몇 점 잡는 순간 선두는 고산 윤선도 노래 시비를 지나 바람골로 숨어버린다.


 우측으로 장군봉을 바라보며 좌측으론 사자봉 능선을 바라보며 산죽길과 돌너덜 길을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곧 바람폭포 앞에 선다. 지금은 물이 말라 폭포는 말라있고 폭포 옆 약수터에서 약수 한 잔으로 갈증을 달랜다.


 계단길을 오르며 사자능선의 실루엣을 잡아본다. 매봉과 사자봉으로 오르는 구름다리가 요즘 공사 중이라 통제되어 있음을 알리는 알림판이 통제구역에 줄을 달고 서 있다.


 장군봉을 내려다보는 전망바위에 서니 사자봉 능선의 기암들이 실루엣으로 장관이다. 구름다리가 기암들 속에 실뱀처럼 걸쳐있고 매봉과 사자봉 오름이 마치 삼각산 숨은벽 능선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설교벽과 숨은벽을 닮았다.


 월출산의 속살을 바라보는 길손의 마음은 과연 기암의 천국, 기암의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 통천문을 지나 천황봉에 서니


  천황봉 오름길에 통천문이 서서 검문을 한다. 세속의 속기를 다 털고 순수한 마음으로 통과하라고 한다. 기기묘묘한 바위 군을 감상하며 걷는 길에 피로한 기색도 없다. 오직 사방팔방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탄성만 내지르면 된다. 천황봉이 어서 오라 손짓하지만 눈의 시선은 자꾸 처처에 널려있는 기암들 속으로 파고든다.


 정상에 서니 바람도 꽤 세고 산님들로 만원이다. 흔적 남기기에 바쁜 산님도 많고 너럭바위에 자리 잡고 기암 절경을 내려다보며 시장기를 때우는 산님들로 정상은 북적댄다.


 서남쪽으로 향로봉 능선의 기암들이 즐비하고 구정봉이 우측으로 몇 개의 기암 봉우리를 달고 우람하게 서 있다. 천황봉에서 내려다본 구정봉 가는 능선 길엔 기암들이 만물상을 펼친다. 쇠락하는 억새는 석양에 가끔 은빛 너울을 흔들어대고 월출산의 기암 실루엣은 금강산의 일만이천봉을 능가하지 않을까 싶다. 금강산의 봉우리가 일만이천봉이라는 말은 그만큼 많음을 표현했으리라.


# 천황봉에서 구정봉 가는 길은 남도 기암 1번지


 천황봉을 내려서면 구정봉으로 가는 가파른 내림길을 만난다. 그것도 잠시 기암 만물상이 길손의 발길을 붙들고 여기저기서 자태를 뽐낸다. 능선길을 걷다 자주 뒤를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엔 숨은 그림이 펼쳐 있어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천황봉의 자태가 남성미를 자랑하듯 그렇게 웅장하게 서 있다.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구정봉 아래 베틀굴을 만난다. 여성의 심볼을 나타낸 듯하기도 하고 깊은 맛을 보여주는 그 굴은 천황봉 쪽 남근석을 바라본다는 안내판이 웃음을 자아낸다.


 좁은 협로를 통과하고 구정봉 정상에 서니 아홉 개의 홈이 패어 물이 고여 있다. 그리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천황봉과 향로봉능선의 기암들이 또 하나의 장관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멀리 목포 앞 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왼편으론 강진만이 안개 속에 갇혔다. 한참을 바람에 흔들리며 사방의 경관을 바라보는 재미는 일품이다.


 후미 일행과 30여분의 시차가 있기에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곳을 빠른 걸음으로 다녀올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 후일로 기약하고 향로봉 능선 길로 발을 뗀다. 그러나 이 길로 도갑사로 내려가면 좋으련만 이 길 역시 후일 다시 걷기로 하고 오던 길을 내려 금릉경포대길로 내려선다.


 아쉬운 내림길이지만 오늘 하루 월출산의 속살 기암들과 무언의 대화를 많이 나눈 터라 그리 섭섭하지 않은 하산길이다.


# 천년 고찰 무위사 극락보전을 돌아보며


 무위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하고 그 후 두 차례 중수했다고는 하나 작고 고티가 나는 작은 절집이다. 사천왕을 모신 일주문에 ‘월출산 무위사’ 현판이 극락보전 앞에 배치되어 길손을 맞이한다.  경내엔 삼층석탑이 선각선사의 편강탑비와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조금 뒤편으론 마애불을 모신 당우가 산신각과 이웃하고 있다.


 맛배 지붕을 한 극락보전엔 본존불 뒤편에 탱화만 남아 있고 벽면의 벽화는 비바람에 그 훼손을 막기 위해 보존각에 보존하고 있으나 지금은 수리 중이라 직접 볼 기회를 잃어 서운했다. 서운함을 안고 절집을 떠나는 나그네의 발길을 석양도 알아차렸는지 잠시 어둠을 물린다. 일행은 월출산의 넉넉하고 아름다운 기암을 뒤로하고 영암을 돌아 먼 상경 길에 오른다. (2005.11.27)

 

*산행사진 모음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하면 원본 크기의 사진을 볼 수 있음)

 

들머리 조각공원

 

 

 

고산 윤선도 노래비(좌), 영암아리랑(우)

 

 

바람골 우측 장군봉

 

 

 

바람폭포

 

 

 

 

사자능선 실루엣

 

 

매봉 아래 구름다리 공사중

 

 

 

 

 

 

사자능선(우), 사자저수지

 

 

 

월출산 사자능선이 마치 삼각산 숨은벽, 설교벽을 닮았다

                                   

                      

                     삼각산 숨은벽과 설교벽

 

 

 

 

 

 

 

통천문

 

 

 

 

 

 

 

 

 

 

 

천황봉에서 구정봉 가는 길에서

 

 

 

 

 

 

 

 

 

 

 

 

 

 

 

 

 

 

 

 

 

 

 

 

 

 

 

 

 

 

 

 

 

 

 

 

 

 

 

 

뒤 돌아본 천황봉

 

 

 

 

구정봉 아래 베틀굴

 

 

 

 

 

구정봉 능선의 기암군

 

 

 

 

 

구정봉에서 바라 본 향로봉 능선의 기암들

 

 

 

금릉경포대 날머리에 있는 차밭 - 태평양화학(주)에서 10여 만평의 차밭을 관리하고 있음

 

 

 

천년고찰 무위사

 

 

 

 

 

극락보전의 맞배지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