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아름다운 내장산 단풍이 마음까지 붉게 물들이고 (내장산 포토기행)

천지현황1 2007. 11. 12. 16:36

-아름다운 내장산 단풍이 마음까지 붉게 물들이고 (내장산 포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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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1.11 / 송죽회 부부모임

* 내장사 주차장(06:50)-일주문-벽련암-자연 탐방 너덩길-불출봉- 원적암-먹뱅이골-내장사-주차장(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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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에 옥정호숫가 옥정호빌라에서 서울,광주,익산,정읍에서 모인 친구들과 정담을 나누며 밤을 지새고 동트기 전 다섯시에 기상하여 내장골로 내 달린다.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굽은 산길을 돌아 내장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주차장은 만원이다.오늘이 아마 내장산 단풍이 최절정기인듯 일주문을 들어서는 일행은 단풍 터널의 절경에 탄성과 환호로 얼굴들이 빵빵하다.

 

  우화정 연못엔 산그르메가 살포시 거꾸로 매달려 있고 산엔 만산홍엽으로 붉게 물들어 있다.전국에서 단풍 명소로 내장의 단풍이 최고임은 자타가 인정하고 있는터.젊은 날부터 내장을 드나 들었지만 오늘같은 절정의 단풍을 즐기기는 처음이다.내장의 단풍 절경에 눈이 호사한다.단풍 인파에 시달리는 걱정때문에 항상 절정기를 비켜 내장산 나들이를 한 지난 날의 나들이를 보상이라도 해 주는 듯 오색 단풍이 화사하게 마음까지 붉게 물들인다.

 

 일주문을 지나 절집을 끼고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벽련암 등로를 들어서니 얼마 지나지 않아 벽련암을 만난다. 

 

                                          벽련암 부처님은 유유자적 서래봉을 머리에 이고 가부좌 틀고

                                          내장 추풍낙엽 바람소리 아니 듣고 계시는 듯 선정에 드셨구나

 

                                          어리석은 중생은 달빛 따라 왔다가 뜰 앞에 서서 길(道)을 묻는데

                                          길손 물음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만산홍엽에 가을바람만 불어제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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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는 대웅전 앞에서 합장하며 기도를 드린다.그녀의 기도가 우리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며 드리는 기도일터지만 나는 그저 무심하다.그녀의 기도가 기복 신앙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몇 년 전부터 종교를 내 생활에서 버렸다.주위에선 이런 나를 위험한 인간으로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신도 종교도 인간이 만들었다고 결론을 스스로 내린 뒤 부터 내 신심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건방진 생각만 늘어난다.산을 오르 내리며 '나에겐 산이 종교요,스승이다' 치기어린 독백을 내뱉기도 한다.여기에서 '산'은 '우주 삼라만상,대자연'이기도 하고 '내 어머니'이기도 하다.

 

 벽련암을 나와 원적암으로 가는 오솔길 너덩길을 걷는다. 아주 편한 조용한 길이다.낙엽이 쌓여 융단길 같기도 하고 연인들이 걷기에 아주 좋은 운치가 있는 길이다.산죽이 밀어처럼 사그락대고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은 제 생을 다하고 고목에 거름으로 다시 되돌아간다.길을 굽이 도니 불출봉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만난다.줄을 지어 전국에서 모여든 산객들이 깔딱 숨을 토하며 산을 오르는데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즐거운 모양새다. 

 

 불출봉 정상에서 수채화같은 붉은 계곡을 내려다 본다.왼쪽으론 서래봉이 좌정하고 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망해봉,연지봉이 코 앞에 다가온다.계곡 저 편엔 내장산의 주봉인 신선봉이 위용을 자랑하듯 불끈 솟아있다.아홉 봉우리를 종주하고 싶었지만 상경 길 지체를 생각해서 짧은 산행코스를 잡고 대신 단풍터널의 백미를 더 즐기려고 하산한다.하산 길 인파가 길을 빼곡하게 메우고 오색 단풍은 그 위용을 뽐낸다.단풍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절경이다.오는 길에 국화축제를 보고 차 속에서 단풍에 취한 눈을 쉬려고 잠시 눈을 감는다.오색단풍이 형형색색으로 마음까지도 붉게 물들이고 머리 속엔 단풍터널 그림이 자리잡고 뱅뱅 맴돌고,낙엽 한 잎이 가을 바람에 떼구르르 구르고 있다. (2007.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