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청학동마을 가는 풍경 (지리산 청학동)
* 2009.04.12 / 청학동마을(10:23)-청학동에서 다시 출발(11:00)-버스로 지리산 제1관문 오도재로 이동,삼봉산 들머리(12:30)-삼봉산-
등구재-창원마을(16:30)
지리산 청학동.내 마음 속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한가닥 청정마을이다.흰 무명옷에 두 갈래로 댕기 땋아 기른 머리를 했을 것이다.서당에서 "하늘천,따지...공자왈,맹자왈..."하며 글 읽는 학동을 생각한다.바로 그곳을 가 보는 게 꿈이었다.얼마만에 실현하는가.며칠 전 부터 설레고 있었다. 오늘은 지리산 남부능선 자락에 서서 지리산의 장쾌한 주능선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삼신봉(三神峰·1284m)산행을 간다. 산행은 경남 하동군 청암면 소재 청학동 마을 도인촌 입구에서 시작한다.갓걸이재~삼신봉~내삼신봉~송정굴~쇠통바위~독바위 앞~불일폭포 쌍계사 갈림길~상불재~청학동 삼성궁 으로 하는 원점 회귀 코스다.도상거리 10km 남짓 거리다.걷는 시간은 5시간 정도 걸린다.
# 달리는 차창가엔 연둣빛 풍경이 청학동 도인촌을 들머리로 한다기에 벌써부터 마음은 청학동에 가 있다.새벽 6시에 Apt를 출발한다.버스는 대진 고속도로 단성IC를 지나 함양 땅 지리산을 올려다보며 산촌마을을 지난다.진달래,조팝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산 길을 지나고 산벚나무 흰꽃이 동양화에 한 점 흰 물감을 찍었다.지나는 산골마을마다 정감이 어린다.풍경이 마음까지 아늑하다.우리산야가 이토록 아름다운가.눈은 차창밖을 뗄 수가 없다.산하의 풍경들이 아침 잠을 깬지도 이미 오래 되었다.아무리 보아도 보아도 아름다운 정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차창에 스치는 연분홍 진달래가 산자락에 옹기종기 피어났다.산촌마을 담장가엔 조팝나무 흰꽃이 눈에 화사하다.먼산엔 산벚꽃이 점점점 수를 놓았다.산야는 이처럼 그림을 그려 놓았다.논엔 모판을 준비하는지 물을 가둔 모습도 나타난다.요즘 가뭄으로 온 나라 안통이 야단이다.식수고갈 걱정까지 해댈 판이다.저수지 바닥이 거의 드러난 곳도 있고 바닥이 거북등처럼 갈라진 곳도 눈에 띈다.대지는 바싹 말라 산불도 잦다. 산태공은 푸른 산빛을 깨치고 난 산길을 찾아가는데 물(강)태공은 한가롭게 세월을 낚고 있다.옹기종기 둘러 앉아 있는 태공들은 선정에 들은 듯 저수지 물가에 진을 치고 있다.아마 그들은 물을 것이다.'나는 누구인가?'그리고 '지금 무엇하고 있는가?' 낚시터 물고기는 대답할 것이다.'너는 물태공이고,지금 세월을 낚고 있다'고.
# 누가 봄이 남녘으로부터 온다고 했는가 요즘은 기후 온난화 영향탓인지 평년 기온보다 높다.서울에 벚꽃이 만개했는데 전라도 어느 마을엔 서울 보다 벚꽃 개화가 늦기도 한다.지방산을 다녀보면 계절은 꼭 남녘부터 오지 않음을 목격하기도 한다.동시다발적으로 전국에 봄이 찾아드는 것 같기도하다.차창에 어린 산촌마을을 보다가 문득 조선 후기 화가 최북의 '공산무인도'를 생각한다.사람도 없는 쓸쓸한 빈산에 봄이 오고 있구나.아마 장돈식의 글제목 '빈산의 노랑꽃'도 이 풍경을 담지 않았을까.문득 상상의 나래를 타고 생각은 바람처럼 펼쳐 나간다.
# 쓸쓸한 청학동 단성IC를 빠져나온 버스는 시골마을 길을 돌고 돌아 채 한 시간도 안되어 우리를 청학동마을에 토해 놓는다.말로만 듣던 청학동,상상 속에 갈무리되어 있던 청학동이 반갑다.서당 간판이 여기저기 눈에 띄나 사람의 그림자가 없다.그러다가 흰 바지 저고리를 입은 청학동 노인이 시야에 잡히자 얼른 셔터를 눌렀다.그러나 마을이 조용하다.서당에서 글 읽는 소리 또한 들리지 않는다.그저 고요한 정적 속에 마을이 들어 앉아 있을 뿐이다. 삼신봉 들머리에 들어서니 국립공원 직원이 가로 막고 입산을 통제한다.산불방지기간이라 절대 입산불가란다.오늘 삼신봉을 기획한 이대장이 한 달 전에 국립공원에 알아본 결과 입산이 가능하다하여 이 산을 기획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항의해 보기도 하고 통사정해 보기도 하지만 돌아 오는 대답은 한결같다.'입산불가'나는 책임자 전화번호를 달라고 하여 그와 통화를 해 보지만 그 역시 '절대불가'라는 대답만 돌아 올 뿐 그저 허망하기만 하다.의논 끝에 길이 열려 있다는 지리의 또 다른 조망처인 '삼봉산'으로 가기로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쓸쓸한 청학동 길을 내려온다.내려오는 길에 아까 차창 밖으로 보였던 청학동 노인분을 만났다.인사 여쭙고 이것 저것 청학동 생활을 여쭤보았다.그런대 돌아오는 대답은 노인분이 연로하시기도 하지만 귀가 어두우신지 "...@#$%^& 도가 어쪘고,@#$%..." 도무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종 잡을 수가 없다.일행은 벌써 주차장으로 내려서고 시간이 없어 도망치듯 인사하며 곁을 떴다.왠지 상상하던 청학동의 모습에 큰 상처만 입은 꼴이 되어 몹시 씁쓸하다.차를 타고 청학동을 떠나는데 마을 모퉁이를 지나는데 차창가에 어느 집 돌담아래 다음과 같은 글귀가 써 있다.'여보게 살다가 힘들면 쉬어가게나'
청학동 오고 가는 길에 (포토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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