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지리산둘레길 풍경 이야기 (Jirisan trail)---실상사/1,2구간>
* 2009.04.04~04.05
*첫날:서울(07:40)-남원인월.지리산길안내센터(11:20)-실상사(11:50~12:30)-중식(12:35~13:40,귀거래사)
매동마을(13:45)-다랭이포장마차(15:05)-등구재(16:00)-창원마을(16:50)-금계마을(18:00)-
의중마을(18:20 ,숙박)..11km/4시간35분
*둘째날:의중마을(07:05)-서암정사(07:55~08:25)-벽송사(08:35~09:00)-하산길팻말(10:10)-송대마을소나무쉼터
(중식,11:15~11:50)-소나무쉼터(12:20)-세동마을(12:45)-용유교(13:20)...11km/6시간15분...용유교에서.
마천행버스(13:35)-마천에서 택시로 매동마을로 이동(@7,000)후 차량회수(14:50)-서울도착(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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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삶을 살면서 고향이 그리울 때가 있다.이럴 때는 바쁜 일상생활에서 일탈해 느림의 미학 속으로 들어가보자.배낭하나 덜렁 매고 지리산 둘레길로 떠나보라.그곳엔 고향의 향수가 듬뿍 밴 다랭이 논둑길과 마을 뒷산 당산나무 쉼터가 있다.지리산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지는 다랑이논길,산촌마을 등의 지리의 풍광을 눈에 담아보자.오솔길을 걸으며 해찰하다 보면 어느덧 그곳이 천국임을 깨닫는다.
* 지리산 둘레 800리길을 에둘러 걷는 순레의 길, 지리산 트레일
산티아고 트레일처럼 장거리 도보 여행자를 위해 우리나라도 뜻 있는 사람들이 기획하여 지리산 800리 길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다음달쯤 제3구간이 열릴 예정이니 그 길이 기대된다. 3개도(전북,전남,경남) 5개시군(구례,남원,하동,산청,함양) 80여개 마을을 잇는 300km의 길이다.그 중 1,2구간 20km의 길이 작년 4월 쯤 길이 열렸다.이름하여 지리산 트레일이다.1구간 10km는 매동마을에서 시작하여 상황마을,고갯길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금계마을까지 마을 뒷동산 길,숲 길 오솔길,논두렁길로 이어진다.2구간은 의탄교를 지나 의중마을 뒷산으로 시작하여 서암정사,벽송사 뒷산의 빨지산루트를 따라 해발 700여 m를 오른 뒤 송대마을과 세동마을까지의 산 속 길이다.
* 구산선문 최초가람,실상사를 돌아보고
며칠 전 늦은 밤 딸아이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아빠,주말에 뭐하세요?...1박2일 지리산 트레킹 함께 가지 않으실레요?" .사실 주말에 소백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그러자"라는 대답이 선뜻 나왔다.아내가 장거리 도보여행을 얼마나 소망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딸네 가족을 잠실해서 픽업해서 서울을 출발하여 인월 지리산길 안내센터에 도착한다.간단한 설명과 안내지도 등을 얻고 실상사로 향한다.몇 번 와 본 곳이나 절집을 둘러보고 인근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느즈막하게 걷기 시작해도 오늘의 예약해 둔 숙박지 의중마을엔 해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상사 주차장 앞 차와 식사 가능한 곳 <귀거래사,T.063-636-8093> - 주인장내외가 맛깔스럽게 채식 위주의 식단을 만들고 실내외 풍경도 아기자기하고 음식 맛 좋은편임,단 주류판매하지 않아 반주 좋아하는 사람은 아쉬움이 남음. (콩탕수욕과 콩불고기 특식@10,000, 산채정식@6,000)
* Slow,slow & stop, 1구간 매동마을~2구간 첫머리 의중마을까지
<귀거래사>에서 콩특식과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들고 5분 거리도 안되는 매동마을회관앞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배낭을 멘다.제일 먼저 반겨주는 강아지 두마리가 앙증맞게 귀엽다.동네 뒷산 오름길을 오른다.한가로운 오후 한 낮 매동마을이 오수를 즐기는 듯 고요하다.산죽길을 돌아 오르는 길은 해발 400여m 되는 곳으로 등구재가 해발 600여m이니 첫 구간은 2구간보다 걷기가 부드럽다.상황마을 다랑논 만날 때까진 그저 시골 동네 뒷산 길이다.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은 숲 속 길이 상쾌하다.느리게 걷다가 또 멈춰서서 현호색 꽃 구경하고,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돌담가에서 또 멈춰 쉬고,솔향 맡는다고 코를 한번 흠흠거리고 시간은 그렇게 정지한 듯 머물렀다.아내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딸아이는 또 해찰한다.엎들여 들여다보는 꽃은 현호색일게다.
다랑이논 못미쳐 비닐하우스 쉼터를 만난다.점심을 많이 먹은 탓에 시장기는 없으나 메뉴판에 지리산동동주가 눈에 띈다.사위와 한잔씩 나눠마시고 나니 주인 할머니가 꿀차 한 잔을 서비스로 내오신다.며느리는 오늘 어머니를 도와주러 나왔단다.처음으로 30인분 단체 도보여행객들 비빕밥을 차려냈다고 자랑이다."아주머니! 간판이 없네요.간판 하나 다세요."그랬더니 남편 명함 한 장을 내주며 <다랭이 포장마차 T.011-674-3492>라고 이름짓겠단다."좋은 이름이네요"하며 자리를 떴다.
논두렁길을 돌고 밭두렁길을 돌아 산길을 내리다가 상황마을 쉼터가게에서 오가피주 한병(@10,000)을 배낭에 집어 넣는다.아내의 잔소리가 바로 이어진다.'공기 좋은 이곳에서는 참아 보시지.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바로 지나갈 수 없겠지..." 실상사 앞 음식점 <귀거래사>유리창에 씌어 있지 않던가.'배 고프면 먹으면 되고,피곤하면 자면 되고'라고.
* 등구재를 넘으며
산 속 마을들은 동화속의 마을같다.지리산 능선이 에스코트하며 따라오다가 숨는다.거북이 등을 닮았다는 등구재 고갯길이다.이 길은 전라도 상황마을과 경상도 창원마을 잇는 경계이다.장돌뱅이 개나리 봇짐을 지고 이고 도계를 넘나들었을 이 등구재는 사연도 많았으리라.그 옛날 도로가 없던 시절 시집가는 가마도 이 등구재를 넘어 갔을 것이다.등구재를 넘어와 만나는 작은 연못가에 자리를 펴고 다리쉼을 한다.사과 한 입씩 베어 물고 자리를 털고 다시 걷는다.숲이 터널을 이루는 풍경이 아름답다.
슬로우 슬로우...그리고 스톱.어디메쯤 길을 도니 무인가판대가 서 있다.가격표와 함께 꿀 등이 진열되어 있다.옆엔 비닐하우스호텔(?)이 서 있고. 지리산트레일을 걷는 맛은 주말마다 산행하는 맛하고 또 다른 묘미다.시간이 정지된 듯하고 동화나라에 온 기분이다.굽이굽이 구곡로를 돌며 해바라기,산바라기 하는 재미도 좋다.묵언하며 앞서 걷는 걸음 뒤엔 방글대는 아내가 따르고, 길 모퉁이 돌면 사위와 딸은 시야에 없다.발걸음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야 그들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도란도란 웃음꽃이 가느다란 바람타고 들려 올 때 쯤 멈췄던 걸음을 내 딛는다.오늘 해 지기 전에 의중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배낭 속에 후래시도 있겠다 걱정은 없다.
산을 돌아 내려 한 참을 걷다보면 창원마을 윗당산을 만난다.윗당산에서 바라보는 마을이 예쁘다.다랑이논이 정겹고,바로 아래 농가에선 화장실 밑에 돼지 우리가 있다.흑돼지 한 마리가 어슬렁대는 풍경도 정겹다.해는 뉘엇뉘엇 서산마루에 걸쳐 있다가 곧 숨어버린다.창원마을을 지나 산 길에 접어들어 귀를 열어 놓는다.까마귀가 침입자가 왔다고 동료들에게 알린다.산까치가 끼룩거리며 날고, 바로 발아래 숲 덤불 속에서 장끼 한마리가 놀랐는지 후르륵 또 날개짓을 하며 멀리 내닫는다.금대산 자락 금계마을로 내려서니 산촌마을이 옹기종기 앉아있다.앞 칠선계곡 뒤엔 제석봉과 천왕봉이 중봉으로 이어지며 희미한 자태를 숨긴다.
의탄교를 지나 정자나무 왼편으로 유도표시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숨은 동네 오늘의 숙박지 의중마을이다.삼굿터 위 쉼터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고요하다.쉼터의 평상에 벌렁 누워버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 트레킹의 마감을 본다.여기저기 저녁밥 짓는 연기가 산골마을에 자욱하다.전화로 도착했다는 말씀을 드리자 마을회관을 돌면 2층집으로 오면 된다고 하신다.오늘 민박하는 곳,의중마을 부녀회장님댁(T.016-9662-5192)이다.의중마을은 산 속에 갇힌 작은 마을이다.반갑게 맞아 주시는 내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상을 받았다."와! 진수성찬이네." "당신이 좋아하는 산초,머위잎무침,더덕,고추절임,파무침,제피잎절임,씀바귀..." 아내의 다물지 못하는 입을 보며 나는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그리고 맛깔스런 음식들이 상에서 간택되길 기다리기 무섭게 젓가락질이 오고가고 있었다.주인장 어른이 건네주는 소주 한 잔이 목줄기를 타고 넘길 땐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하고 소리칠 뻔 했다.객지생활하는 아들만 넷인 노부부의 산골생활 얘기를 듣다보니 의중마을의 밤은 그렇게 포근하게 깊어만 갔다.
* 둘째날,2구간을 걸으며
오늘은 2구간을 걷는다.아주머니가 부산에서 예식 참석차 07:30분 까지 버스를 타셔야 한다기에 이른 조반을 들었다.2구간엔 쉼터도 없고해서 먹거리 사 먹을 곳이 없다 하시며 삶은 달걀 12개를 싸 주신다.그러다가 어째 서운하다 하시면서 바쁜 와중에 다시 주먹밥 네 덩이를 번개처럼 말아 주신다.넉넉한 시골 인심에 고마움을 표하고 집을 나섰다.마치 고향집을 나서는 기분이다.
마을회관 뒷길을 올라 소나무 숲길과 산죽길을 돌고 돌아 오솔길을 걷다보면 50여분만에 서암정사를 만난다.입구에 들어서니 암반에 부처암각 조각물이 여기저기 새겨 있고 마치 이국적인 산속 절집이다.이상향을 꿈꾸는 사람들의 절집같다.인위적인 냄새가 나지만 아름답게 꾸몄다.특히 바위굴에 안치된 동굴법당은 그윽하다.이곳저곳을 샅샅이 구경하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마당에 사유반가상이 선정에 잠겨 있는 모습도 좋고 절집 굴뚝도 그을림에 다소곳하게 서 있는 모습까지도 그윽한 정취를 더한다.
서암정사를 나와 10여분 산길을 돌면 벽송사가 자리하고 있다.이 절은 6.25때 인민군 야전병원 역할을 했던 곳이라고 설명문에 되어 있다.왕방울 눈을 가진 목장승이 길손을 마중한다.절집을 구경하고 빨지산루트를 탄다.의중마을이 해발 300 여m인데 2구간 최고 해발은 700 여m가 되니 산행하는 맛이 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 드디어 2구간 종착지에 서다
해발 700 여m 고지를 끝으로 이제부터는 하산길이다.산길을 내려 송대마을을 지나 소나무쉼터를 만나 주먹밥으로 점심을 떼운다.배낭 속에 숨겨 놓았던 오가피주 한잔과 함께.꿀맛이다.쉼터에서 용유담을 조망하고 딸아이는 정자에 몸을 뉘인다.피곤한 모양이다.휴식후 세동마을로 길을 걷는데 푸른 하늘에 매 한마리가 까치 한마리를 낚아채 용유담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먹이사슬로 사라지는 까치가 가엾다.
2구간 종착지인 세동마을 입구에서 밭매던 중년부인과 인사를 나누니 당신집에 가서 물 한잔 마시고 가라신다.얘기를 나누니 대구 사셨던 분인데 산행을 하다 세동마을이 좋아보여 7년전 이 마을로 이사하셨단다.지금은 찻집을 경영(2구간 종점 찻집,T.011-288-3733)하며 부부가 사신다고 한다.세동마을은 작지만 아담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이렇게해서 2구간까지 종주를 했지만 찻편이 없어 용유교까지 약 2km를 걷는다.가는 도중에 산림청 헬기 두대가 분주하게 용유담에서 물을 길어 지리산으로 나른다 아마 산불이 난 모양이다.식목일에 산불이 가장 많이 난다.너도나도 산불조심하자는 표어가 여기저기 걸려있는데도 무심코 던진 담배꽁초가 불씨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할 일이다.
용유교에서 마천가는 버스를 타고, 마천에서 택시로 매동마을로 이동하여 차량을 회수하여 상경한다.1박2일의 지리산 트레일,즐겁고 기억에 남는 트레킹이었다.후일 다시 또 이 길을 다시 걸으리라.지리산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졌던 산촌마을들이 상경길 내내 아롱거린다. (* 특히 이 글을 통해 숙박지 의중마을 부녀회장님의 후덕하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지리산둘레길 도보여행 Tips
-후행자를 위해 상단에 코스 및 진행시각 표시를 참조 (천천히 걸었기 때문에 시간 단축 가능) / 자가용 이용 사례
-유도표시는 잘 되어 있어 한번도 길 잃지 않음 / 금계마을 의탄교 지나 보호수 만나면 좌측으로 200 여 m 진행 후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타고 의중마을로 올라가는 곳 유념할 것.
-2구간은 해발이 높아 운동화보다는 트레킹화 (경등산화) 신으면 편할 듯.
-트레킹이지만 2구간은 산 길이므로 스틱을 사용하면 유용
-창원마을이나 금계마을에도 숙박지가 있으나, 의중마을 부녀회장님댁은 작년에 새로 건축한 집으로 깨끗하고
샤워장도 좋고, 특히 음식 맛이 맛깔스럽고 인심이 후덕하시어 강력하게 숙박지로 추천함.
-2구간 걷는 동안엔 먹거리 사 먹을 곳이 없고,종착지인 세동마을 입구에 종점 찻집이 있음
-2구간 끝에서 3구간 방향 문희마을로 가는 것 보다는 용유교 방향으로 나와 차를 타는 것이 더 편할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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