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지리산둘레길 풍경 이야기 (Jirisan trail)---1구간길
* 첫날 : 서울(07:40)-남원 인월 지리산길 안내센터(11:20)-실상사(11:50~12:30)-중식(12:35~13:40,귀거래사)
매동마을(13:45)- 다랭이포장마차(15:05)-등구재(16:00)-창원마을(16:50)-금계마을(18:00)-의중마을(18:20 ,숙박)..11km/4.35
*둘째날:의중마을(07:05)-서암정사(07:55~08:25)-벽송사(08:35~09:00)-하산길팻말(10:10)-송대마을 소나무쉼터(중식,11:15~11:50)-
소나무쉼터(12:20)-세동마을(12:45)-용유교(13:20)...11km/6시간15분...용유교에서 마천행버스(13:35)-마천에서 택시로 매동
마을로 이동(@7,000)후 차량회수(14:50)-서울도착(19:30)
<귀거래사>에서 콩특식과 산채비빔밥으로 점심을 들고 5분 거리도 안되는 매동마을회관앞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배낭을 맨다.제일 먼저 반겨주는 강아지 두마리가 앙증맞게 귀엽다.동네 뒷산 오름길을 오른다.한가로운 오후 한 낮 매동마을이 오수를 즐기는 듯 고요하다.산죽길을 돌아 오르는 길은 해발 400여m 되는 곳으로 등구재가 해발 600여m이니 첫 구간은 2구간보다 걷기가 부드럽다.상황마을 다랑논 만날 때까진 그저 시골 동네 뒷산 길이다.소나무와 참나무가 많은 숲 속 길이 상쾌하다.느리게 걷다가 또 멈춰서서 현호색 꽃 구경하고,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 돌담가에서 또 멈춰 쉬고,솔향 맡는다고 코를 한번 흠흠거리고 시간은 그렇게 정지한 듯 머물렀다.아내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린다.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딸아이는 또 해찰한다.엎들여 들여다보는 꽃은 현호색일게다.
다랑이논 못미쳐 비닐하우스 쉼터를 만난다.점심을 많이 먹은 탓에 시장기는 없으나 메뉴판에 지리산동동주가 눈에 띈다.사위와 한잔씩 나눠마시고 나니 주인 할머니가 꿀차 한 잔을 서비스로 내오신다.며느리는 오늘 어머니를 도와주러 나왔단다.처음으로 30인분 단체 도보여행객들 비빕밥을 차려냈다고 자랑이다."아주머니! 간판이 없네요.간판 하나 다세요."그랬더니 남편 명함 한 장을 내주며 <다랭이 포장마차 T.011-674-3492>라고 이름짓겠단다."좋은 이름이네요"하며 자리를 떴다.
논두렁길을 돌고 밭두렁길을 돌아 산길을 내리다가 상황마을 쉼터가게에서 오가피주 한병(@10,000)을 배낭에 집어 넣는다.아내의 잔소리가 바로 이어진다.'공기 좋은 이곳에서는 참아 보시지.참새가 방앗간을 보고 바로 지나갈 수 없겠지..." 실상사 앞 음식점 <귀거래사>유리창에 씌어 있지 않던가.'배 고프면 먹으면 되고,피곤하면 자면 되고'라고.
산 속 마을들은 동화속의 마을같다.지리산 능선이 에스코트하며 따라오다가 숨는다.거북이 등을 닮았다는 등구재 고갯길이다.이 길은 전라도 상황마을과 경상도 창원마을 잇는 경계이다.장돌뱅이 개나리 봇짐을 지고 이고 도계를 넘나들었을 이 등구재는 사연도 많았으리라.그 옛날 도로가 없던 시절 시집가는 가마도 이 등구재를 넘어 갔을 것이다.등구재를 넘어와 만나는 작은 연못가에 자리를 펴고 다리쉼을 한다.사과 한 입씩 베어 물고 자리를 털고 다시 걷는다.숲이 터널을 이루는 풍경이 아름답다.
슬로우 슬로우...그리고 스톱.어디메쯤 길을 도니 무인가판대가 서 있다.가격표와 함께 꿀 등이 진열되어 있다.옆엔 비닐하우스호텔(?)이 서 있고. 지리산트레일을 걷는 맛은 주말마다 산행하는 맛하고 또 다른 묘미다.시간이 정지된 듯하고 동화나라에 온 기분이다.굽이굽이 구곡로를 돌며 해바라기,산바라기 하는 재미도 좋다.묵언하며 앞서 걷는 걸음 뒤엔 방글대는 아내가 따르고, 길 모퉁이 돌면 사위와 딸은 시야에 없다.발걸음 멈추고 한참을 기다려야 그들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도란도란 웃음꽃이 가느다란 바람타고 들려 올 때 쯤 멈췄던 걸음을 내 딛는다.오늘 해 지기 전에 의중마을까지 도착할 수 있을지? 배낭 속에 후래시도 있겠다 걱정은 없다.
산을 돌아 내려 한 참을 걷다보면 창원마을 윗당산을 만난다.윗당산에서 바라보는 마을이 예쁘다.다랑이논이 정겹고,바로 아래 농가에선 화장실 밑에 돼지 우리가 있다.흑돼지 한 마리가 어슬렁대는 풍경도 정겹다.
해는 뉘엇뉘엇 서산마루에 걸쳐 있다가 곧 숨어버린다.창원마을을 지나 산 길에 접어들어 귀를 열어 놓는다.까마귀가 침입자가 왔다고 동료들에게 알린다.산까치가 끼룩거리며 날고, 바로 발아래 숲 덤불 속에서 장끼 한마리가 놀랐는지 후르륵 또 날개짓을 하며 멀리 내닫는다.금대산 자락 금계마을로 내려서니 산촌마을이 옹기종기 앉아있다.앞 칠선계곡 뒤엔 제석봉과 천왕봉이 중봉으로 이어지며 희미한 자태를 숨긴다.
의탄교를 지나 정자나무 왼편으로 유도표시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숨은 동네 오늘의 숙박지 의중마을이다.삼굿터 위 쉼터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고요하다.쉼터의 평상에 벌렁 누워버리는 아내의 모습에서 오늘 하루 트레킹의 마감을 본다.여기저기 저녁밥 짓는 연기가 산골마을에 자욱하다.전화로 도착했다는 말씀을 드리자 마을회관을 돌면 2층집으로 오면 된다고 하신다.오늘 민박하는 곳,의중마을 부녀회장님댁(T.016-9662-5192)이다.의중마을은 산 속에 갇힌 작은 마을이다.반갑게 맞아 주시는 내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샤워를 마친 후 저녁상을 받았다."와! 진수성찬이네." "당신이 좋아하는 산초,머위잎무침,더덕,고추절임,파무침,제피잎절임,씀바귀..." 아내의 다물지 못하는 입을 보며 나는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그리고 맛깔스런 음식들이 상에서 간택되길 기다리기 무섭게 젓가락질이 오고가고 있었다.주인장 어른이 건네주는 소주 한 잔이 목줄기를 타고 넘길 땐 '이곳이 바로 천국이구나'하고 소리칠 뻔 했다.
객지생활하는 아들만 넷인 노부부의 산골생활 얘기를 듣다보니 의중마을의 밤은 그렇게 포근하게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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