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진묵대사부도가 영면하고 있는 곳 (완주 서방산)

천지현황1 2011. 3. 14. 11:01
-진묵대사부도가 영면하고 있는 곳 (완주 서방산)

 

* 2011.03.13 / 간중제(09:45)-봉서사-서방산-종남산-간중제 위 주차장(13:15)

 

작년 11월 산악회 산행대장직을 2년 동안 봉사하다가 놓은뒤 4개월 여 간 산악회활동을 쉬었다.대신 주말마다 또 다른 즐거움으로 지냈다.틈틈이 산행도 했지만,손주와 소꿉놀이에 재미를 붙혔다.그런데 오늘은 여러 회원님들에게 약속한 바 있어 오랫만에 함께 하는 산행이다.

 

  오늘 가는 산은 고향쪽 산이다.조선중기 고승 진묵대사부도가 영면하는 곳,봉서사를 품고 있는 완주 서방산이다.조대장으로부터 산행개념도를 받아들고 잠시 망서렸다.서방산-종남산을 종주하고 싶고,진묵대사부도도 친견하고 싶다.그래서 우리 부부는 일행과 떨어져 봉서사를 경유하여 진묵대사부도를 보고 서방산으로 오르는 등로를 택했다.일행과는 서방산 정상에서 조우하기로 한다.들머리 간중제에 도착하자 일행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것은 고요한 간중제 수면속에 어린 서방산 그림자다.명경지수속 산그림자는 고요하다.물 속 산그림자를 들여다보며 걸으니 마음 깊은 곳까지 고요하다.

 

     

 

 

 

 진묵대사의 족적을 찾아 봉서사로 오르는 길은 한적하다.20여분 세멘트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길가엔 군인들의 유격훈련장소가 나타나고 곧 이어 절 초입 못미쳐 진감국사부도비가 길손을 맞는다.. 

 

 길모퉁이를 돌면 봉서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대웅전에 오르기 전에 왼편 계곡에 회춘교를 건너면 약천보살상이 세워진 약수터를 만난다.약수 한 잔에 목을 추기고 봉서사를 올려다본다.본당에 들르기 전에 진묵대사의 부도비부터 찾는다

 

           

 

 진묵대사의 부도는 절집 왼편 양지바른 곳 부도밭 제일 윗편에 여러 부도들을 거느리고 영면에 들었다.조선중기 신통력으로 이적을 나투던 고승 진묵(1562-1633)은 이 고장 김제 만경사람이다.그는 봉서사에서 수행을 했다.봉서사의 복원불사 찬조문 기록에 의하면, 신라 성덕왕 26년에 해철선사(海澈禪師)가 창건하고, 고려말기에  나옹대사(懶翁大師)가 중창하였다.명승 석덕(碩德)스님이 기거하며 불교를 천양하였고, 조선왕조(명종 임술-인조 계유)에 진묵대사(震默大師)가 거주하던 호남의 명찰이었다. 선경(仙境)이라 원근(遠近)에서 많은 불교신도와 관광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주위에 2곳 암자와 건물도 17동이나 되었다고 한다.그러나 6.25사변때 공비토벌에 전산 3사(全山 三寺/봉서사, 서전암, 상운암)가 전소되었던 것을 38년전에 서남수(徐南銖)주지가 재건했고, 대웅전 등은 1980년에 복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부도밭을 나와 대웅전으로 향한다.일붕 서경보 큰스님이 쓴 '대웅전'현판 글씨가 수려하다.법당문은 굳게 닫혀 있고 요사채 건너 관음전도 적막강산이다.칠성각 머리위로 서방산-종남산 줄기가 마루금을 긋는다.

 

 

 

 

 서방산(西方山)은 서방정토(西方淨土), 즉 아미타불의 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라는 뜻에서 유래됐다. 소양 송광사에서 오성리를 거쳐 고산으로 넘어가는 오도재(五道峙)를 가운데 두고, 동쪽의 되실봉, 위봉산성과 마주보고 있는 산이다. 특히 봉서사를 중심으로 두고 서방-종남산이 소쿠리모양으로 둘러 싼다. 절 뒷편 오름길을 오르면 산죽길을 만난다.산죽길을 돌아 된비알을 한시간 가깝게 오르면 이내 정상이다.

 

 

 

 

 

 정상에 서면 봉실산, 미륵산, 대둔산, 계봉산(안수산), 주줄산(운장산), 만덕산이 한눈에 다가오고 넓은 들녘이 동서남북으로 시원하게 펼쳐져 시야가 확 트이고 전망이 좋다.오늘따라 정상엔 시산제를 지내는 한 팀이 돼지머리를 놓고 준비가 한창이다. 

 

 

 



 정상행사를 마치고 종남산을 향한다.능선길은 부드럽다.낙엽이 내딛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작은 봉우리 두 세개를 넘다보면 종남산 정상이다.단체산행의 최대 약점은 시간엄수다.좀 느긋하게 산을 즐기며 세월을 돌아보고 싶은데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약속시간을 맞추기 위해 다시 급경사길을 조심조심내린다.급경사 내림길에서 아내가 낙엽 밟다 엉덩방아를 찧었다.그러나 바로 일어나 정상으로 걷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산에선 하산길이 더 무섭다.'조심조심' 내리는 하산길이 최선의 등산요령이다.다시 날머리 간중제에 도착했을 땐 아침의 명경지수는 사라진 채 흔들리는 산그림자를 담고 있었다.

 

 

 

 

 

 귀경길에 전주시 삼천동 막걸리골목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상경한다.오랫만에 그리운 회원님들과 만나 기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