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진경산수화 즐기기 (가평 운악산)

천지현황1 2011. 3. 21. 09:48

-진경산수화 즐기기 (가평 운악산)

 

*2011.03.20 / 하판리 주차장(08:20)-현등사 일주문-갈림길-눈썹바위-미륵바위-만경대-동봉 정상-절고개-현등사-주차   장(12:05)

 

 

황사와 비 예보로 운악산 산행 회원이 19명으로 단촐하다.운악산 청룡능선에 달라붙자 가는 빗줄기가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이내 또 눈으로 변한다.고산이라 속계와 산속의 선계가 다른 모양이다.버스 속에서 오늘의 산행대장인 이대장님이 운악산을 소개하며 "뾰쪽구두를 신고도 오를 수 있는 산"이라고 소개한다.경기5악중 으뜸 산을 그는 그렇게 우습고 재미나게 말한다(그의 운악산 등반이 초행임이 밝혀졌지만). 개인적으론 운악산 산행을 여러 번 해 보았지만 그 때마다 과연 "악(岳)자가 붙어 지어진 이름의 산은 이름 값을 한다"고 실감하곤 했다.

 

 눈썹바위를 지나 미끄러운 바윗길을 쇠줄과 암벽에 박아놓은 손걸이를 잡고 조심조심 기어 오른다.조망은 없지만 운무와 내리는 눈 때문에 실경산수화를 즐긴다.병풍바위 앞에 섰다.가을철엔 울긋불긋한 단풍을 사이사이에 달고 멋진 산수화 병풍을 자랑하던 그 바위가 골격미를 선사하며 옷을 벗었다.북방계(北方系) 산수화 양식의 통일을 완성한 사람,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의 '산수보는 법'이 생각났다. 그는 말했다."임천(林泉)의 마음으로 다가서야 가치가 커지고,교만과 사치의 눈으로 보면 값이 떨어진다"고.있는 그대로,자연의 마음으로 보란 얘기로 해석한다.인간의 눈에 비친 풍경을 비교적 정확하게 그린 단원 김홍도의 진경화법을 보는 눈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그러나 겸재 정선처럼 관념산수화도 좋지 않던가.그가 75세에 그렸다던 '인왕제색도'는 인왕산을 다녀오고 나서는 더욱 실감나는 진경산수화로 마음 속에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미끄러지며 쇠줄 붙잡는 손길이 춥고 아리다.비가 온다고 장갑을 빼 놓고 온 불찰이다.맨손으로 잡고 오르는 내 모습이 안되었던지 아량이 많은 여성 산님 한 분이 외창을 친다."누구 여분 장갑 없어요?" 그 덕택에 그 후 나는 이대장으로부터 여분의 장갑을 얻어 끼고 쇠밧줄과 씨름했다.고마운 분들이다.다음부턴 유념하겠다.고산 산행시 장갑,아이젠 등 잊지 않고 준비해야겠다.미륵바위앞에서 포옹하는 두 연인의 모습을 상상한다.나는 이 바위를 미륵바위 대신 연인바위라 불러왔다.선계에서 넘실대는 운무와 흩날리는 눈 축복 속에 두 연인은 포옹하며 사랑을 퍼포먼스한다.마치  헨리 시엔키에비츠의 소설,<쿠오 바디스>의 등장 인물인 절세미인 '에우니케'가 발가벗은 채로 그의 주인 '페트리우스'조각상을 붙들고 사랑의 정념에 빠져 있는 또 다른 모습을 상상하다 자리를 뜬다.

 

 순백의 세상이 늦은 3월에 펼쳐졌다.비 대신 눈이 왔고, 나는 손녀와 하루 노는 대신 운악산의 정기를 받았다.오늘 아내는 내 몫 까지 손녀 윤ㅇ과 기쁨을 나누었으리라.

 

 

 

(포토기행)

 

 

 

 

 

원경의 눈섭바위 전경

 

 

운악산 눈썹바위 를 보문사 눈썹바위와 비교해 본 사진                                                                    

                                                       강화도 낙가산.보문사.눈썹바위 ↓

  

 

 

 

 

 

 

 

 

 

 

 

 

 

 

 

 

 

 

 

 

 

                                                                              

 

 

 

 

 

병풍바위(오른쪽)

 

 

미륵바위

 

 

 

코끼리바위

 

 

 

 

 

 

 

극락전 안 '봉선사동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