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를 땐 천천히,내릴 땐 조심조심 (영동 민주지산)
* 2011.04.17 / 도마령(10:20)-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삼마골재-물안계곡 주차장(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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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난 버스가 대진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차창에 봄을 그린다.야트막한 산 밑자락 길섶엔 샛노랑 개나리가 수양버들처럼 휘 늘어졌다.그 옆엔 조팝나무 군락이 뒤질세라 청아한 모습으로 봄을 노래한다.가관이다.
그 위 산자락엔 여기저기 연분홍 진달래꽃이 무리지어 봄 치장을 더 멋들어지게 했다.간혹 화사한 백색의 산벗꽃은 눈이 시리도록 희다.어찌 그리 봄 산을 아름답게 수 놓았는지.
여느 때 같으면 장거리 산행시 버스 속에서 책을 보며 소일한다. 오늘은 눈을 차창가로 돌렸다.천지 대자연의 오묘한 이치는 한치도 어김없다.모진 삭풍을 지나고 아름다운 계절을 선물한다.그러나 노자의 통찰력도 무섭다.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일본의 대지진처럼 간혹 대자연 속엔 시련과 비애도 숨어 있음을 간파하라는 얘기인 듯 싶다.
오늘 가는 산은 물안계곡을 품고 있는 민주지산이다.2005년 봄날 '한국의 산하'전국 모임을 이 산에서 개최했다. 아내와 신입회원 자격으로 참가하여 삼도봉을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은 해발 840여 m되는 도마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여기까지 버스는 깊은 숨을 몰아 쉬며 굉음까지 토하고서야 도착한다.들머리 도마령 허리를 즈려밟는다.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을 거쳐 삼도봉까지 13km 종주코스다.늘 그렇듯이 이렇게 종주하는 A코스와 중간탈출하는 B코스로 나뉜다.거의 A코스를 택하는 산행스타일을 바꾸기로 했다.단체산행시 A코스는 시간안에 산행을 마치기 위해선 거의 빨지산 수준의 산타기 실력을 요한다. 먼 산의 풍광을 조망하는 대신 시간에 맞추기 위해 오직 앞 사람의 등산화 뒷 축을 바라보며 걷는 수준이다.
등산애호가들이 묻는다. "어떻게 등산하는 것이 좋습니까?' 어느 유명한 등산가이며 스포츠학 교수가 말했다."산을 오를 땐 천천히,내릴 땐 조심조심 내리시오".내가 아는 산행력이 많은 사람 중엔 무릎 고장이 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하물며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그래,산을 오를 땐 천천히,내릴 땐 조심조심 내려야지.자기 페이스대로 산행을 해야지 무리는 금물이다.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바보
들머리에서 산을 오른지 한 시간이 채 못되어 각호산 정상에 섰다. 필자가 주체가 되어 정상행사를 치뤘다.여기서 주체라 함은 만세삼창을 한 자가 그 날의 점심이나 저녁을 후원하는 행사다.그리고 A팀은 서둘러 종주산길을 떠난다.나는 아내와 B코스를 택했다. 산천경개를 구경하며 천천히 걷다가 일행 너댓명과 민주지산 가는 능선길에서 도시락을 까먹는다.전대장이 짊어지고 온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킨다.폐 속까지 시원하다.산행시 금주가 원칙이다.그러나 가끔 막걸리 한 사발의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않다.
점심을 먹고 나니 갑자기 생각이 달라졌다.아내보고는 일행과 함께 민주지산을 지나 갈림길에서 물안계곡으로 탈출하라고 하고 나는 서둘러 종주길을 걷는다.이미 멀리 달아난 A팀을 잡으려 걸음을 빨리한다.석기봉에 닿았을 때 A팀 후미를 만난다.드디어 팀에 합류하여 빨지산 식 행렬에 동참한다.삼도봉을 돌아 물안계곡에 접어들고서야 후회한다. '아~나는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바보 아닌가.' 산은 오를 땐 천천히,내릴 땐 조심조심'. 무릎과 허리가 뻐근해 올 때서야 나는 후회막급이다.그래도 오랫만에 다시 들어본 물안계곡의 물소리는 오늘도 우렁차다.
사진모음
도마령(해발841m) 주차장에서 바라 본 꾸불꾸불 산 길
각호산 정상
민주지산
삼도봉
황룡사
산을
오를 땐 천천히, 내릴 땐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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